공공 입양체계를 둘러싼 논쟁에선 한 가지 역설적인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절차 지연을 비판하는 예비 양부모들도, 공공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와 아동권리보장원도, 신중한 심사를 강조하는 법원과 전문가들도 모두 같은 표현인 "아동 최선의 이익"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확립된 “아동 최선의 이익(the best interests of the child)” 원칙은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에서도 국제 입양의 핵심 원칙으로 재확인됐다.¹ 그런데 문제는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모두가 같은 원칙을 이야기하지만, 그 원칙의 구체적 의미와 적용 방식에 대해서는 상반된 해석이 충돌하고 있다.
예비 양부모들이 제기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절차와 판단 근거에 대한 설명 부족이다. 왜 심사가 길어지는지, 왜 같은 사유로 반복 보완이 이뤄지는지, 왜 자신이 사전에 밝힌 조건과 다른 결연 결과가 나왔는지 충분한 설명을 듣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재훈 교수(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는 이를 두고 "과정과 결정 모두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입양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인데, 지금 시스템에서는 아이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경험보다 여러 단계의 심사와 승인을 기다리는 경험이 더 크게 남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외감은 실제 결연 과정에서 예비 양부모가 자신의 의사와 판단 기준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에 더욱 뚜렷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용 범위 논란이다. 예비 양부모들은 가정환경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양육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아동의 연령과 건강 상태, 장애 여부 등을 밝힌다. 이 과정은 단순한 선호 표시라기보다 현실적으로 감당 가능한 양육 조건에 대한 자기 평가에 가깝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의 양육 역량과 가족 구조, 기존 자녀 관계, 경제 상황과 돌봄 자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용 범위를 18개월 이하로 밝혔던 예비 양부모에게 45개월 아동과의 결연이 제안된 사례가 확인됐다. 당사자(예비 양부모)는 결연 통지서를 받기까지 약 다섯 달 동안 유관 기관들로부터 별도의 설명이나 사전 협의 과정이 없었다고 말한다. 아동권리보장원은 SBS 취재진이 '예비 양부모가 밝힌 수용 범위의 반영'에 대한 원칙을 묻자 "수용 범위는 참고 기준이며, 아동 최선의 이익에 따라 해당 아동에게 적합하다고 판단된 가정일 경우 제시된 수용범위와 일부 차이가 있는 아동이 결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²
입양 절차에는 아동 보호와 개인정보 보장을 위해 공개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정보도 존재한다. 따라서 모든 판단 근거를 상세히 공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전에 밝힌 수용 범위와 현격히 차이가 나는 결정이 이뤄졌음에도 그 방향과 이유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조차 제공되지 않는다면, 당사자들은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아동 최선의 이익”이라는 원칙 역시 구체적 판단 근거라기보다 추상적 원칙의 반복처럼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실제 아동복지 및 절차적 정의(procedural justice) 연구들은 결정 결과 자체 만큼이나, 당사자들이 절차를 예측 가능한 과정으로 경험하는지가 제도에 대한 신뢰 형성에 중요하다고 설명한다.³ 즉 원하는 결과를 얻었는지 여부만이 아니라, 의견이 충분히 고려됐는지, 판단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됐는지, 그리고 결정 과정이 설명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됐는지를 통해 제도의 정당성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입양은 적합한 부모를 선별하는 절차라기보다, 아이와 부모가 새로운 가족 관계 안에 안정적으로 적응해 가는 과정이다. 독일 사례는 이런 점에서 자주 비교 대상으로 언급된다. 독일의 유겐트암트 (Jugendamt)는 단순한 입양 허가기관이라기보다 지역사회 기반 아동보호기관에 가깝다. 입양 업무 역시 아동보호와 사례 관리 체계 안에서 함께 이뤄진다. 결연 이후에도 바로 입양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아동이 예비 양부모와 실제 함께 생활하는 위탁 과정을 거치며 담당 기관이 가족 적응과 관계 형성 여부를 지속적으로 살핀다. 그리고 나서야 법원이 최종 입양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⁴ 반면 현재 한국의 공공 입양 체계는 자격심의와 결연심의, 법원 허가 등 단계별 승인 절차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예비 양부모들이 느끼는 ‘소외감’ 역시 이런 맥락과 연결된다.
공공 체계 시행 이전 충분한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실무 인력과 절차 정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혜련 교수(숭실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공적체계 시행까지 2년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 사이 필요한 준비들이 충분히 이뤄졌어야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지적은 현재 공공 입양 체계가 입양 이후의 사례 관리와 가족 지원 체계까지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한국 입양 구조는 여전히 영아 중심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입양 아동의 절반 가량은 1세 미만이었다. 36개월 이상이거나 일정 기간 시설이나 위탁 가정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아동, 장애·질병 등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아동은 상대적으로 결연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예비 양부모들이 어린 아이만 원한다"고 비판하지만, 이는 선호의 차원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아동의 입양은 단순히 부모 의지로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기존 애착 경험과 트라우마, 발달 상태, 학교 적응, 또래·형제 관계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결연 자체보다, 그 이후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느냐다.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입양 이후 상담과 사례 관리, 심리·교육 지원을 공공 체계 안에서 연계하는 사례가 운영되고 있다. 헤이그협약 또한 국가의 관리·감독과 아동 보호를 위한 절차적 책임을 강조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17년, 입양가정 지원이 단순 물질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지속적인 심리·사회적 사례관리 체계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⁵ 이처럼 "더 다양한 아이를 품어야 한다"는 요구가 현실성을 가지려면, 그에 상응하는 장기 지원 체계 역시 함께 구축될 필요가 있다.
| 노혜련 교수┃숭실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
입양의 공공화를 두고 벌어진 최근의 충돌은 “속도냐 검증이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모두가 “아동 최선의 이익”을 말하지만, 한쪽은 더 신중한 검토와 통제를 통해 그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보고, 다른 한쪽은 지나치게 길어진 대기와 불확실성이 오히려 아이의 초기 관계 형성과 안정적인 애착 기회를 늦추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같은 원칙을 두고도 다른 경험과 해석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핵심은 국가가 ‘아동 최선의 이익’을 어떤 방식으로 실현하려 하느냐다. 그동안 한국의 입양제도는 불법입양과 학대, 부실한 사후관리 문제를 거치며 국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공공화 역시 민간기관의 재량에 맡겨졌던 입양을 국가 책임 아래 두겠다는 흐름 속에서 추진됐다. 실제 헤이그협약 또한 국가의 관리·감독과 절차적 안전장치를 강조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공공 입양체계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관계 형성과 사후지원보다는 심사와 승인, 위험 통제 중심으로 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공공 입양체계의 성패는 국가가 입양을 얼마나 엄격하게 심사하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입양 이후 형성되는 관계와 가족의 적응 과정까지 국가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책임질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1. Hague Conference on Private International Law, Convention on Protection of Children and Co-operation in Respect of Intercountry Adoption (The Hague: HCCH, 1993)
2. 아동권리보장원은 SBS 취재진의 질의에 다음과 같이 답변해 왔다. SBS 뉴스토리 <속도와 검증 사이, 무엇이 아이를 위한 입양인가?> 참고
"...예비 양부모가 희망하는 연령, 성별, 건강상태 등의 수용범위에 해당하는 아동이 많지 않은 경우도 있어, 일률적으로 수용범위 확대를 요구하기보다는 그 사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수용범위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집니다. 결연 시에는 가정환경조사 단계에서 확인된 예비 양부모의 수용 범위를 중요한 참고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결연은 아동 최선의 이익에 따라 아동에게 적합한 가정을 찾는 과정이므로, 가정조사 결과와 자격심의 의견, 아동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해당 아동에게 예비 양부모가 적합하다고 판단될 경우, 제시된 수용범위와 일부 차이가 있는 아동이 결연될 수 있습니다."
3. Judy Cashmore, "Procedural Justice and the Impact of Court and Other Decision-Making Processes on Children and Families in the Child Protection System," Children Australia 46, no. 2 (2024)
4. 김정임, 「입양기관의 공공성 확보에 관한 독일·영국 입법례」, 『최신 외국입법정보』 통권 제152호, 국회도서관, 2021.
5. 국회입법조사처, 『입양특례법 입법영향분석』(서울: 국회입법조사처, 2017).
[SBS 뉴스토리 559회] 속도와 검증 사이, 무엇이 아이를 위한 입양인가?
바로보기☞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54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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