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상선들의 탈출을 돕는 '해방 프로젝트'(Project Freedom)를 시행 이틀째에 전격 중단한다고 선언하면서 또 다시 국면의 급전환을 도모하는 모양새입니다.
압박 강도를 최고치로 끌어올린 뒤 협상을 모색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 패턴이라는 분석과 함께 해방 프로젝트가 미국에도 부담이 적지 않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진전을 해방 프로젝트 일시 중단의 이유로 제시한 만큼 양측이 협상에 속도를 낼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해방 프로젝트를 잠시 중단한다고 돌연 선언했습니다.
중재국 파키스탄을 비롯한 각국의 요청이 있었고 이란 대표단과의 논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란도 해방 프로젝트의 일시 중단에 동의했다고 했습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맞서 대이란 해상봉쇄에 '해방 프로젝트'까지 추가하며 압박 강도를 한껏 끌어올렸다가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을 도모하는 셈입니다.
최대치의 압박으로 상대방을 몰아세워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는 '트럼프식 협상 패턴'이 재연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해방 프로젝트는 이란에 대한 압박 강화 차원에서 동원된 작전이지만 사실 트럼프 행정부의 부담도 작지 않았습니다.
개시 첫날인 4일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 고속정을 동원한 공격을 시도해 미군이 대응에 나서야 했던 상황은 해방 프로젝트가 대이란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는 동시에 미국에도 위험 부담이 크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는 평가입니다.
이란의 공격이나 해협에 부설된 기뢰로 미군 군함이나 상선에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큰 고민거리가 생깁니다.
미 군함의 상선 근접 호위가 포함되지 않은 해방 프로젝트의 실효성을 놓고도 애초부터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었습니다.
이틀째인 이날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상선은 3척에 불과하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확실한 성과를 담보하기엔 위험이 큰 해방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결정을 통해 '합의를 추구하는 쪽'이라는 명분을 확보하고 추후 이란의 협조 여부에 책임을 묻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장관의 이날 중국 방문에 맞춰 해방 프로젝트를 일시 중단하면서 중국의 이란 설득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국의 역봉쇄로 중국도 타격을 입고 있고 다음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도 예정된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대로 이란 대표단과의 논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양측의 돌파구 마련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이틀 전인 3일 이란의 수정안에 대해서도 '수용 불가' 입장을 천명할 정도로 양측의 입장차가 여전히 컸던 상황에서 이란의 대폭 양보가 있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합의를 원하는 미국과 악당 이란'의 구도를 전제로 국면 전환에 진력했습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2월 28일 시작된 대이란 군사작전 '장대한 분노'(Epic Fury)가 종료됐고 이제는 해방 프로젝트 단계라면서 해방 프로젝트가 방어적 성격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습니다.
루비오 장관의 브리핑이 끝나고 몇시간 되지 않아 해방 프로젝트의 일시 중단 발표가 나왔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역시 이날 전황 브리핑에서 전날 이란의 공격에도 휴전은 무너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미 군함과 상선을 공격하면 파괴적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미국은 이란과의 전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방 프로젝트를 잠시 내려놓더라도 대이란 해상봉쇄는 유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란은 미국의 해상봉쇄 해제가 협상에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문명 말살까지 위협하다가 지난달 7일 전격 2주간의 휴전을 선언했습니다.
곧이어 파키스탄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이 결렬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역봉쇄를 개시하며 이란을 몰아세우다 지난달 21일 기한을 정하지 않고 휴전을 연장했습니다.
한편, 해방 프로젝트의 중단이 한국을 향한 호르무즈 파병 등 기여 요구에 미칠 영향도 주목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화물선에서 전날 발생한 폭발과 화재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사건을 이란의 공격 탓으로 규정하며 호르무즈 정상화를 위한 한국의 기여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일단 해방 프로젝트가 중단된 상황에서 협상이 조기에 재개되고 타결 가능성이 생길 경우 당분간 미국의 호르무즈 기여 압박은 소강 국면을 보낼 수 있지만 현재의 교착이 길어질 경우 기여 압박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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