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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의 '고스트로보틱스 스캔들'과 LIG D&A의 어떤 연루 [취재파일]

2022년 고스트로보틱스의 로봇개 2마리가 용산 대통령실 앞뜰 잔디 마당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씨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로봇개 즉 사족보행 로봇 사업자 서 모 씨를 대상으로 재판을 열었습니다. 서 씨는 김 여사에게 고스트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 사업 지원을 청탁한 대가로 지난 2022년 4천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건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같은 해 고스트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범 운용됐습니다. 서 씨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이력으로도 유명합니다.

고스트로보틱스는 미국의 미래형 로봇 회사입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용산의 후광을 입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방산업계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대통령실 경내에서 고스트로보틱스 로봇개가 시연한 이듬해인 2023년, 고스트로보틱스는 한국 시장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한국의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집안의 남성이 고스트로보틱스 M&A를 위해 대기업 고위직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화그룹이 먼저 달려들었다가 손을 뗐습니다. 만성 적자와 자본 잠식, 악성 특허권 침해 소송 등 고스트로보틱스의 속사정이 시끄러웠기 때문입니다. 한화가 버린 고스트로보틱스는 2024년 LIG D&A(전 LIG넥스원)가 품었습니다. 아무리 윤 정부가 애정한다지만 경영 상태가 엉망인 회사를 인수한 데 대해 LIG D&A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습니다. "권력과 모종의 커넥션 없이 이런 회사를 인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LIG D&A에서 제기된 것입니다.

LIG D&A 인수 이후 고스트로보틱스는 연속 적자를 냈고,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도 패소해 주력 로봇인 비전60 매출의 10%를 뱉어내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김건희 재판에서 비전60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권력과의 커넥션 의혹을 받는 부실 회사를 왜 인수했을까"라는 질문에 LIG D&A가 답을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비전60은 값비싼 깡통로봇"

2022년 용산 대통령실과 맞닿은 용산공원을 찾은 시민이 고스트로보틱스의 로봇개를 보고 있다.

지난달 10일 김건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경호처 직원들은 2022년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범 운용한 고스트로보틱스의 비전60에 대해 신랄한 증언을 쏟아냈습니다. A 씨는 "깡통로봇인데 한 마리에 2∼3억 원을 주고 사는 게 말이 되냐(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고스트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 배터리가 1∼2시간밖에 안 가서 실용적이진 않다", "보여주긴 좋을 수 있지만 도입은 부적절하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용산 대통령실 경호처는 고스트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을 유심히 살핀 뒤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경호처 직원 B 씨는 "로봇개를 실제로 테스트해본 결과 보고서가 있던 거 같은데 (보고서에도) 운영하기엔 미흡하다고 됐던 것 같다"고 증언했습니다. 고스트로보틱스 수의계약에 특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A 씨와 B 씨는 부정했습니다.

고스트로보틱스의 간판인 비전60은 법정에서 깡통로봇 소리를 들을 정도입니다. 경호처의 비전60 테스트 결과 보고서도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보고서가 공개되면 비전60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쟁사도 버린 회사를 인수…그리고 적자 행진

지난 2023년 1월 10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화그룹 빌딩 로비에 고스트로보틱스의 비전60 두 대가 나타났습니다. 비전60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김동관 부회장의 집무실로 향했습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 앞에서 비전60을 시연했다", "김 부회장이 고스트로보틱스 회사 자체에 생각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너까지 나서 의욕을 보였지만 한화그룹은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를 포기했습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악성 소송도 있었고, 자본 잠식과 만성 적자 등 경영 상태도 안 좋아서 인수하면 안 되는 회사였다"고 고스트로보틱스를 평가했습니다.

한화그룹이 물러나자 LIG D&A가 달려들었습니다. LIG D&A 측은 "2023년 5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충분히 실사했다", "경영과 실적, 소송 현황에 대해 사전에 파악했지만 유무인 복합 솔루션을 포함한 미래 성장 가능성에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자본 잠식, 만성 적자의 회사를 놓고 한화는 ‘인수하면 안 되는 회사’로, LIG D&A는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는 회사’로 평가했습니다. 같은 비전60 로봇을 놓고 경호처는 깡통로봇을, LIG D&A는 미래 성장 가능성을 봤습니다. 어느 쪽의 시각이 옳았을까요.

LIG D&A는 2024년 7월 한투PE와 함께 고스트로보틱스의 지분 60%를 약 3천3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LIG D&A의 인수 후 고스트로보틱스는 2024년 102억 원, 2025년 29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패소해 2025년부터 10년간 비전60 매출액의 10%를 보스톤다이나믹스에 지급해야 합니다. 경제 전문지들은 "고스트로보틱스는 2029년 미국 증시 상장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자본 잠식 속에 손실만 키우고 있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LIG D&A가 인수한 고스트로보틱스의 간판 로봇 '비전60'.
 

LIG D&A 오너의 생각은?

보스톤다이나믹스가 제기한 특허권 침해 소송을 다루는 LIG D&A의 자세가 특이했습니다. LIG D&A 고위 관계자는 "보스톤다이나믹스는 현대차 소유이고, 현대차 정의선 회장과 LIG D&A 구본상 회장의 관계가 좋아서 소송이 잘 해결되리라고 봤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의 배임을 기대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LIG D&A의 다른 관계자는 "회사의 법무 파트도 소송에 대해 낙관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근거 희박한 낙관론이 당시 LIG D&A에 팽배했던 것 같습니다.

LIG D&A의 낙관론 LIG D&A 오너로부터 기인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LIG D&A가 고스트로보틱스를 인수하던 시점은 LIG D&A 리더십이 김지찬 전 대표에서 신익현 현 대표로 이전되는 과도기였습니다. 대표이사 리더십이 불안정했던 때였기 때문에 오너인 구본상 회장이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를 일일이 챙겼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LIG D&A 소식통은 "구 회장의 관심이 크니까 추진한 일이었는데 (고스트로보틱스 관련 이슈들을) 깊이있게 못 본 것 같다"고 털어놨습니다.

LIG D&A의 고스트로보틱스 인수 실사와 협상이 한창이던 2024년 2월 6일 구본상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설 명절 특별사면 조치로 복권됐습니다. LIG 건설의 법정관리를 사전에 알고도 1천800억 원대 기업어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혀 징역형을 살았던 데 대한 복권이었습니다. 구본상 회장의 복권과 고스트로보틱스 인수 타이밍이 절묘했다는 말이 아직까지도 방산업계에서 돌고 있습니다. 고스트로보틱스 M&A 거간꾼으로 유력 보수 집안의 남성이 활약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는 구본상 회장에게 직접 입장을 묻기 위해 몇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할 수 없었습니다. LIG D&A 측은 "정부의 특사 조치가 없었어도 법에 따라 몇 개월 후 구 회장은 복권될 예정이었다", "구 회장과 유력 보수 집안 인물의 관계는 지인의 상갓집에서 만난 정도"라고 해명했습니다. 고스트로보틱스 인수, 구본상 회장 복권과 같은 시기에 LIG D&A는 윤 정부의 국공유 자산을 헐값에 사들였다는 의혹에도 연루됐는데 해당 내용은 다음 편 SBS 취재파일에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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