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이란 상대로 한 미국의 AI 전쟁, 25년 전 시작됐다 [취재파일]

뉴스토리 <전쟁 3.0: 누가 방아쇠를 당기는가> 취재 후기 ①

'2017년 어느 날, 소수의 인원이 미국 펜타곤의 창문 없는 방에 모였다. 이들은 인공지능(AI)을 미국의 전쟁 수행 방식의 핵심으로 삼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중심엔 한 군인이 있었다. 미군 병사들의 죽음과, AI로 무장한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던 해병대 대령 '드류 쿠커(Drew Cukor)'. 쿠커가 이끌었던 '프로젝트 메이븐' 팀은 AI를 전장에 투입하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이 프로젝트는 적잖은 논란을 촉발시킴과 동시에 미군의 판도를 영원히 바꿔놓았다.'

이 내용은 최근 미국에서 화제인 한 책의 서문이다. 책의 제목은 <프로젝트 메이븐: 해병대 대령과 그의 팀, 그리고 AI 전쟁의 서막 (Project Maven: A Marine Colonel, His Team, and the Dawn of AI Warfare)>이다. 파이낸셜타임스를 거쳐 현재 블룸버그 소속으로 미국 국방과 방산 분야를 취재하고 있는 기자 카트리나 맨슨(Katrina Manson)이 메이븐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관계자 등 200여 명을 직접 인터뷰해 쓴 책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한창인 때 출간되기도 했지만, 이 책이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미국의 'AI 전쟁'이 어떤 과정을 거쳐 본격화됐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줬다는 점 때문이다. (국내에는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 관련 기사   [뉴스토리] 전쟁 3.0: 누가 방아쇠를 당기는가

미국 AI 전쟁
 

인공지능은 전장에서 이미 "윈도우"처럼 쓰이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미국의 '프로젝트 메이븐'은, 미국 국방부가 2017년 시작한 이른바 'AI 프로젝트'로 쉽게 말해 미국의 군사 분야 전반에 AI를 어떻게 적용해 전투 효율을 높일지 답을 찾기 위한 시도였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미군의 지휘결심체계인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SS)'의 전신이다.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은 AI를 활용해 전장에서 목표물을 설정하고 목표물을 처리하기 위한 전략까지 제시하는 플랫폼이다.

MSS는 이번 미국과 이란 전쟁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미국과 이스라엘 연합군이 이란을 공습한 지 15시간 만에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사망을 확인하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1천 개 이상의 표적을 타격할 수 있었던 배경엔 이 시스템이 있었다. 이번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AI가 최초로 쓰인 전쟁은 아니지만, 전 세계인들에게 AI가 전쟁에 쓰일 수 있다는 걸 제대로 각인시킨 전쟁으로 평가 받는다. 전쟁 분야의 AI 패권은 미국이 쥐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전쟁으로 각인됐다. '프로젝트 메이븐'을 시작점으로 본다면 미국은 9년 전부터 이른바 'AI 전쟁'을 준비한 셈이다.

카트리나 맨슨의 저서에 인용된 관계자 인터뷰에 따르면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은 미군 내에서 "전쟁 분야의 윈도우(The Microsoft Windows of Warfighting)"로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전 세계 대부분 컴퓨터의 기본 운영체제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였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미국 전쟁 전략의 기본 바탕에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이 있단 뜻이다.

미군의 메이븐 프로젝트팀을 이끌었던 전 미국 해병대 대령 드류 쿠커(Drew Cukor) (출처=Shyam Sankar 'X '(@ssankar))
 

2001년 아프가니스탄, 2026년 AI 전쟁의 시발점이 됐다

메이븐 프로젝트가 실무적으로 시작된 건 2017년이지만, 사실 이 프로젝트의 시발점을 살펴보면 200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된 '드류 쿠커'라는 인물 때문이다. 드류 쿠커 당시 대령은 미 해병대 소속 정보장교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라이베리아 등 전 세계 많은 전장과 분쟁 지역을 경험한 군인이었다. 드류 쿠커는 9·11 테러 발생 직후인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에 해병대 정보 장교 신분으로 파병됐다. 이곳에서 드류 쿠커는 산발된 정보는 많지만 정작 동료들에게 전달할 정보는 없는 이른바 '정보 공백' 상황에 직면했다고 한다. 데이터는 많았지만 이를 통합하고 그 안에서 전략을 찾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후 다양한 전장에서 비슷한 문제를 반복해서 겪었다고 한다. 미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의 CTO 시암 상카르가 최근 출간한 저서 <Mobilize>에도 쿠커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2014년 ISIS는 이라크의 한 산에 수천 명의 야지디족을 고립시켰다. 미군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공중 수송 작전을 고려했지만 작전의 위험성이 너무 컸다. 얼마나 많은 적들이 무기를 소지하고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작전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고, 지원군은 도착하지 않았다. 그 결과 수천 명의 야지디족이 사망하거나 노예로 팔려갔다. 드류 쿠커는 이 비극을 목격하고 이런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이미 보유하고 있던 수 테라바이트의 정보를 활용하여 테러리스트들을 막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후 국방부에서 높은 직책을 맡게 된 쿠커는 인공지능을 군사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애를 썼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 국방 분야 AI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대부분을 운영하고 있는 팔란티어를 군 내부로 처음 끌어들인 인물도 드류 쿠커다. (쿠커 전 대령은 퇴역 후 JP모건에서 AI 혁신 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가 현재는 글로벌 벤처 캐피털 업체 TWG Global의 데이터 및 분석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미 국방부 인공지능 담당관인 카메론 스탠리가 지난 3월 팔란티어의 알프콘9 컨퍼런스에 참석해 메이븐스마트시스템을 소개하는 모습 (출처=팔란티어 유튜브)
 

미국의 AI 전쟁 시스템, 전 세계 전장으로 확산

프로젝트 메이븐의 초기 목표는 드론 영상 분석을 통한 정보 생성으로 단순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목표는 확장됐다. 요격 대상을 고르고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군사 작전 전반에 AI를 통합하는 운영체제 구축까지 넓어졌다. 메이븐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 약 10년이 흐른 현재,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AI 의사 결정 시스템은 미군 전 부대에 배치돼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컴퓨터 비전 기술, 대규모 언어 모델(LLM) 등이 더해지며 일별 목표물 탐지 능력은 10년 전 하루 100개에서 5천 개로 50배 증가했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지난 3월 11일 공식 발표를 통해 "우리 전투원들은 다양한 첨단 AI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들은 우리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몇 초 만에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지휘관들이 적보다 빠르게 더 스마트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준다"고 밝혔고, 미 국방부 인공지능 담당관인 카메론 스탠리는 지난 3월 팔란티어의 알프콘9 컨퍼런스에 참석해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은 미국 국방부 전반에 걸쳐 배치되어 있다. 이 시스템 단 하나로 타깃을 식별하고 행동 반응을 생성하고 실제 행동까지 실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혁신적인 변화다. 이제는 킬체인을 완성하는 단계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군뿐 아니라 동맹국들도 미국의 메이븐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다. AI는 러시아군의 위치를 파악하고 우크라이나군에 정보를 제공되는 데 활용되었고, 하루 최대 267개의 목표물을 식별하는 놀라운 수준의 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나토(NATO) 회원국들 중 적지 않은 국가들도 이 시스템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다. 위성과 드론 영상을 단순 분석하는 '도구'에서 벗어나 이제는 킬 체인을 아우르는 사실상 '컨트롤러'의 역할을 AI가 감당하게 되면서 전쟁의 효율성은 높아졌고 그만큼 더 쉬워졌으며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현실화 된 전쟁 3.0시대, 기술의 발전 쫓아가지 못하는 규범

문제는 세계의 '전장'이 AI에게는 데이터와 패턴을 학습하는 '기회의 장'이 돼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전 경험을 통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며 오류를 줄여가고, 알고리즘을 재학습하며 진화하고 있는 것.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대표적인 예다. 2022년만 해도 과도기였던 미국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이 지난 3년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학습했고, 그 결과 이란 전쟁에서 공습 2주 만에 목표물 6천 개를 타격하는 '강력함'을 갖추게 됐다.

기술은 매 순간 진화를 거듭하고, 진화된 기술은 전장에서 단 몇 초 만에 생사를 가로 짓는 기준이 되고 있지만 이 기술을 어디까지 이용하고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합의된 룰(Rule)은 부재한 상황이다. 노력 자체가 없었던 건 아니다. 미국에서 '프로젝트 메이븐'이 한창 가동 중일 당시 미군 내부에서도 '책임감 있는 AI의 개발', '윤리 강령의 필요성' 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드류 쿠커가 중심이 됐던 메이븐 팀은 개발, 테스트, 평가에 더 집중했다. 당장의 기술 개발을 통해 적국보다 선진화되는 것, 더 나아가서 전 세계 전장에서 미군의 피해를 줄이는 일이 더 시급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2021년 NATO는 'AI 전략과 그에 따른 인간 통제 지침'을 통해 자율 무기 시대에 인간의 통제가 필수적임을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세우진 못했다. 각 국가별로 이해관계가 달랐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활용을 논의하는 국제회의체 'REAIM(Responsible Artificial Intelligence in the Military domain Summit)'이 발족됐고 매년 회의도 열리고 있다. (지난 2024년 두 번째 회의는 한국에서 열렸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구속력 있는 규범은 여러 이해관계가 이견을 빚으며 아직 만들어지지 못했고, 그 사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미국-이란전 등 전쟁은 더 빈번해졌다. AI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AI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온 시기와 겹친다.

미국 AI 전쟁
 

AI 전쟁 시대 '휴먼인더루프'가 가능하려면

규범의 부재는 곧 책임의 모호함으로 이어진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습하는 과정에서 이란의 한 초등학교를 이란 혁명수비대 시설로 오인하고 타격했다가 초등학생을 비롯한 180여 명의 민간인 살상이라는 피해를 남겼다. 이 피해는 AI가 과거의 지도를 기반으로 타격 대상을 오판했기 때문이다. 과거 군사 시설 일부였지만 10여년 전부터 담장을 치고 학교 시설로 써왔고, 민간인들도 모두 접할 수 있는 지도에도 학교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나와 있었음에도 AI가 갱신되지 않은 데이터를 사용해 학교를 군사 시설로 분류한 것이다. 이 비극에 대해 미국, 이스라엘 정부는 물론 이 시스템을 개발한 업체도 잘못을 시인하거나 책임을 지지 않았다. 미 국방부 지침에는 무력 사용의 최종 단계에는 '인간의 적절한 판단이 개입해야 한다' 라고 규정돼 있지만, 실제 전장에서 이 지침은 무용했다.

"2~3년 지나면 상대국도 AI를 쓸 겁니다. 상대방이 인공지능을 써서 공격 시나리오를 결정한다는 걸 내가 아는 상황에서, 내가 이걸 몇 초 동안 검토할 수 있을까요? 내가 검토하느라 주저하고 있으면 미사일이 날아오는데요. 기계가 지시하면 인간은 수동적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더 치명적이 되기 전에 규범을 만들어야 해요."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AI가 가져온 새로운 시대는 분야를 막론하고 혁신과 혼란을 동시에 가져오고 있다. 노동 시장이 그렇고 산업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쟁에서 AI는 '혼란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훨씬 더 강력하다. 단 몇 초 만에 사람의 생명과 국가의 존폐가 결정될 수도 있는 강력함 앞에서, 우리는 AI가 필수 요소가 되어버린 현대 전장에서의 '휴먼인더루프(Human-in-the Loop: 살상 무기 시스템의 목표 설정과 타격 과정에 인간이 개입하여 최종 승인권을 갖는 구조)' 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 자료]
- Katrina Manson, Project Maven: A Marine Colonel, His Team, and the Dawn of AI Warfare (2026)
-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CSIS 팟캐스트 'The AI Polucy' <Inside Project Maven and AI-Powered Warfare with Katrina Manson>
- 박은석, Military AI, 전쟁의 미래를 다시 쓰다(2026)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글로벌은 SBS
SBS 연예뉴스 가십보단 팩트를, 재미있지만 품격있게!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