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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의 길목에서 고민하는 개미들…변수는? [이브닝 브리핑]

5,6월을 가늠할 AI산업 흐름과 미국 금리

7천의 길목에서 고민하는 개미들…변수는? [이브닝 브리핑]
간밤의 악재에도 오늘(29일) 국내 증시는 상승세로 마감됐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종전의 기미는 잘 보이지 않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벌써 초연한 분위기이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매출 부진에 대한 내부 우려를 다룬 월스트릿저널(WSJ) 보도는 한국 반도체 산업과 직결된 악재였지만 시장은 선방했다. 한국 증시는 이번 주 사상 최초로 코스피 6700선을 찍었고 시가총액은 6천조 원을 돌파했다. 어느새 지수 7천 시대로 가는 길목에 섰다.

차익실현 나타난 개미..변동성 강해질 시장

하지만 개미투자자들은 부쩍 신중하다. 차익실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달 들어 지난주 24일까지 개인은 코스피에서 14조7천억 원 정도를 순매도했는데 이는 지난해 9월의 10조5천억 원 이후 최대 규모이다. 증권가에선 ‘7000 돌파는 여부의 문제가 아닌 시간의 문제’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지만 이후의 장세에 대한 전망은 조금씩 엇갈리기 시작했다. 증시 호황은 한국 경제의 활력소임엔 틀림없지만, 상장지수펀드(ETF) 자산규모가 3년 만에 4배 불어나며 400조 원을 훌쩍 넘긴 것은 이제 부담 요소이기도 하다. 여유 자산은 물론 노후 자금인 퇴직연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금융 리스크 관리도 중요한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정부도 지수 상승을 반기면서도 적지 않게 신경을 쓰는 상황이다.
 
5월 이후 하반기 한국 주식시장의 최대변수는 역시 ⓵중동의 혼돈에 따른 국제유가 고공행진, 이에 따른 ⓶미국의 금리 움직임, 그리고 ⓷AI산업 확장(투자)의 지속성, 그리고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⓸또 다른 돌발변수일 것이다. 낙관적 전망 속에도 이들 변수를 차분히 살피면서 가는 것이 개인투자자들의 숙제일 것이다.
4월29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용

반도체 사이클..AI산업 확장은 계속될까?

WSJ는 “오픈AI가 신규 사용자와 매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고 막대한 인공지능(AI) 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내부에서 우려가 일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재무를 담당하는 CFO가 매출이 빨리 성장하지 못하면 향후 AI 데이터센터 비용을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의 '제미나이'가 급성장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잠식한 사이, 오픈AI는 챗GPT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 소식에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도 급락했지만 시간외거래에서 안정을 찾으면서 이어진 한국 증시로의 충격은 제한됐다.
 
이 뉴스는 AI업체의 시설투자 비용이 미래 수익성보다 커질 수 있다는 이른바 ‘AI거품론’ 우려를 다시 키우는 것이었다. 이 흐름을 보는 시장의 시각은 두 갈래이다. 기존의 비관론, 그리고 ‘이제 옥석 가리기’국면이 시작됐다는 신호라는 일종의 낙관론이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 달 한국 시장에서 앤스로픽의 생성형 AI ‘클로드’를 이용하는 신용카드 결제액이 줄곧 1위였던 챗GPT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로드의 결제액은 기업 법인 중심의 고가요금제에서 상당 부분 발생했지만, 구글 제미나이의 결제액도 늘어난 것을 보면 오픈AI의 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올해 기업공개와 상장을 추진하는 오픈AI의 부진은 투자자들이 주목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AI 산업 전망이 나빠졌다기보다는,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무한 경쟁에서 순위가 가려지기 시작한 것일 뿐’이라는 낙관론이 여전히 우세하다.
4월29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용
오픈AI 부진 뉴스보다 AI산업 전망을 좌우할 중심 이벤트는 우리시간 내일(30)에 나올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알파벳 등 ‘하이퍼 스케일러’들의 실적이다. 특히 이들 기업들의 향후 AI관련 설비투자(CAPEX) 계획과 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수렴되는 이번 주말까지 뉴욕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자칫 AI거품론이 재 점화할 수 있다. 목요일 국내 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겠지만, 글로벌 시장의 더 정리된 평가가 수렴되는 동안 국내 시장은 사흘 휴장을 통해 지켜보게 된다.

여전한 전쟁악재 그리고 美금리 변수

국제유가는 다시 100달러 선을 넘어선 상황이다. 중동의 주요 산유국 중 하나인 UAE는 다음 달 1일부로 OPEC를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12개 회원국 중 산유량 3위인 UAE의 탈퇴 결정으로 국제 유가를 지배했던 '오일 카르텔'이 큰 타격을 입게 됐지만, 유가 하락은 나타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 공급량이 늘어도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의 장기간 고공행진은 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른 미국 기준금리 움직임은 하반기 금융시장의 최대 변수이다. 최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 대부분은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더 늦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해 2024년 5월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8.9% 급등했다. 국제유가가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될 수 있어, 현재 예상되는 9월보다 더 늦어지거나 연내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시간 30일 새벽, 제롬 파월 의장이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미·이란 전쟁의 영향을 포함한 경제 상황과 향후 방향에 대해 어떤 코멘트를 내놓을지가 중요하다.
4월29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용
자리를 이어받는 케빈 워시 신임 의장은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심각하지 않은 상황으로 진단해 트럼프의 금리인하 요구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현지 언론은 연준 이사진 다수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상황이란 점에서 연내 금리 동결을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분위기이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무산될 경우, 시장엔 악재가 될 수 있다. 케빈 워시의 취임 직후 행보가 주목된다.

한국 반도체 시샘하는 트럼프 행보는?

한국의 3월 수출은 처음으로 800억 달러를 넘었고 이중 반도체 비중은 38%나 된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전략가들은 급소를 의미하는 ‘초크포인트(choke point)’ 개념을 부각하고 있다.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도 미국·이란 전쟁 속에 강국들의 시선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행보는 우려되는 부분이다. AI산업의 확장 속에 첨단 AI가속기에선 미국이 주도권을 잡았지만, 필수적으로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력이 자국 내에 없다는 약점은 여전하다. 생산시설 상당수가 대만과 한국, 일본에 있다. 트럼프는 관세를 수단으로 아시아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영토 안에 공장을 만들도록 압박하는 전략을 펴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을 낼수록 트럼프의 눈총은 강해질 것이다. 지난해 8월 자국 수입 반도체에 대한 100% 관세율을 선언한 뒤, 일단 주머니로 다시 집어넣었던 트럼프가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호관세' 부과가 연방대법원에 의해 불법 판결을 받은 이후, 미국은 '품목관세' 전환 전략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4월29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용
알려진 것처럼, 반도체에 대한 관세 압박은 미국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자국 IT기업들의 수입 비용부담이 커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반도체 비중은 의외로 크지 않다. 중국 33%, 대만 15%, 베트남 13%보다 작은 8% 정도이다. 이는 우회수출의 구조 때문인데, 한국산 반도체는 중국, 대만 등 고객사의 생산시설이 있는 국가로 수출돼 조립된 완제품으로 미국으로 들어가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들 완제품에 관세를 높이게 되면 가격부담에 따른 수요타격의 간접 영향을 받게 된다. 또 부품 형태로 들어간 한국산 반도체에 대해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도 변수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상당수 핵심 생산 장비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들 장비가 없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생산설비 확장이 불가능하다. 결국, 미국은 이런 조건들을 이용해 미국 영토 내 생산 비중을 늘리라는 강한 압박에 다시 나설 수 있다. 비용이 커진다는 점에서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적 장세 계속될 것..정점은 이르다

큰 흐름의 변수들에도 불구하고 강세 기조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증권가에선 통제 불가능한 대외 환경에 너무 주목하기보다는 구체적 지표가 나오는 기업 실적에 주목할 것을 권하고 있다.
 
먼저, ⓵증시 대기자금은 역대 최대 규모이다. ETF 자산규모가 400조 원을 넘어서면서 퇴직연금 등 새로운 투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은 상당 기간 유동성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⓶외국인 매수의 복원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포트폴리오 조정을 마친 외국인 자금은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3조 원 정도의 순매수로 전환한 상태다. ⓷업종 순환 흐름도 나타난다. AI산업과 관련된 전력기기를 비롯해, 지정학적 변수와 관련된 조선, 방산업종의 주가 상승세가 나타나는 흐름이다. ⓸서학개미들의 국장 복귀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달 들어 27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주식을 11억6천만 달러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해외주식 양도세를 감면하는 RIA계좌에도 1조원 이상 자금이 들어온 상태이다.
 
다만, 5월 이후의 투자는 이전보다 종목 장세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투톱 기업의 실적 전망이 유효하더라도 단기간 주가 급등에 따른 부담과 차익실현 심리가 해소될 시간이 필요하다. 반도체 실적의 정점은 아직 멀었다는 지표가 우세하지만, 이를 선반영하는 주식시장의 특성상 하반기에는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큰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들의 흐름을 지켜보며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4월29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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