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이란 협상
미국의 군사적 협박과 경제적 압박 속에도 협상을 거부하는 이란의 속내가 주목됩니다.
25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예상된 2차 종전협상을 일단 외면했습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스티브 윗코프 특사를 이슬라마바드에 파견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협상을 취소했습니다.
종전협상 재개가 무산된 데에는 이란 내 군부 강경파의 타협 불가 방침이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란 혁명수비대 수뇌부가 이란 내 의사결정을 지배하면서 종전협상 진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협상을 거부하는 이 같은 강경론을 두고 이란이 시간을 자국 편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미국의 군사적 협박, 경제적 압박을 일정 기간 버텨내면 미국이 반전 여론, 정치적 악영향 때문에 먼저 타협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는 얘깁니다.
CNN 방송은 "이란 지도자들은 이란이 고통받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양보할 것이라 계산했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이란과의 전쟁이 최대 변수로 돌출할 위험을 떠안고 있습니다.
대통령 국정운영의 중간평가 성격이 있는 중간선거는 연방 상·하원 다수당과 대선을 좌우하는 주요 경합주의 주지사가 바뀔 수 있는 중대 정치행삽니다.
이란 수뇌부로서는 반전 여론,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물가상승에 대한 불만 등 미국 내 표심에 승부를 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심 때문에 타협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이란 지도부가 최대한 시간을 끌며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집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란 역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이미 장기간 제재를 버텨낸 이란 경제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미국의 해상 봉쇄가 길어질 경우 미국 경제 또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 역시 이란이 노리는 대목 중 하납니다.
영국의 이란 전문 싱크탱크 보르세바자르재단의 에스판디아 바트망헬리즈 최고경영자(CEO)는 "봉쇄가 수개월간 지속된다면 이란의 경제 전망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란은 미국 스스로 그 정도의 압력을 오랫동안 견딜 수 없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란 정권이 미국과의 전쟁을 통해 오히려 내부에 존재하던 위험을 극복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장기간 누적된 경제적 고통을 전쟁 탓으로 돌리며 정권의 실책을 정당화하는 틀이 마련됐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올해 초 민생고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로 붕괴 위기까지 몰렸던 이란 정권이 전쟁을 구실로 내부 불만을 사실상 잠재운 것으로 관측됩니다.
고유가에 급격하게 반응하는 미국 유권자들과 달리 오랜 제재를 겪어온 이란 국민은 고물가에 덜 민감한 면이 있습니다.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에 따른 석유 저장 문제도 단기적으로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선박 추적 데이터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약 3천만 배럴 규모 여유 저장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저장 한계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몇 주가량 여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란은 퇴역한 원유 운반선을 석유 저장고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박추적업체 탱커트래커스닷컴은 최근 30년 된 대형 유조선 '나샤'호가 이란 하르그섬 석유 저장 터미널로 향하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CNN은 이를 두고 유조선을 해상 저장시설로 활용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바트망헬리즈 CEO는 "이란 지도부의 전시 목표는 정상적인 경제 운영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그들의 유일한 목표는 그저 경제라는 기계가 멈추지 않고 가능한 한 오래 굴러가도록 유지하는 것뿐"이라며 "아마 그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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