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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 수사도 수사 요구도 못하는 검찰…공무원 '13억 뇌물' 불기소

보완 수사도 수사 요구도 못하는 검찰…공무원 '13억 뇌물' 불기소
▲ 검찰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사이의 '수사권 문제'로 13억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고위 공무원이 법적 처벌을 피하는 '촌극'이 발생했습니다.

처음 사건을 수사한 공수처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를 거부했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권한이 없어 의혹을 더 수사하지 못하고 불기소처분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정재신 부장검사)는 감사원 고위 간부 A 씨를 뇌물 수수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오늘(22일) 밝혔습니다.

A 씨는 전기공사 업체를 차명으로 설립해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감사 대상 건설사들로부터 전기공사 하도급 대금 등 명목으로 15억 8천여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아왔습니다.

검찰은 이 중 상대적으로 증거관계 등이 명확한 2018∼2021년 2억 9천만 원 상당의 뇌물 수수만을 기소했습니다.

감사 관련 편의를 제공해주거나, 국책사업 입찰 심사위원인 공무원을 소개해주는 대가로 3회에 걸쳐 민간 업체들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입니다.

A 씨에게 뇌물을 준 민간 건설사 임직원 3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다만 A 씨의 나머지 12억 9천만 원의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뇌물 수수 의심 정황은 분명하지만, 기소 처분을 내릴 만큼의 증거가 갖춰지지는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문제는 이런 결론이 실체적 진실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제도적 미비'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은 2021년 10월 감사원이 공수처에 수사 요청을 하며 시작됐습니다.

공수처는 2년여의 수사를 거쳐 2023년 11월 A 씨에 대해 뇌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습니다.

구속영장 기각 후 공수처는 일부 공여자 조사 이외에 추가적인 보완 수사 없이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청하면서 사건을 송부했습니다.

사건을 검토한 검찰은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공수처에 이송했습니다.

법원에서도 소명 부족을 지적했던 만큼, 공소 제기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증거 확보가 필요하다는 취지였습니다.

공수처는 그러나 "검찰의 사건 이송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라며 접수를 거부했고, 사건은 다시 검찰로 넘어왔습니다.

이에 검찰은 법원에 압수수색 및 통신 영장을 청구하면서 직접 보완 수사에 나섰지만, 법원은 검사에게 공수처 사건의 추가 수사권을 부여하는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마저 기각했습니다.

보완 수사 요구도 직접 보완 수사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간은 계속 흘렀고, 일부 범행의 공소시효 만료가 가까워졌습니다.

결국 검찰은 혐의가 충분히 입증된 일부 범행에 대해서만 기소하고 나머지 사건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제도적 한계로 인해 검사가 공수처에 보완 수사를 요구하거나 직접 보완 수사를 할 수 없어 범행 전모의 신속한 규명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보완 수사 요구권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고, 검찰 자체의 보완 수사권도 인정되지 않는 경우 발생하는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공수처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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