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해군의 유도미사일 구축함
이란의 해상 교역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봉쇄가 대체로 효과를 발휘하는 모습입니다.
이란에서 출발한 선박 일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도 했지만, 해협 밖에서 지키고 선 미군에 걸려 봉쇄망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회항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지난 13일 봉쇄를 시작한 이래 10척의 선박이 이란으로 회항했으며 봉쇄를 뚫은 선박은 없다고 16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밝혔습니다.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전날 이란 국적 화물선이 이란의 반다르아바스항에서 출발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뒤 이란 해안을 따라 이동하며 미국의 봉쇄를 피하려고 했지만, 유도미사일 구축함 스프루언스호가 화물선을 이란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관은 "미군이 중동에서 해양 우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란 항구의 봉쇄가 완전히 시행됐다"면서 "미군은 봉쇄를 시행한 지 36시간도 되지 않아 바다를 통해 이란으로 드나드는 경제 교역을 완전히 중단시켰다"고 밝혔습니다.
봉쇄 목적은 이란의 모든 해상 수출과 수입을 차단해 이란 경제를 옥죄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미군은 이란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거나 외부에서 이란으로 들어가려는 모든 선박을 막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미군은 엄밀히 말하자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하고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란 전체 해안을 봉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 동쪽에 있는 오만만 연안의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의 이동도 가로막고 있습니다.
특히 이란에서 출항하는 선박이 이번 봉쇄의 주요 표적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봉쇄를 돌파하려는 선박을 해상에서 차단할 경우 그 작전은 이란의 공격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떨어진 수출로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의도는 이란의 수출품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게 막는 것인 만큼 굳이 이란과 가까운 해협에 함정 등 전력을 두지 않고, 해협 동쪽에 있는 오만만, 또는 더 먼 아라비아해에 봉쇄망을 구축했다는 것입니다.
실제 이란에서 출항한 일부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벗어나기도 했지만, 이들은 중부사령부가 언급한 이란 국적 화물선처럼 미군의 탐지망에 걸려 동쪽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지 못하고 이란으로 회항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미국 당국과 선박 추적 업체들에 따르면 봉쇄 시행 이후 이란 연계 선박이 지역을 벗어나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면서 이란항 봉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선박 추적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Kpler)는 이란 관련 선박 몇척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와 오만만으로 진출했으나 이후 이동을 중단하거나 속도를 늦춘 것으로 보인다면서 봉쇄의 억제 효과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해군 장교 출신인 제니퍼 파커 서호주대학 국방안보연구소 겸임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봉쇄에 특정한 지리적 경계가 있는 게 아니라며 "(바다에) 물리적인 선을 그었다기보다는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군이 봉쇄를 유지하기 위해 선박 인근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파커 겸임교수는 미군이 레이더, 초계기, 무인기를 이용해 지역을 감시하면서 봉쇄를 뚫으려는 선박에 회항하라고 라디오로 지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군은 회항 지시를 따르지 않는 선박의 이동을 차단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군이 선박에 올라타 나포할 수도 있습니다.
미군은 이런 차단 작전이 이뤄졌는지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박 추적 업체들이 파악한 이란 주변 상선 이동 현황이 외신에 보도되고 있지만, 민간 업체가 선박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선박 추적은 상선에 탑재된 트랜스폰더에서 발신하는 위치 정보를 토대로 주로 이뤄집니다.
대부분 상선은 트랜스폰더를 통해 선박 이름과 위치 등의 식별 정보를 계속 발신해야 하지만, 이 지역을 항행하는 선박 다수는 트랜스폰더를 끄거나 정보를 위조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특히 이란산 원유를 실어 나르는 선박들은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라 위치를 숨기려고 합니다.
미국은 이런 선박의 봉쇄 돌파를 막기 위해 지역에 12척이 넘는 전함, 100대 이상의 전투기와 정찰기, 1만 명이 넘는 병력을 두고 있습니다.
함대는 정찰기와 전투기를 탑재한 항공모함, 해병대 수백 명을 태운 상륙함, 빠른 속도로 상선을 차단할 수 있는 구축함, 기뢰 제거 기능을 갖춘 연안전투함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한편, 출항지나 목적지가 이란이 아닌 선박은 원래부터 봉쇄 대상이 아닙니다.
중부사령부와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 13일과 14일에 이란과 관련이 없는 선박이 12척 넘게 해협을 통행했습니다.
이들 선박은 이란 반대편에 있는 오만 해안에 붙어 이동하며 해협 가운데에 있을 수 있는 기뢰와 최대한 거리를 뒀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미국은 에너지 교역 정상화를 위해 이란과 무관한 선박의 해협 통행을 장려하고 있지만, 선박 소유주들은 선박과 승무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항행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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