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5월 첫 비행에 나선 KF-21 시제 5호기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인도네시아에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의 시제기 1대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애초에 약속한 KF-21 공동개발 분담금 1조 6천억 원 중에 달랑 6천억 원만 내기로 했습니다. KF-21 기밀을 훔쳤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인도네시아는 북한과 방산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방사청과 KAI는 KF-21의 모든 것을 뜯어볼 수 있는 시제기까지 넘길 참입니다.
비교되는 해외 사례가 있습니다. 인도는 프랑스 다쏘의 라팔 전투기 114대를 도입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향후 자국산 무기의 체계통합과 독자적 성능개량을 위해 인도는 라팔의 소스 코드 일부를 요구했습니다. 다쏘는 매몰차게 거부했습니다. 초도비행한 지 40년이나 된 올드한 전투기를 대량 구매하겠다는데 다쏘는 소스 코드를 사수하는 것입니다.
방사청과 KAI의 화끈한 개방성, 다쏘의 고리타분한 폐쇄성 중에 어떤 것이 옳을까요. 당연히 첨단 국방과학기술은 폐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른 길입니다. 특히 정치ㆍ종교적으로 서방과 친밀하지 못한 국가에 국방과학기술을 넘기는 것은 방산의 금기입니다. 하물며 북한과 엮인 인도네시아에 KF-21 시제기를 주는 것은 말하면 입만 아픈 방산 최악의 패착입니다.
114대 팔면서 소스 코드 지키는 라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다쏘는 "기술 유출 위험이 크고, 인도와 러시아의 긴밀한 군사적 관계도 신경 쓰인다"며 소스 코드 공유를 거부했습니다. 인도는 자국산 미사일을 라팔에 체계통합하고 한참 후에 독자적으로 성능개량할 수 있도록 라팔 응용 프로그램의 인터스페이스 정도라도 공유해달라고 간청하고 있지만 다쏘의 불가 입장은 단호합니다.
다쏘와 인도가 신경전을 벌이는 틈을 노려 러시아는 소스 코드 제공을 포함한 전폭적인 기술 이전을 약속하면서 SU-57E 5세대 전투기를 인도에 마케팅하고 있습니다. 다쏘 측이 보기에 러시아의 구애는 더 거슬릴 것 같습니다. 러시아와 이렇게 가까운 인도에 라팔의 속을 드러내 보여주는 소스 코드를 더더욱 넘길 수 없는 노릇입니다.
쪼그라든 분담금, 기밀유출 의혹에도 시제기 내준다?
방사청은 원래 인도네시아에 시제기 1대를 주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시제기 제공은 인도네시아 분담금이 1조 6천억 원이었을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현재는 분담금이 6천억 원으로 3분의 1 토막 났습니다. 계약을 이행 않고 푼돈만 냈는데 굳이 시제기를 인도네시아 품에 안겨야 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인도네시아 기술진들이 KF-21 기술을 훔쳤다는 의혹도 깨끗하게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 회장은 "성능 검증과 데이터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시제기는 개방형 구조여서 이리저리 뜯어보면서 정비, 개량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안만 적용된다", "시제기를 뜯어보면 설계 철학과 원리, 개발 노하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시제기의 '위력'을 설명했습니다. 송 회장은 "양산기는 운용하는 법을 알려주지만 시제기는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시제기의 인도네시아 제공을 경계했습니다.
북한과 이슬람 변수는 어찌 하리오
기밀유출 사건을 촉발시키고 분담금 납부 이행을 못한 인도네시아는 KF-21 사업에서 '을'입니다. 여기에 북한과 이슬람 변수까지 겹쳤으니까 인도네시아는 '슈퍼 을'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시제기를 줄 이유가 없습니다. 방사청은 "시제기를 줘도 보안 봉인을 철저히 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어차피 시제기는 뜯어보라고 제작한 기체여서 인도네시아는 실컷 분해해서 마음껏 분석할 것입니다.
방사청과 KAI는 KF-21 시제기 제공 합의를 재고해야 합니다. 인도네시아에 몇 대 팔자고 KF-21을 수렁에 빠뜨리는 우를 범하면 안 됩니다. 이쯤에서 궁금한 것은 "누가 무슨 생각으로 어떤 주장을 펴서 이 모양을 만들었는지"입니다. 사실, 인도네시아에 시제기 주지 말자는 의견이 방사청과 KAI 내부에 많았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시제기 제공 의사결정 과정을 면밀히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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