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1차 협상은 결렬‥이대로 끝?
협상 결렬 소식과 함께 양측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미군은 우리 시간으로 오늘(13일) 밤 11시부터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 조치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중동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령에 따라 이런 조치에 나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전쟁 재개 준비에 나섰다고 이스라엘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이란 갈리바프 의장도 "현재의 유가를 곧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아직 휴전 기간이 남았지만 벌써 중동은 다시 일촉즉발의 분위기입니다.
양측 모두 협상 타결 절실
미국과 이란도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미 밴스 부통령은 "이번에 우리의 최종이자 최선의 제안을 제시했으며 이란이 이를 수용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바카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외교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며 "이란과 미국의 시각차가 좁혀질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란이 압도적 열세인 군사력을 만회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인질 삼고 있지만 양쪽 모두 갑갑하긴 매한가지입니다. 글로벌 유가 폭등으로 미국과 전 세계 경제는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반면 이란 역시 수출길이 막히면서 국가 존립이 위태롭습니다. 일단 2주간의 휴전을 했다는 것 자체가 양국 모두 '전쟁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는 방증입니다. 양측이 명분만 확보한다면 실리적인 선에서 합의할 유인은 충분합니다.
미국과 이란, 이번 협상에서 더 절박한 쪽은?
표면적으로는 당연히 이란입니다. 이란 입장에서는 종전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장기간의 제재로 내부 경제가 고사 직전입니다. 미군이 항구 봉쇄까지 실행할 경우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실존적 위협입니다. 반면 미국에 이번 전쟁은 관리의 문제입니다. 군사와 경제에 있어 압도적 우위에 서있습니다. 전쟁이 재개돼도 이란처럼 국가 체제가 흔들리는 수준은 아닙니다. 시간은 미국의 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모든 전쟁이 다 '국가 대 국가'의 역량 비교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정권 대 정권'의 정치적 생존 계산은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양측의 처한 입장을 따져보면 조금 다른 양상이 보입니다.
'잃을 것 없는' 이란 vs '정권의 명운 걸린' 트럼프 : 이란은 이미 최악의 상황을 지나며 오히려 내부 결속의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한때 이란 국민들로부터 독재와 경제난의 주범으로 지목돼 반정부 시위의 주대상이었던 하메네이는 미군에 의해 폭사하면서 '순교자'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미국-이스라엘이라는 외세의 공격을 받자 이란의 내부적 반발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결사 항전의 목소리만 높아진 상황입니다. 전쟁을 수행하는 한 이란 군부에 반대하는 태도를 취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란 정권으로서는(이란 국민들과 달리) 전쟁으로 잃을 것이 많지 않은 것입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국외 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핵심 공약이 흔들리며 가장 강력한 지지 기반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세력으로부터 "왜 또다시 중동의 늪에 빠지는가"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가 시시각각 목을 죄어오는 상황입니다.
11월 중간선거와 '정치적 자살'의 공포 : 트럼프 대통령에게 11월 중간선거는 지금의 권력을 계속 휘두르느냐, 급격한 '레임덕'으로 빠져드느냐의 분기점입니다. 게다가 자신에 대한 사법적·정치적 공세를 막아 내기 위한 승부처입니다. 마국 민주당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까지 추진하고 있는 만큼 11월 선거의 참패는 자칫 정치적 사망 선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미 주유소 기름값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전쟁이 더 길어지면 석유를 넘어 미국 물가가 치솟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표심에 치명적인 독입니다. 게다가 핵심 지지층인 MAGA 세력조차 인내심의 바닥을 드러내고 "해외 분쟁 개입 금지"를 외치며 등을 돌릴 수 있습니다. 전쟁 장기화로 경제가 파탄 나면 민주당 주도의 탄핵 정국에 공화당 내 反트럼프 세력이 합세할 명분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정권에게 이번 협상의 성공은 '정치적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트럼프의 '여유'는 '초조함'의 반증? : 미국-이란 간 종전 협상이 벌어진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장에 가고 UFC(이종격투기) 경기를 관람하는 등 여유로운 행보를 보였습니다. 워낙 이례적이라 미국 내에서도 '엄중한 시기에 너무 한가한 거 아니냐'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블러핑, 허장성세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대내적으로는 여유로운 이미지를 연출해 지지층의 불안을 잠재우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협상용 포커페이스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이란 측이 미국의 절박함을 간파하고 몸값을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무관심을 연기한다는 것입니다.
잇따른 강공의 의미
미군이 협상 중에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 제거함을 투입한 것, 협상 결렬 뒤 이란 항구 봉쇄를 예고하고 나선 것 모두 이런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를 흔들 수 있는 전술들입니다. 다만 실제 호르무즈 통제권을 미군이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미 SBS 취재파일로 상술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군사적 움직임은 만에 하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투가 벌어질 경우에 대비해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의도도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이란의 가장 강력한 협상 카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하자는 뜻이 더 강해 보입니다.
결국 트럼프 정부는 겉으로는 강경한 '항구 봉쇄'를 외치지만 동시에 이란이 체면을 차리며 물러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주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이란의 핵이 아니라 '11월 투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정권은 이번 협상을 무산시키기 힘든 처지입니다. 미국에 있어 이번 협상의 관건은 얼마나 이란을 효과적으로 위협해 필요한 명분을 챙기고 모양새 좋게 손을 뗄 수 있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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