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 공격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공항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실수였습니다. 하지만 이를 중단하는 것은 훨씬 더 큰 실수입니다. "
현지 권력층과 연결된 아랍에미리트(UAE)의 사업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전쟁을 멈추고 휴전 협상에 나선 것을 우려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국 일간 텔레그레프는 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이 애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전쟁 시작도 원치 않았지만 이란이 전쟁 전엔 없던 호르무즈 해협 무력 통제권을 가진 채 전쟁이 끝나는 상황을 더욱 불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걸프국 당국자들과 기업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성급하고 혼란스러운 휴전이 이란이 지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전쟁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걸프 지역이 더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돼 결국엔 투자자들이 떠나고 지역 안정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이들은 우려합니다.
UAE, 사우디, 카타르, 바레인 등 부유한 걸프 산유국들은 이번 전쟁에 휘말려 들어가 이란의 무차별 보복 대상이 돼 큰 피해를 봤습니다.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들은 일대의 미군 기지와 시설뿐만 아니라 걸프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와 상업·주거 지역까지 겨냥했습니다.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와 가스를 오랫동안 팔지 못했습니다.
이란의 공격에 정유 시설, 액화천연가스(LNG) 액화 시설 등 핵심 에너지 인프라도 대거 파손됐습니다.
이란의 드론, 미사일 파상 공세에 대처하느라 패트리엇 등 값비싼 방공 미사일을 소진해 향후 방공미사일 재보충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합니다.
텔레그레프는 이처럼 걸프 국가들이 입은 가시적 경제 손실 규모가 수백억 파운드(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런 가시적 경제적 피해 못지않게 뼈아픈 것은 지역 안정을 기반으로 한 미래 경제 비전이 심각하게 훼손된 점입니다.
텔레그레프는 "다른 비용들은 만회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며 "안정적 지역이라는 걸프 지역의 평판은 큰 타격을 받았고, 투자자 신뢰는 물론 관광객과 부유한 외국인 거주자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런 탓에 걸프국 사이에서는 이란이 미국에 패배하지 않고 단지 전보다 군사력이 약화한 채로 남는 것은 오히려 지역 미래에 불안만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시작한 것도 원치 않았지만, 이왕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는 차라리 미국이 결정적 승리를 거둬야만 지역의 안정 회복이 비로소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배경입니다.
유세프 알 오타이바 주미 UAE 대사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단순 휴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이란의 모든 위협을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결정적 결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너지 수출부터 식량과 생필품 수입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지하는 걸프국들에 이란이 전쟁 전에 갖지 못한 해협 통제권을 갖고 '통행료'까지 걷겠다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고문 안와르 가르가시는 "호르무즈 해협은 어떤 국가에도 인질로 잡혀서는 안 된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가 휴전 합의의 필수 요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걸프국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이란과 '합작'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걷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까지 밝힌 상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ABC와 통화에서 "우리는 이를 합작사업(joint venture)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생각해보고 있다"며 "이는 해협을 보호하는 동시에 다른 많은 세력으로부터 해협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란이 전쟁 배상금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미국이 걸프 지역의 에너지 수출국들과 세계 주요 수입국들에 이란 재건 비용을 전가하는 한편, 미국 역시 여기에 편승해 '큰돈'을 벌어보겠다는 심산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처럼 걸프국들이 이번 전쟁의 시작부터 종전에 이르기까지 당혹스러운 상황에 연거푸 맞닥뜨리고 있지만 여전한 이란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가 공개적으로 미국에 불만을 드러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텔레그레프는 "워싱턴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 지역 정부들은 여러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란을 억제할 수 있는 국가는 결국 미국 뿐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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