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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계…청와대 오찬과 국회의 살풍경 [이브닝 브리핑]

두 세계…청와대 오찬과 국회의 살풍경 [이브닝 브리핑]
오늘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7개월 만에 만났습니다.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입니다. 정확하게는 지난해 9월 8일 이후 211일 만입니다. 지난 2월 12일에는 회담 1시간 전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청와대 회동이 무산되기도 했었죠. 26조2천억 원 규모의 추경과 이란전쟁 관련 민생 대책, 개헌과 행정통합 문제 등이 의제였습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청와대 본관 계단 앞에서 있었던 기념촬영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자리한 두 여야 대표에게 "두 분이 요즘도 손 안 잡고 그러는 것 아니죠. 연습 한 번 해보세요."라고 말하며 양 대표의 손을 가져다 맞잡게 하고 자신의 손을 포갰습니다. 이 대통령은 상생 정신을 상징하는, 파랑과 빨강이 섞인 넥타이를 매고 있었습니다.
두 세계...청와대와 국회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추경 항목 중 교통방송 TBS 지원과 관광진흥예산 등을 두고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장동혁 대표가 먼저 발언하고 정청래 대표가 이어서 말했는데, 반박하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그러자 이재명 대통령은 "약간 억울하시죠. 제가 나중에 발언하겠다."라면서 여야 대표가 번갈아 대화하라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서로 '꿈틀꿈틀' 신경을 긁는, 뼈있는 발언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정치인들의 대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제가 빈말로 하거나, 사진만 찍고 선전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야당은 야당대로 역할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지적할 것은 지적하고, 부족한 것은 채워 달라. 저희가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장동혁 대표도 대체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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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 특위의 살풍경

반면 비슷한 시간 국회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에선 여야 정치권이 살벌하게 충돌했습니다. 민주당은 진술 회유 의혹이 있는 박상용 검사를 변호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을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박 검사 선서 거부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박상용 검사와 서민석 변호사의 녹취를 연일 공개하고 있는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 3일 박 검사가 선서를 거부하고 퇴장한 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 회의장 밖에서 얘기를 나누는 사진을 들고 "(박 검사) 대변인 노릇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박 검사와 작전회의를 할 것이면 빨리 나가라"고 각을 세웠습니다. 추가 녹취록 공개도 예고했습니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의 발언은 조금 더 거칠었습니다. 박 의원도 같은 사진을 들고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쪽팔리지? 김건희, 윤석열, 이단 목사 전광훈에게 의지하고 극우 유튜버 전한길에게 의지하더니 이제 박상용이 너희 살길이냐. 정신차려. 똑바로 해"라고 소리쳤습니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이 박 의원에게 다가가 "말을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두 세계...청와대와 국회
윤상현 의원도 반박에 나섰습니다. 특히 녹취와 증언거부로 논란을 빚고 있는 박상용 검사를 '의협심 있는 검사'로 추켜올렸습니다. 윤 의원은 "작전회의를 한다면 국정조사장 앞에서 하겠느냐? 의협심 있는 검사가 입법 독재 권력에 맞서 싸우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고, 잠깐 만나 인사만 나눴다"고 했습니다. 법무부가 박 검사의 직무를 정지시킨 데 대해서도 "비위 사실이 통보되고 소명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그런 절차 없이 징계가 됐다"며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고성을 주고받다가 결국 1시간 만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중도 퇴장했는데, 곧바로 국민의힘 단독의 '민주당 공소취소, 재판조작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이 청문회에는 박상용 검사도 참석했습니다. 민주당은 청문회라는 명칭 자체를 쓸 수 없는, 국민의힘 정치행사일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현직 검사 신분인 박 검사가 국민의힘 행사에 참석한 것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린 행위로 수사와 징계 대상에 해당한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두 세계...청와대와 국회

같은 날 두 세계...청와대와 국회

악수와 설전, 협치와 대치. 동전의 앞뒤면처럼 연결된 정치권의 두 속성이기는 합니다. 추경과 개헌이라는 현안을 놓고 협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검찰 수사와 관련한 국정조사는 여야 모두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의 장이기도 하지요. 더구나 지방선거가 두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작용했을 듯합니다.

하지만 두 모습이 같은 날 동시에 나타나는 건 이른바 국민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힘든 초식입니다. 전쟁 대응과 민생 보호를 위해 협치의 장을 마련하기로 했다면, 오늘 하루 정도라도 싸우는 모습을 자제하는 게 마땅합니다. 정부 여당이라면 메시지 관리 차원에서라도 날을 달리하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야당으로서도 청와대 오찬에 응해 놓고 같은 날 국회에선 단독 청문회로 각을 세우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정치는 메시지라고 하죠. 메시지를 통한 국민과의 대화라는 정치의 본령이 갈수록 약화하는 느낌입니다. SBS 8뉴스를 비롯해 오늘 각 방송사 저녁 뉴스, 또 내일 아침 신문들에 두 소식이 사진과 함께 나란히 나왔을 때, 국민들은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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