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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가루 속 10시간" 폐 망가졌는데…"재감정해야"?

<앵커>

5년 전 쇳가루가 날리는 금속 공장에서 일하던 한 이주노동자가 폐질환 판정을 받고 산재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이후 소송 과정에서 해당 질환이 작업 환경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학적 판단까지 나왔는데도, 근로복지공단은 재감정을 신청했습니다.

제희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방글라데시 출신 아지트 씨는 5년 전 경기도의 한 금속 공장에 취업했습니다.

공기 중 쇳가루가 눈에 보일 정도인 환경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일했는데 회사는 방진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아지트/2022년 9월 9일 SBS 8뉴스 : 나 이거 마스크 체인지 해 줘요. 바꿔주세요. 바꿔주세요. 이렇게 말했어요. 안 줬어요.]

일한 지 여덟 달 만에 간질성 폐질환을 얻은 아지트 씨는 치료비와 생계가 막막했고, 산재 인정이 마지막 희망이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담배를 피운 적이 있고 금속 분진 노출량이 적다고 판단해 병과의 인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재심사 청구도 기각되자 아지트 씨는 재작년 산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1년 6개월 넘는 소송 끝에 최근 법원이 지정한 감정의가 폐 안에서 미세 금속 먼지가 검출됐다며 '작업장 분진으로 인한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승소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근로복지공단은 다른 전문의 소견도 들어봐야 한다며 '재감정'을 신청했습니다.

[김현주 교수/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 박리성 간질성 폐질환은 약물이나 실리카, 알루미늄 등에 의해 생긴다고 알려져 있고 (환자) 폐 조직에서도 이 물질들이 검출되었다는 점에서 업무 관련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공단이 소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최정규/변호사 : 산재보험은 노동자가 다쳤을 때, 아팠을 때 국가가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약속이다. 이미 충분한 의학적 판단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유리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하는 감정 쇼핑에 불과하다.]

근로복지공단은 "소송을 지연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며 의학적 쟁점을 확인하기 위해 재감정을 신청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소지혜, 디자인 : 이예솔·김예지·이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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