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창민 감독
지난해 11월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김창민 영화감독이 폭행당해 숨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경찰과 유가족 등에 따르면 김창민 감독은 지난해 10월 20일 새벽, 아들과 함께 경기 구리시의 한 식당을 찾았습니다.
유가족은 "자폐 성향이 있는 아들이 갑자기 돈가스를 먹고 싶다고 해서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식사 도중 다른 테이블 손님과 소음 등 문제로 시비가 붙었고, 이후 몸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주먹에 맞아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김 감독은 약 1시간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경찰은 김 감독을 폭행한 남성 A 씨를 특정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이를 반려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유가족의 요청과 검찰이 요구한 보완수사를 거쳐 상해치사 혐의로 A 씨 등 2명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경찰은 결국 지난주 사건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유가족은 "사건 발생 현장 근처에 대학병원이 있었는데 이송이 1시간이 지체되며 결국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피의자가 여러 명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1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나중에야 2명을 특정해 영장을 신청했는데 그것도 기각되는 등 수사가 부실하고 수개월째 지연됐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어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났는데 아들을 죽인 범인은 자유롭게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며 "오랫동안 영화판에서 어렵게 활동하다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감독은 병원으로 이송된 뒤 지난해 11월 7일 뇌사 판정을 받았고,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나눈 뒤 서울 강동성심병원에서 숨졌습니다.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두레자연고를 졸업했습니다.
2013년 영화 '용의자' 소품 담당을 시작으로 '대장 김창수'(2017), '마약왕'(2018), '마녀'(2018), '비와 당신의 이야기'(2021), '소방관'(2024) 등에선 작화팀으로 참여했습니다.
또, 2016년 '그 누구의 딸', 2019년 '구의역 3번 출구'를 연출했습니다.
'그 누구의 딸'은 성범죄자를 아버지로 둔 딸이 주변 시선을 피해 이사를 가는 내용을 담은 작품으로, 2016년 경찰 인권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구의역 3번 출구'는 조정 기간 6개월 이후 만난 부부가 합의 이혼 뒤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과정을 그린 단편 영화입니다.
이 밖에도 '보일러', '회신' 등 작품을 내놨습니다.
'회신'은 올해 전주국제단편영화제와 서울한강국제영화제 상영이 예정됐지만, 김 감독은 초청 감독에 대한 영화제 쪽의 처우를 문제 삼아 상영 철회 보이콧을 벌였습니다.
이 작품은 결국 고인의 유작이 됐고, 장례식장 영정 앞에는 시나리오가 놓였습니다.
고인이 다니던 박용규 목사는 "본인이 힘들더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며 "누구에게든 자신의 100%를 줬던, 정의로운 친구"라고 추모했습니다.
유가족 측은 "고인이 오랫동안 영화판에서 기초를 쌓아 올려 사망 직전 비로소 인정받고 있었고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완성된 여러 시나리오도 많아 너무 안타깝다"며 "아빠를 떠나보내고 세상에 남은 고인의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전했습니다.
(SBS 디지털뉴스부/사진=김창민 감독 SNS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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