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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 전쟁하며 '예수 이름으로'…위헌·규범 파괴 논란 확산

미 국방, 전쟁하며 '예수 이름으로'…위헌·규범 파괴 논란 확산
▲ 19일(현지시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워싱턴 국방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이란과 전쟁에서 종교적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습니다.

WP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25일 국방부에서 진행한 기도에서 "우리 병사들이 자비를 베풀 가치가 없는 자들을 향해 압도적인 폭력을 가하기를 기도한다"며 "우리는 위대하고 강력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담대한 확신을 가지고 이를 간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슬림이 다수인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예수의 이름으로' 전쟁에 임하겠다고 사실상 공언한 것입니다.

동시에 헤그세스 장관은 국방부 내에서 적극적인 기독교 '전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WP가 전직 고위 군 관계자 등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실제로 헤그세스 장관은 매달 국방부에서 복음주의 예배를 주최하면서 본인이 속한 소규모 기독교 교파의 성직자들을 설교자로 초빙하고 있습니다.

설교자 가운데는 '여성이 투표권을 가져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목사도 포함됐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헤그세스 장관의 '예수' 발언 직후 군종 장교들의 계급장을 종교적 휘장으로 대체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헤그세스 장관은 또 장병들의 종교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행정코드 분류가 "과도하다"며 한꺼번에 수십 개 코드를 삭제했습니다.

소수 종교를 사실상 군 관리 대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육군의 그간 운용해온 '정신 건강'(Spiritual Fitness) 지침도 종교적 진리 대신 병사들의 자기관리에 치중했다는 이유로 폐지됐습니다.

헤그세스 장관의 개인 소셜미디어 역시 반대 세력을 '하나님의 적'으로 규정하고, 기독교가 미국인의 삶을 지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WP는 지적했습니다.

십자군의 문양 등 기독교 극단주의를 의심하도록 하는 문신이 몸에 빼곡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전직 군 고위 관계자들은 이러한 헤그세스 장관의 운영 방식이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를 명시한 미국 헌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국무장관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퇴역 육군 대령 래리 윌커슨은 "미군은 종교와 관련해 평정심, 공정함, 정의라는 말이 어울리는 놀라운 여정을 걸어왔지만, 헤그세스의 행동은 이 모든 것을 매우 빠르게, 전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랜디 매너 전 주방위군 부사령관은 최근 헤그세스 장관과 종교적 뜻을 같이하지 않는 사람들이 "소외되고 있다"며 "직원회의에 초대받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십 년간 국방부에서 근무한 한 고위 군무원은 "끔찍한 상황"이라며 "만약 군인들이 '하나님은 우리 편'이라 믿도록 훈련받는다면, 이들이 승리를 위해 무슨 일을 하든 누가 막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합참의장 보좌진 출신 관계자는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상대방의 목구멍에 밀어 넣는 일에 찬성할 수 없다"며 "최상층 지휘부가 (군사) 작전을 지나치게 기독교적인 어조로 표현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우리 군인들이 지키겠다고 맹세한 그 자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종려주일(부활절 직전 일요일) 미사에서 "전쟁을 벌이는 이들의 기도는 거부당할 것"이라며 "예수는 전쟁을 거부하고, 누구도 전쟁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정한 인물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란에 대한 미군의 살상행위가 파괴적 효과를 내기를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한 헤그세스 장관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와 관련, 킹슬리 윌슨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는 예배를 주최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WP에 밝혔습니다.

윌슨 대변인은 "국방부 예배는 100퍼센트 자발적이고 결코 의무적인 것이 아니며, 참석자들의 사기를 의심할 여지 없이 높여줄 뿐 아니라 헌법적으로도 보호받는다"며 "참석 여부에 따른 어떠한 특별 대우나 차별도 주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AP, 정치학자 모니카 마크스 엑스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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