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48 카메라 앞에선 대성통곡 사죄, 뒤에선 "유족이고 XX"
03:47 위험 요소는 직원들 바로 머리 위에 있었다
05:24 개선 요구했지만 묵살한 상무
[안 갈 거야. 나도 데리고 가. 엄마도 데리고 가.]
회사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안전공업'. 하지만 저희가 취재해 봤더니, 이 안전이라는 회사의 이름이 무색하게 작업장은 위험 그 자체였습니다. 불법 증축 의혹을 받는 2.5층 휴게공간, 그리고 온통 기름 수증기, 유증기로 가득 찬 공장 안,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물질을 작업자들의 휴게공간 위에 바로 보관하던 그곳. 저희가 취재한 뒷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1. 카메라 앞에선 대성통곡 사죄, 뒤에선 "유족이고 XX"
저희 사회부 단독 보도 중에 가장 큰 호응을 받았던 기사는 손주환 대표의 막말 녹취를 폭로한 보도입니다. 현장에서 저희 취재진이 접촉하게 된 전현직 직원들로부터 해당 녹취 파일을 제보받았습니다. 분향소를 찾아 고개를 연신 조아리며 늘상 슬퍼하는 모습을 보였던 대표는 정작 유가족과 언론이 없는 곳에선 전혀 다른 행태를 보였습니다. 사고 수습이 한창이던 지난 24일, 대표는 불이 났던 문평동 공장 말고, 분점처럼 쓰는 대화동 공장에 임직원들을 불러모았습니다. 당시에는 참사 상황에서 살아남은 직원도 있었다고 합니다. 사고 수습을 의논하는 자리였는데 대표는 대뜸 언론 보도에 대한 불평부터 쏟아냈습니다.
[손주환/안전공업 대표이사 : 야, 어떤 X이 (기자랑) 만나는지 말하란 말야. 뉴스에 뭐 '사장이 뭐라고 큰 소리 치고 후배들에게 얘기한다'고 하는데 거기에 대한 (회사의) 변명(해명)이 전혀 없는거야.]
대표의 언성은 점점 높아지더니, 사고의 원인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도 했습니다.
[손주환/안전공업 대표이사 : 이번에 타 죽은 사람이 누가 있는지 알아? 늦게 나온 사람이 (죽었어). 늦게 나오면 돼, 안 되겠어?]
또 현장 관리직을 '어머니'에 빗대면서 어머니가 자식을 돌보듯 주변을 살피다가 늦게 나와서 화를 당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손주환/안전공업 대표이사 : 그래서 조장·반장·리더가, 대표가 죽은 거야. 집에 어머니가 자식이 누구 불에 타 죽을까 봐 뒤돌아보다가 늦어서 죽은 거야.]
사고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발언으로 읽힙니다. 또 대표는 평소 직원들의 수동적인 업무 태도를 지적하면서 자신에게 인정을 받고 싶으면 능동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하는데 이를 '셀프 서비스'에 빗대서 설명했다고도 합니다.
[손주환/안전공업 대표이사 : 우리 회사 생활 방침이 뭐야? 그 개인 실적이야. 내 능력 내가 키워야 셀프 점수 따는 거야.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맥도날드 그거 하면, 자기가 시켜 먹어.]
위로가 필요한 참사 상황에서 본인의 책임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엉뚱하게도 이런 경영 방침을 설파하기도 했습니다. 또 숨진 특정 직원의 실명을 언급하기도 하다가 끝내는 책임자로서, 사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까지 뱉어버립니다. 유족을 상대로 욕설을 퍼부은 겁니다.
[손주환/안전공업 대표이사 : 뭘 가만히 있어봐. 유가족이고 XX이고 간에!]
언성이 높아지니 이건 아니다 싶었던 다른 직원이 유족들을 만나러 가야 한다고 제지하자 그 직원에게 이것 좀 놔보라며 던진 말입니다. 저희 보도가 나간 이후에 대표는 이 모든 막말에 대해서 사과하고 인정하고 유족들에게 고개를 숙이기는 했습니다. 지금까지 본인에 대한 어떤 의혹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던 태도와 상반됩니다. 하지만 핵심적인 질문은, 의혹은 여전히 피해가고 있었습니다.
2. 위험 요소는 직원들 바로 머리 위에 있었다
회사 대표자의 인격도 큰 문제였지만 이 공장 자체가 굉장히 불법적인 방식으로 운영된 것처럼 보이는 의혹들이 상당수 발견돼서 저희가 단독 보도로 여럿 전해드렸습니다. 특히 이 회사의 문평동 공장은 본관과 별관인 동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불은 동관에서 났습니다. 이 동관 3층엔 허가를 받지 않고 설치된 나트륨 정제소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회사는 나트륨 원석을 정제해서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인 공정 중의 하나였던 걸로 보입니다. 그래서 작업상의 편의를 위해 별관, 동관 3층 주차장 옆에 임의로 정제소를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 나트륨이 물에 닿으면 바로 폭발할 수 있어서 굉장히 위험한 물질이기 때문에 이렇게 보관하거나 정제하는 관련 시설을 만들 때 위험물안전관리법상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그런 허가 없이 임의로 설치했었던 겁니다. 또 이 나트륨 정제소는 지금 직원들이 계속 쉬었던 것으로 보이는 복층, 2.5층 휴게공간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직원들은 이 위험 요소를 늘 머리맡에 이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가 구청에게 관련 내용을 물어보니 구청은 이건 소방의 관할 범위이지, 환경청의 관할 범위이지, 우리의 것이 아니라면서 사고 발생 전까지 나트륨 정제소의 존재에 대해서 몰랐다고 시인했습니다. 이 나트륨 정제소가 불길을 키운 원인일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3. 개선 요구했지만 묵살한 상무
그 밖에 이미 기사로 많이 나왔던 절삭유 유증기, PVC 파이프, 낮은 안전 펜스 등 화재를 방지해야 할 여러 장치 그리고 기계 설비들이 그 관리 자체가 엉망이었다는 것이 수차례 문제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런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서 직원들이 개선해 달라고 요구를 안 했던 것은 아닙니다.
[A 씨/안전공업 전 직원 : 사람 다리 무릎 정도, 이 높이밖에 안 돼요. 안전 펜스나 그물망을 설치를 이렇게 좀 해야 될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이제 요청을 한 거죠.]
그런데 이 회사 대표의 딸 손 모 상무가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이런 요구들을 묵살했던 것으로 저희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 회사는 가족 회사입니다. 그래서 대표가 밖에서 사업을 따오는 일을 하고 손 모 상무, 딸이 예산을 짜는 등 내정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런 딸들이 직원들의 거듭되는 안전 개선 요구를 무시하고 묵살해왔던 겁니다. 저희가 만난 직원들 일부는 1년에 한 번씩 회사는 안전 관련 건의 사항을 취합받기는 했는데 실질적인 변화나 피드백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사고 관련자 50여 명에 대해서 조사를 마쳤고 손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6명에 대해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들에게 적용하려고 검토 중인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입니다. 노동부는 진작에 손 대표에 대해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소방특별사법경찰 특사경도 이 대표를 위험물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을 검토 중입니다. 저희가 전해드렸던 막말 녹취 폭로 보도는 사장이 평소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단순히 참사 이후에 당황해서 순간적으로, 일시적으로 이런 실언이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평소 이 사람이 회사, 직원, 안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6분간의 녹취였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은 이 상황을 개선하려 했습니다. 노조와 직원들은 끊임없이 회사에 목소리를 냈고 충분한 그런 위험 신호가 있었음에도 회사는 돈을 이유로 개선 요구를 묵살해 왔습니다. 이들의 안전 불감증, 영리우선주의, 직원에 대한 무책임함, 비인간성 이 모든 것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인재입니다.
(취재 : 김민준,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류지수,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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