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진범은 누구인가 -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라는 부제로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에 대한 진실을 추적했다.
지난 2009년 7월, 순천에서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신 여성이 사망했다. 그리고 얼마 후 검찰은 일명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피해자의 남편과 딸이 음독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 발표했다.
특히 부녀가 오랜시간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이 범행 동기라 밝히며 사건은 충격을 안겼다. 이에 백점선 씨는 무기징역, 백희정 씨는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12년이 지난 날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부녀는 형기를 다 채우기 전에 출소를 하게 되었다. 두 사람의 재심이 결정되며 형 집행이 정지되었던 것.
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는 재판에 제출되지 않고 순천지방검찰청 325호 검사실에 봉인되어 있던 4천 장의 문서를 전부 분석하여 부녀의 무죄를 입증해 낸 것.
박준영 변호사는 해당 사건에 대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짓밟고 실적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인권과 존엄에 대해 처참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기록 속에는 담당 검사와 수사관이 중요 정보를 직접 진술하고, 부녀가 원하는대로 진술을 하지 않으면 수정을 하기도 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또한 딸에게는 "아버지가 모든 혐의를 너에게 떠넘기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결국 너 혼자 다 덮어쓸 거다"라고 아버지를 모함하며 "아버지와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라고 거짓 주장을 하도록 종용했다.
모두 거짓된 정보였지만 수사관의 압박에 허위 자백을 한 백희정 씨. 전문가는 백희정 씨의 심리상태에 대해 "굉장히 주변의 평가 시선을 신경쓰는 사람이다. 매우 순응적이고 수동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시키는 대로 하는 착한 아이 역할을 자처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용의자의 취약함을 이용한 검사와 수사관. 해당 검사는 비슷한 시기 범인들의 자백을 받아 굵직한 사건을 해결해 주목받았는데 순천 청산사리 막걸리 사건 또한 비슷한 케이스였던 것.
검찰 조사 이틀만에 희정 씨의 자백을 받아낸 검찰은 이후 백점선 씨에게서도 자백을 받아냈다. 본인 손으로 집 앞에 놓여있던 막걸리를 옮겨놓은 것 때문에 아내가 죽었다며 자책감이 심했던 백 씨. 특히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의사표현에도 서툴렀던 백 씨의 취약함을 수사관들은 이용했다.
전문가는 "자신감없고 부적절한 느낌이 심하다.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외부의 압력에 의해 쉽게 부러진다. 자기를 남들에게 내세우고 자기의 상태를 남에게 언어로 설명해 내는 것에 경험이 별로 없는 분 같다"라며 백 씨의 심리 상태를 분석했다.
딸이 범행을 인정했다는 이야기에 본인도 범행을 인정한다고 밝힌 백 씨. 그는 딸의 성향을 알고 있었기에 딸이 왜 허위 자백을 했는지 알았던 것. 결국 그는 본인이 일방적으로 딸을 성폭행했다며 모든 것을 덮어썼다. 그렇게라도 딸을 지키고자 했던 것.
한 가족을 완전히 망가뜨린 수사관들. 이들은 권한을 남용해 순박한 사람들을 악랄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2022년 재심 청구에 대해 법원은 재심 개시를 선언했고 그와 동시에 부녀에 대한 형 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재심이 진행되기도 전에 형이 집행이 정지된 것은 대한민국 최초의 일.
75세가 된 백점선 씨는 용기를 내어 카메라 앞에 앉았다. 지금도 아내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는 그는 여전히 자책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41세가 된 백희정 씨. 그의 진짜 이름은 백영주였다. 사건 후 처음 용기를 낸 그는 "교도소 안에서 힘들었다. 엄마 죽인 사람 아니냐고. 내가 말해도 안 믿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아버지까지 범죄자가 되었다며 죄책감에 눈물을 보였다.
박준영 변호사는 검사가 봉인한 수사 자료들 속에서 두 사람이 결백한 증거를 찾아냈다. 검사는 사실관계를 왜곡하기 위해 두 사람이 결백한 증거들을 모두 은폐했던 것.
그리고 재심에서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재심 공판 검사는 당시 검사와 검찰수사관을 소환했다.
수사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검사가 시키는대로 했다"라며 책임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또한 당시 해당 검사는 직무상 의무 위반 및 품위 손상으로 2013년 검사직을 면직당하고 2019년에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자격 정지, 이에 징역 3년을 선고받아 재심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 막판에 모습을 드러낸 당시 검사는 "수사 기법이었다. 검사의 증거에 관한 판단 문제다"라며 자신의 행동에 뻔뻔한 모습을 보여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재심 판결에서 16년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부녀. 이들은 사건 후 처음으로 자신들이 살던 마을로 돌아갔다.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떠난 마을에서 모두가 자신들을 비난하지 않을까 두려워 떠난 가족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며 이들의 무죄 판결을 함께 기뻐했다.
방송을 통해 박준영 변호사는 자극적인 거짓에 비해 무죄 판결 사실은 주목받지 못한 것에 안타까워 하며 "지금도 검색을 하면 거짓된 기사들이 많다. 방송을 통해서 그 기사를 완전히 덮어버렸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밝혔다.
그리고 방송에서는 당시 경찰이 주목했던 용의자의 기록을 발견해 공개했다. 최 씨가 사망하기 전 다투었던 이웃 주민 도 씨.
그런데 최 씨가 사망하기 전 마을에는 비슷한 막걸리를 받은 김 씨 부부가 있었던 것. 그리고 이들 부부도 도 씨와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최 씨가 사망하던 당일, 이웃에게 전화를 걸어 수상한 이야기를 했던 도 씨. 하지만 이후 그는 경찰 조사에서 전화를 한 적 없다고 했다. 또한 오고 간다는 말도 없이 사건 이후 바로 이사를 떠나버려 마을 사람들도 모두 그를 의심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었다. 수사를 진행하기도 전에 검사가 부녀가 범인이라 발표했던 것.
부녀의 무죄 판결과 함께 지난해부터 해당 사건의 재조사에 착수한 경찰. 이에 방송은 하루 빨리 진범 검거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빌었다.
글을 배우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던 백점선 씨. 그는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왔습니다"라는 글로 모든 말을 대신해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울컥하게 만들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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