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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반대 55%, 찬성 30%…"찬성 의원, 자녀 데리고 자원하라" [이브닝 브리핑]

파병 반대 55%, 찬성 30%…"찬성 의원, 자녀 데리고 자원하라" [이브닝 브리핑]
오늘 발표된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에, 호르무즈해협에 파병하는 이슈에 대한 질문이 담겼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해협에 선박 호위를 위한 군함 파견을 요청했는데, 파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내용입니다. 결과는 '파견하지 말아야 한다' 55%, '파견해야 한다' 30%로 나타나, 25%포인트 차로 파병 반대 여론이 우세했습니다. 응답 내용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이 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로 조사원이 전화를 걸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파병 반대 55%, 찬성 30%...국힘 지지자는 찬성이 56%

지역별로 보면, 파병 '반대' 응답이 서울 56%, 인천/경기 54%, 충청 54%, 호남 61%, 대구/경북 53%, 부산/울산/경남 59%였습니다. 파병 찬성 여론이 우세한 권역은 없었고, 권역별 격차도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한국갤럽 홈페이지
눈에 띄는 대목은 지지 정당별 응답의 차이였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파병 '반대' 응답이 68%로 매우 높았는데,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파병 '찬성'이 56%, 반대가 33%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정치 성향별 응답을 보자면, '매우 보수적'이라는 응답자가 파병 찬성 60%, 파병 반대 30%인 반면, '약간 보수적'이라는 응답자는 찬성 41%, 반대 45%로 엇비슷했습니다. 정리하자면, 강한 보수 성향의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파병에 찬성한다는 답을 많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안철수·박수영·조정훈 의원, 호르무즈해협 파병 주장

파병 주장한 국민의힘 안철수, 박수영, 조정훈 의원 (왼쪽부터)
그 때문일까요? 어제 국민의힘 의원 3명이 파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호르무즈 파병을 경제와 안보 자산 확보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적극적 참여를 조건으로 신속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명시적 확답을 받아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박수영 의원은 어제 국회에서 열린 정유업계 대표 정책간담회에서 "선제적으로 우리 군의 호르무즈해협 호위 참여를 선언해야 한다"고 했는데, "다양한 분야에서 수없이 발생할 경제, 안보 등 대미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고 목소리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정훈 의원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미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파병을 선언한다면 대한민국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재명 정부는 주도권을 잃고 마지못해 끌려가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파병 찬성의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물론 권영세 의원처럼 "이 문제의 복잡성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 파병하자는 식의 주장도, 단지 이념에 기초해서 무조건 반대한다는 주장도 모두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국민의힘에 있습니다.

우선 조정훈 의원의 우려는, 일본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 약속을 하면서 파병 요구를 비켜감으로써 현실에서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견해는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핵추진 잠수함 건조 등의 이슈가 주고받기가 가능한 사안일지에 대한 회의적 반론이 있습니다. 트럼프로부터 파병 요구를 받았다는 7개 나라 가운데 파병 요구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나라는 아직 없습니다. 지금 미국이, 정확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대이란 전쟁은 미국 내 다수 여론의 지지를 못 받는 것은 물론 미국 국가대테러센터장이 전쟁에 반발해 사임하면서 트럼프 지지층인 이른바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내부에서 분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치솟는 유가를 신경 쓰면서, 이미 바다로 출항한 이란산 석유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전쟁 수행에 대한 트럼프의 의중은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호르무즈해협 파병도 요구를 했다가, 필요없다고 했다가, 다시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에 맡기자'며 파병을 요구하는 자세를 보여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작전 계획 없이 시작한 전쟁이라는 비판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로서는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 요청을 받지 않았고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뭘 달라는지도 불명확한데, 덜컥 주자고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트럼프라는 인물이 우리가 뭘 준다고, 뭘 대신 내줄지 확신할 수 있을까요? 그런 불확실성 속에 파병 장병이 맞닥뜨릴 전장(戰場)은 각종 살상무기에 전면으로 노출돼,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 해군도 들어갈 엄두를 못내는 좁디좁은 해협입니다. 베트남 전쟁에서 흘린 피로 경제를 일으킨 쓰라린 경험이 있는 한국이, 지금 다시 젊은 장병의 피를 대가로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얻자고 덤빌 수준은 아니지 않습니까?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와 일본, 캐나다, 이렇게 7개 나라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규탄하며 안전한 항로 확보를 위해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냈습니다. 파병 요구가 거부 당하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일종의 립서비스 같습니다. 군함 파견 같은 군사적 지원에 관한 내용은 없으니까요. 우리 정부도 이 성명에 이름을 올릴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이런 수준에서 정부 대응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민주 황명선, 파병 주장하면 "본인들이 먼저 자녀와 함께 선발대로 자원" 비판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파병 찬성 의견을 밝힌 것에 대해, "그토록 파병이 필요하다면 본인들이 먼저 자녀와 함께 선발대로 자원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오늘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한 발언의 일부입니다.
발언하는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어에 치킨 호크(chicken-hawk)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제대로 된 군 복무나 전쟁 경험도 없으면서 무력 충돌과 전쟁을 주장하는 자들을 일컫는 표현입니다. 치킨호크는 자신과 가족은 안전한 곳에 두고 남의 자식은 전쟁터로 내모는 용감한 척하는 겁쟁이들입니다. 우리 청년들을 전장으로 보내자는 주장을 이토록 가볍게 내뱉어도 되는 겁니까? 파병은 우리 청년들의 생명이 걸린 국가의 중대 사안입니다. 파병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고 외교 안보 국익 전반을 냉정하게 검토해야만 합니다." (황명선 민주당 최고위원, 오늘 민주당 최고위 발언 일부)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보수 정권에서 추진할 만한 사안으로 평가됐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 있었던 일입니다. 보수적 가치에 근거한 정책을 보수 정권에서 추진하면 상대 진영의 강한 반발이 있기 마련입니다. 진보 정권에서 추진했기 때문에 반발이 있었지만 일이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국정을 책임진 정부 내지 정권의 판단은 기존의 입장에 갇혀서는 안 됩니다. 국익의 관점 때문입니다. 따라서 트럼프의 파병 요구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대가 거세다고 해서, 그걸 방패 삼아 정부가 섣불리 파병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가 무역 보복이라는 키를 여전히 쥐고 있는 만큼, 우선은 공식적으로 파병 요구가 전달되는지 상황을 봐가며 현실성을 검토하는 정도로 성의를 보여야 합니다. 정부는 그래야 합니다. 국회와 정치권은 정부가 등 떠밀려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일이 없도록, 운신의 폭을 확보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파병 찬성 주장은 지금의 가변적인 전황(戰況)과는 별개로, 파병의 대가를 기대하는 단선적 견해로 보입니다. 파병 찬성을 계속 주창하려면 그 필요성과 현실성에 대해 좀 더 정교한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명이 달린 문제라 그렇습니다.

'사법 3법 영향', 긍정적 40% 부정적 28%...범여권 지지도에 비해 '긍정 전망' 적어

오늘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눈길이 가는 대목을 하나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질문 중에 '재판소원제 도입,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등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법 3법 시행이 우리나라 사법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느냐?'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긍정적' 40%, '부정적' 28%, '영향 없을 것' 9%, '모름/응답 거절'이 24%였습니다.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의 격차가 12%포인트입니다.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들 가운데는 긍정적 15%, 부정적 35%로 부정적 시각이 우세했습니다.
출처: 한국갤럽 홈페이지
이와는 다른 문답인 정당 지지도를 살펴봤습니다. 민주당 46%, 국민의힘 20%, 조국혁신당 3%, 진보당 1%, 개혁신당 2% 등이었습니다. 사법 3법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정당이 추진했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반대했던 사안입니다. 찬성과 반대 정당들을 묶으면 50% 대 22%가량 됩니다. 범여권 정당 지지도에 비해 긍정적 전망 40%는 10%포인트가량 적습니다. 진보 성향 정당들과 보수 성향 정당들의 지지도 차이가 28%포인트 정도 되는데, 사법 3법의 영향에 대한 전망 차이는 그보다 작은 12%포인트였습니다. 진보 성향 정당 지지자들 가운데 사법 3법의 영향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이 적잖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연령별로 보자면 '20대 이하'에서 긍정적 전망이 30%, 30대가 25%, 70대 이상이 22%로 전체 응답치와 차이가 있었습니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변적인 세대입니다. 사안별로 지지를 할 수도,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것이겠죠. 사법 3법에 대해서는 이 세대들의 비우호적 시선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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