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이 진주만 언급하자 눈이 커진 다카이치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언급한 데 대해 일본 언론 등에서는 불만 어린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이날 다카이치 총리와 나란히 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기자로부터 왜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에 이란 공격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우리는 너무 많은 신호를 주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서프라이즈(surprise·깜짝 놀랄 일)를 원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누가 일본보다 서프라이즈를 더 잘 알겠나. 당신은 왜 나에게 진주만에 대해 말하지 않았나"라고 말했습니다.
진주만 공습은 1941년 12월 일본이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 공격함으로써 미국인 2천4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사건입니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된 계기가 돼 일본에 있어서는 전쟁에서 패하는 원인을 제공한 결정적 실책이자 뼈 아픈 과거사로 여겨집니다.
이 때문에 그간 미국 정상들 사이에서는 동맹국인 일본과 관계에서 사실상 '금기어'로 여겨지던 진주만 공습을 트럼프 대통령은 뼈있는 농담으로 삼은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진주만 발언에 그 옆에 앉아있던 다카이치 총리는 무척 당혹스러운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놀란 듯 눈이 커졌으며 무릎 위에 손을 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호흡하는 듯하거나 시종 띠고 있던 미소가 잠시 사라지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고 외신은 전했습니다.
일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진주만 공습 언급에 대해 일제히 전하면서도 그에 대한 직접적 평가는 아직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을 동맹국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간접적으로 불쾌감도 드러냈습니다.
한 전직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요미우리신문에 "회담의 공개된 부분은 매우 순조로웠지만, 진주만 공격에 관한 코멘트는 유감스러웠다"고 전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공격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동맹국 측에서는 '미국이 단독으로 마음대로 시작한 군사 공격이다'라는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산케이 신문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 시작한 이란 공격 당시 일본이나 동맹국들에 대한 사전 통지나 조율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한 (파병 관련) 협력에 유럽 동맹국 등으로부터 한층 냉담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썼습니다.
미국 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의 진주만 발언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십 년간 미국 대통령들은 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대해 가혹하게 말하는 것을 피해 왔고, 대신 2차 대전 이후 변함없는 동맹인 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고 짚었습니다.
한편,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게도 진주만 공습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18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아베 전 총리와 회담할 때 '2차 대전 당시 진주만 공습을 잊지 않는다'고 말하며 일본의 통상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영상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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