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시각장애 학생 유진이, 집에서 교재를 만드는 엄마
02:25 점자 교과서, 왜 늦어질까?
03:06 해결책은 없을까?
03:52 기사에 달린 댓글들 보니
05:14 SBS 보도 이후, 교육부 “개선책 마련하겠다”
1. 시각장애 학생 유진이, 집에서 교재를 만드는 엄마
학교에서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벌써 3주 가까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교과서를 받지 못한 학생들이 있습니다. 바로 시각장애 학생들입니다. 유진이는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시각장애 학생입니다. 망막에 문제가 있어서 1급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학교 영어 수업 시간에 다른 친구들이 교과서로 공부할 때 유진이는 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교재로 수업을 힘겹게 따라갑니다. 짝꿍의 도움을 받아도 수업을 쫓아가는 건 늘 어렵습니다.
[여기는 몇 쪽이야? (19쪽, 18쪽.) 엄마가 한 거 이거 페이지가 순서대로 안 된 것 같아.]
유진이는 아직 교과서를 못 받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점자 교과서 지급이 아직 안 된 건데요. 제가 유진이를 만난 게 3월 5일이었고 그때까지 영어와 사회, 도덕, 국어 활동, 체육 과목 교과서를 받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엄마가 임시로 만들어준 점자 교재는 정식 교과서가 아니고 말 그대로 교과서 문장만 점자로 바꾼 겁니다. 그러니까 빈칸 채우기나 스티커 붙이기 같은 활동은 당연히 없습니다.
[김유진(가명)/초등학교 3학년 : 다른 애들은 다 (교과서가) 있는데, 저만 없어서 좀 속상하기도 하고… 붙임 딱지 설명 같은 거도 거기엔 없고요.]
유진이는 몇몇 과목 교과서를 받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전체 교과서가 아니라 1, 2단원만 점자로 바꾼 분권입니다. 교과서 내용이 일부만 실려서 그 뒤 내용은 절대 알 수 없는 '쪽대본' 같은 겁니다. 유진이는 이렇게 쪽대본식으로 교과서를 받아서 5월이 돼서야 전체 교과서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분권 교과서를 주는 건 "어차피 수업은 1단원부터 나가니까, 일단 1단원 내용 먼저 주고, 2단원 진도 나갈 때 또 되는 대로 주겠습니다." 이런 논리인데요. 전체 통 교과서가 있는 비장애인 학생들에겐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유진이는 딱 1, 2단원 교과서만 있기 때문에 순서가 만약에 바뀌면 또 교과서가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앞 단원을 미리 공부하는 예습도 유진이는 아예 할 수가 없습니다.
[두지원/어머니 : (점자 교과서) 통권으로 지급을 완벽하게 다 해 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1단원 하고, 2단원 안 하고, 3단원이 연계되다 보니 3단원을 먼저 (수업)하시기도 하더라고요. 이 아이는 교과서가 또 없게 되는 거죠.]
2. 점자 교과서, 왜 늦어질까?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왜 매년 점자 교과서 지급이 늦어지는 걸까요? 보통 점자 교과서는 2월 초 일반 교과서 초판 제작이 어느 정도 끝난 뒤에야 제작을 합니다. 출판사에서 일반 교과서 PDF 파일을 점자 교과서 제작업체로 보내면 그때부터 이제 점역을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교과서에는 글자만 있는 게 아니라 그림, 그래프, 말풍선 이런 게 되게 많잖아요. 그래서 시작 자체가 늦는데 점역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이거를 언제까지 만들어서 시각장애인 학생들에게 이걸 언제까지 지급해야 한다, 이런 세부 규정이 없으니까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겁니다.
3. 해결책은 없을까?
그럼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점자 교과서 출판업체가 일반 교과서를 더 빨리 받아서, 더 빨리 점역을 시작할 수 있게 하면 됩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일반 교과서 출판업체가 이걸 빨리 만들어서 이 파일을 빨리 점자 교과서 인쇄업체에 넘겨야 하는 의무는 없습니다. 왜냐? 현행법상 교과서의 범위에 점자 교과서가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교과서의 범위 안에 점자 교과서를 포함하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합니다.
[김정환/변호사 : 장애인 학생이라는 이유로 제때 지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함께 누리는 교육권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요. 만약에 점자 교과서가 교과서의 지위를 가지게 되면 교과서가 만들어지면서 함께 점자 교과서가 만들어집니다.]
4. 기사에 달린 댓글들 보니
보도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안타까워하고 또 함께 분노했는데요. 기사에 이런 댓글들이 달려서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Q.맹학교는 어떤가요?)맹학교도 점자 교과서 지급이 늦어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맹학교라고 해서 더 빨리 만들어서 빨리 지급이 된다, 이런 건 아니고요. 학생과 선생님 모두 점자 교과서를 제때 지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맹학교의 경우는 교실의 모든 친구들이 교과서를 받지 못하면 선생님이 교과 일정을 조정한다든지, 아니면 수업을 변경한다든지 해서 조절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Q. 유진이가 일반학교에 다니는 게 문제 아닌가요? 특수학교를 다니면 되지 않나요?) 과거에는 장애 학생을 비장애 학생과 분리해서 따로 공부하는 경우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통합 교육'이 늘고 있습니다. 단순히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물리적인 통합을 넘어서 함께 공부하고 공존하는 방식을 교실에서부터 배우자는 건데요. 실제로 전국의 시각장애 학생은 1678명인데, 이 중에 17% 정도가 유진이처럼 일반 학급에서 비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학교를 나와서 사회로 진입하면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갑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또 학교에서 분리된 존재로 살아갈 이유가 없는 거죠
5. SBS 보도 이후, 교육부 “개선책 마련하겠다”
SBS 보도 이후 교육부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최근 교육부는 시각장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점자 교과서를 제때 보급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교과서 보급 일정을 단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교과서 제작에 필요한 원본 PDF 파일을 조기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점자 교과서 출판업체가 2월에 일반 교과서 원본 PDF를 받는다면 이거를 적어도 한 2~3개월 정도는 앞당기겠다는 계획입니다. 또 교과서 제작업체를 한 곳 더 늘리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국회와 협력해서 점자 교과서를 학기 시작 전에 보급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사실 취재를 하면서 굉장히 많이 속상했습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 선진국이 됐으니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좀 줄어들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줄어든 게 아니라 보지 못하는 곳에서 차별이 일어나기 때문에 몰랐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장애 학생이 비장애 학생과 함께 또 차별 없이 교육받도록 하겠다는 건 정부의 장애인 공약 가운데 하나입니다. 차별 없이 동등한 수준의 교육을 받게 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취재 : 조윤하,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윤형 , 영상편집 : 류지수 ,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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