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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만 원으로 가족 5명 생활…아빠의 거부에 '기초수급' 무용지물

140만 원으로 가족 5명 생활…아빠의 거부에 '기초수급' 무용지물
▲ 숨진 울산 일가족이 살았던 빌라

울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5명은 정부의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에 포착돼 복지 공무원이 문 앞까지 찾아갔던 관리 대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건강보험료조차 내지 못하던 극한 상황이었지만, '마지막 보루'였던 기초생활수급 신청은 가장의 거부로 끝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오늘(19일) 언론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18일) 숨진 채 발견된 30대 가장 A 씨와 그 자녀들은 지난해 3월 이미 복지 사각지대 발굴 명단에 포함돼 관리를 받아왔습니다.

당시 생활고로 직접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던 A 씨는 이후 12월까지 긴급 생계·주거지원비 806만 원과 각종 생필품, 식료품 등을 지원받으며 재기를 꿈꿨습니다.

지속적인 복지 지원으로 잠시 정상 궤도에 오르는 듯했던 이 가정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운 건 지난해 12월 무렵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A 씨는 5개월 영아를 포함해 네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둘째 딸과 셋째 딸은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인근 어린이집에 맡겼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맏딸도 하교 후에는 어린이집에서 함께 돌봤습니다.

그러나 생후 5개월 된 막내 아들은 직접 돌봤습니다.

육아와 생계를 동시에 챙기며 A 씨 건강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끔 나가던 일용직 근로조차 나가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수입원은 매달 나오는 아동수당과 부모 급여 등 14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5인 가구 식비와 월 60만 원 임대료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습니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외상을 할 만큼 경제 상황이 악화했습니다.

편의점주는 "3∼4개월 전부터 10만 원, 12만 원씩 과자랑 라면 같은 생필품을 잔뜩 외상으로 산 뒤 다음 달에 갚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종종 아이들 손을 잡고 오곤 했는데, 애들은 올 때마다 인사도 잘하고 명랑했다"며 "열흘쯤 전에 아빠 혼자 와서 과자를 17만 원어치나 사 갔는데, 그게 아이들이 먹는 마지막 간식이 될 줄은 몰랐다"고 눈물지었습니다.

건강보험료 100여만 원이 체납되는 등 다시 위기 징후가 포착되자, 지역 행정복지센터에서 지난달부터 여러 차례 가정을 방문해 기초생활수급과 한부모가족 지원 신청을 독려했습니다.

그러나 '신청주의'라는 복지제도 문턱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원받으려면 당사자가 직접 신청서를 쓰고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해야 하지만, A 씨는 매번 미온적이었습니다.

상담을 위해 찾아온 담당자들을 집 안으로 들이지 않고 "애들 밥 주고 나갈 테니 밖에서 기다리라"며 거리를 두기도 했습니다.

센터 관계자는 "젊은 나이에 수급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컸던 것 같다"며 "물품 지원은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근본적 해결책인 수급 신청에는 끝내 응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결국 지자체가 설득 작업을 벌이던 중 비극이 발생한 만큼, 명확한 위기 사유가 발생할 경우 당사자 신청 없이도 공공기관이 즉각 개입해 지원 체계를 가동하는 법적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관계자는 "제도를 몰라서 못 받은 것이 아니라, 본인의 신청 의사가 있어야 지원이 가능한 법적 한계가 있었다"며 "명확한 위기 상황에서는 신청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지원을 연계해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4시 48분 울주군 한 빌라 방 안에서 30대 남성 A 씨와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현장에서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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