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족이 살았는지 죽었는지"…튀르키예-이란 접경지 상황
제가 나와 있는 곳은 튀르키예와 이란의 접경, 카프쾨이 검문소입니다. 튀르키예는 이란과 동부 지역에 560km에 걸쳐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요. 이곳에 총 3곳의 검문소가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이란과 왕래가 많은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실제로 튀르키예 동부 도시 반과 이란 테헤란 사이에 국제열차가 딱 하나 다니는데 바로 이곳을 거쳐 갑니다. 오늘도 역시 많은 이란인들이 이곳을 거쳐서 튀르키예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란인의 경우 튀르키예 90일 무비자 입국이 가능합니다. 전쟁이 터진 이후 튀르키예가 이전에 많던 당일치기 여행객 통행을 제한하고 검문을 강화했지만, 검문소 3곳을 통틀어서 하루에만 2천여 명씩 몰려들었습니다. 제가 튀르키예와 이란의 최대 육상 무역 통로인 귀르불락 검문소도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하루에만도 1천여 대씩 트럭이 오가면서 국경 무역을 하는 곳입니다. 전쟁의 불안감에도 일자리를 버리지 못하는 많은 화물차 기사들이 이란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화물차 기사들은 안전에 대한 불안감, 또 고유가에 따른 수익 감소를 호소했는데요. 실제로 동료를 잃은 기사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샤힌/ 화물차 기사 : 하타이(튀르키예 지역) 출신 동료가 있었는데 사망했습니다. 미사일이 정확히 그의 차량에 맞았습니다. 차는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병원에 며칠 있다가 결국 시신으로 튀르키예로 돌아왔습니다.]
한 화물차 기사는 저희 취재진을 직접 찾아와서 꼭 인터뷰하고 싶다고 당부를 했습니다. 공군기지와 방공시설이 있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았던 이란 북서부 타브리즈가 고향인 분이었는데 일감 때문에 튀르키예에 왔다가 하필 트럭이 고장 나는 바람에 이란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데, 가족과 연락도 닿지 않아서 안타깝다면서 눈물을 쏟았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한국 언론이라도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도움을 청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까 전쟁의 참상이 이런 거구나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에흐산/ 이란 타브리즈 출신 : 여자형제 2명과 부모님이 있습니다. (가족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고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타브리즈(고향) 모든 것이 그립습니다. 돌아가고 싶어요.]
2. 튀르키예에도 이란발 미사일…목적은?
전쟁 발발 이후에 튀르키예에도 총 세 차례 미사일 공격이 있었습니다. 모두 이란에서 발사돼 튀르키예 영공에 진입했고 동부 지중해에 배치된 나토 공군과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의해서 격추됐다 이렇게 튀르키예군은 발표를 했었습니다.
[제키 악튀르크/ 튀르키예 국방부 대변인 : 이라크와 시리아 영공을 통과해 우리나라로 향한 것으로 확인된 탄도미사일이 동지중해에 배치된 나토의 공중 및 미사일 방어 요소들에 의해 요격됐습니다.]
튀르키예 남부 도시 아다나에는 인지를르크 공군기지가 있습니다. 미군 전술핵무기가 보관된 것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미사일 공격 당시 아다나 인근에서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번쩍이는 섬광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두 번째 튀르키예를 향한 공격이 있었던 지난 9일, 튀르키예 동남부에 자국민 여행금지령을 발령했습니다. 또 아다나 주재 총영사관 비필수 인력을 모두 대피 시켰습니다. 튀르키예도 지난 10일 이 아다나와 가까운 말라티아에 나토 패트리엇 방공 체계를 추가로 배치했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튀르키예는 이란 측에 즉각 항의를 했습니다. "책임이 있는 자를 식별하고 조치를 하라" 이란군은 터키의 주권을 존중하며 터키 영토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적이 없다는 내용입니다. 이란은 "우리의 소행이 아니다" 강력하게 부인을 했습니다. 심지어 뭐라고 얘기했냐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가장해서 공격한 것이다" 이렇게도 주장을 했습니다. 튀르키예는 이번 공격의 목적을 먼저 나토 방공 시스템의 교전 범위, 또 반응 시간을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란군의 일부 세력이 튀르키예 인즈를르크 기지가 이란 작전 군수 지원 용도로 그렇게 이용되고 있다. 이렇게 믿고 있는 것으로도 보고 있습니다. 튀르키예는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지상 침공 당시 자국 영토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다면서 이번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가 미 공군 공중급유기 보호를 위해서 분쟁 지역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튀르키예 공군기지 사용을 요청을 했다, 이런 보도가 있었는데요. 터키 측은 즉각 "이런 요청을 받은 바 없다" 부인했습니다. 튀르키예는 무엇보다 미사일 요격 주체를 나토 방어망이라고 강조를 하면서 이란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나토 동맹 개입을 부각함으로써 튀르키예를 향한 공격이 잠재적으로 나토 병력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걸 시사한 겁니다. 이란의 추가 공격에 대한 억지력을 발휘하기 위한 메시지로 볼 수 있겠죠. 또 동시에 나토를 강조함으로써 튀르키예가 지금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고 한 발 빼고 있다는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3. 중재 내세우는 튀르키예, 속내는?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중동 순방에 나섰습니다. 미국, 이스라엘, 또 이란 전쟁의 중재 역할에 적극 나서겠단 겁니다. 튀르키예는 전쟁 발발 이후에 전면전 확대를 반대하면서 외교와 대화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해왔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를 해왔는데요. 이 튀르키예는 중동과 유럽을 잇는 전략적인 요충지입니다.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도 유일한 나토 회원국이죠. 이란의 튀르키예 공격이 이어지면 나토까지 전쟁에 휘말릴 여지가 있습니다. 나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집단 방어 조항에 따라서 32개 회원국의 참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중동과 국제사회의 영향력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튀르키예로서는 최근 가자 전쟁, 우크라 전쟁 중재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데요. 이번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함께 벌였지만 튀르키예는 이스라엘을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주체로 미국을 지원과 배후 세력으로 설정을 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직접 비난에서 한발 물러난 모습입니다. 국내적으로도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많기 때문에 국내 여론 조성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공격 대상, 미국은 관리 대상임을 분명히 하면서 이런 국내적인 이점을 챙기고 있다는 모습입니다.
4. '호르무즈 봉쇄'…무역 이익도 노린다
그리고 이라크 정부가 키르쿠크-튀르키예 송유관 재가동을 시작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18일 오전 10시부터 시작을 한다고 밝혔는데요. 키르쿠크-튀르키예 송유관은 키르쿠크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를 튀르키예 지중해 연안 제이한 항구까지 운송하는 이라크의 대표적인 북부 원유 수출 통로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대안으로 선택된 거죠. 기존 이라크의 일일 수출량 340만 배럴보다는 훨씬 못 미친 하루 30만 배럴이 수송량이지만 부족하나마 수출을 재개해 보겠다는 의도입니다. 이 송유관이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정부를 거쳐와서 공격의 위험 때문에 그동안 가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쿠르드 자치정부와도 합의를 봤습니다. 쿠르드 자치정부를 경유해서 보내기로 한 건데요. 쿠르드족 상인 금수 조치 해제 방안 논의 계획을 반대급부로 제시해서 이런 계획을 합의 본 것으로 보입니다. 튀르키예는 자국과 코카서스를 통과하는 '트랜스-카스피 국제운송회랑' 이른바 '중간회랑'도 전략적으로 띄우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어서 우회 수송로가 절실한 상황인데요. 이 중간회랑은 카스피해에서 환적을 해야 돼서 비용과 효율성 면에서 떨어져 주류로 인정받지 못해 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기존 루트가 모두 흔들리게 되면서 대체 경로로 적극 띄우고 있는 겁니다. 튀르키예로서는 통과료 수익을 넘어서 중동의 원유와 공급망의 유럽 관문으로서의 에너지 허브, 또 물류 허브로서의 지위를 강화하고요. 이라크와 유럽을 상대로 한 지정학적 영향력까지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취재 : 권란,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강동철, 강시우 , 영상편집 : 나홍희 , 디자인 : 이정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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