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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무너진 삶…"집 돌아가고파" 수천 명의 눈물

<앵커>

1년 전 성묘객의 실화로 시작된 경북 의성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과 청송, 영양을 거쳐 영덕까지, 인근 4개 시군으로 빠르게 번졌습니다. 큰 불길을 잡는 데만 엿새 넘게 걸리면서 소실된 면적만 약 10만 헥타르, 서울 면적의 1.6배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기록했습니다. 인명피해도 컸습니다. 26명이 숨지고 149명이 다쳤으며 5천여 명이 삶의 보금자리를 잃었는데요. 이 가운데 3천8백여 명은 지금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은영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북 안동 임하면 추목리의 한 마을.

까만 나무들이 앙상하게 말라 있고, 불에 탔던 공장은 여전히 그날 그대롭니다.

결혼 후 이곳에서 평생을 보낸 김옥자 씨는 지난해 산불로 집과 남편, 사과나무 150그루를 잃었습니다.

[김옥자/안동 임하면 추목리 주민 : 여기 한 (사과나무) 150개. 150개 있고 저쪽에는 사과 창고가 있었어. 20평짜리 사과 창고가 있었어.]

혼자 임시 주택에서 생활한 지 1년이 다 돼갑니다.

[김옥자/안동 임하면 추목리 주민 : 내 집이라는 생각은 안 들고, 말만 하면 눈물이 나와. 조금이라도 아프면 '나 (남편을) 따라가지' 이 생각밖에 안 들어요.]

7평 남짓한 공간에서 혼자 지내는 어르신에게 명절의 의미는 달라졌습니다.

[이모 씨/의성 단촌면 구계2리 주민 : (명절에) 못 왔어. 애들이 다 올 수는 없잖아. 집이 좁아서, 애들 온다고 해도 어떻게 지내 제사를….]

지난해 산불로 집이 사라진 5천4백여 명 중 3천8백여 명이 여전히 임시 주택에서 지내고 있는데, 사용 기한인 2년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 정도에 따라 주택 재건비는 지원됐지만, 고령의 이재민들이 새집을 짓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모 씨/의성 단촌면 구계2리 주민 : 걱정이지 돈은 적고 나가기는 나가야 비워주기는 비워줘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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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신라 시대 지어진 천년고찰 고운사에도 화마의 흔적은 여전했습니다.

범종은 금이 간 상태 그대로, 완전히 불에 탄 보물 2078호 연수전은 흔적만 남았습니다.

이곳은 고운사로 올라가는 숲길인데요. 곳곳에서 밑동이 까맣게 타버린 나무들을 볼 수 있고, 이렇게 400년 된 나무도 산불로 피해를 입어 치료 중입니다.

경북 산불의 큰 상처는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아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영환, 영상편집 : 이상민, 디자인 : 이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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