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트트랙 최민정이 평창ㆍ베이징ㆍ밀라노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10년 전 최민정은 과감함이 필요했지만, 10년 후 최민정은 여유로웠으면 좋겠어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스타' 최민정(27·성남시청)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에 남을 만합니다.
최민정은 2014년 9월 고등학생 신분으로 처음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부터 꿈꾸었던 동계 올림픽에 3차례나 출전해 무려 7개(금4·은 3개)의 메달을 목에 걸어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역대 한국 선수 최다 메달리스트에 등극하는 기쁨을 맛봤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최민정은 한국 선수 역대 동계 올림픽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과 한국 선수 역대 첫 동계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금메달의 기록도 세우며 '기록의 여인'으로 우뚝 섰습니다.
기대했던 여자 1,500m에서 은메달을 수확해 대회 3연패를 달성하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이미 작성한 기록만으로도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레전드'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최민정은 평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 덕분에 '얼음 공주'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1,500m 종목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내며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난다"며 '올림픽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소속팀 후배인 김길리에게 '대표팀 에이스' 자리를 물려주기로 마음먹은 최민정은 '얼음 공주'에서 '눈물 공주'로 이미지를 바꾸며 올림픽과 작별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로부터 3주 가까이 흐르고 11일 소속사인 올댓스포츠 사무실에서 마주한 최민정은 '눈물 공주' 대신 '웃음 공주'로 또다시 변신해 남은 현역 생활을 즐겁게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에 환한 미소를 띠었습니다.
빙판 위 차가웠던 표정 대신 화사한 '풀메이크업'으로 인터뷰에 나선 최민정은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 살입니다. 현역 생활도 길어야 2~3년 더 할 것 같은 데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고 웃음을 지었습니다.
최민정은 "올해 12월까지 성남시청과 계약돼 있는데, 재계약할 예정"이라며 "제 의견을 배려해 주셔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성남시청에서 장식하려고 한다. 현역 생활을 만 30세에 맞춰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올림픽 은퇴를 이야기할 때 팬들은 최민정에게 35살에 이번 동계 올림픽에 나선 '이탈리아 베테랑' 아리아나 폰타나처럼 태극마크를 오래 달아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민정은 "한국의 조건과는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폰타나와 비교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폰타나는 한국 선수들과 달리 국제 대회 출전이 상대적으로 적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대회 출전을 선택하다 보니 아무래도 선수 생활을 더 길게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합숙 훈련도 하고 국제 대회 출전도 많다. 상황이 매우 다르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잠시 진지했던 최민정의 눈빛은 세 차례 올림픽을 거치며 쌓은 노력의 결실을 이야기하자 다시 '하트 모드'로 바뀌었습니다.
최민정은 2018 평창 대회 여자 1,500m와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2관왕에 올랐고, 2022 베이징 대회에선 여자 1,500m 금메달에 이어 여자 1,000m와 여자 3,000m 계주 은메달을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합작한 뒤 마지막 메달 레이스인 여자 1,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통산 7개의 메달을 수확했습니다.
최민정은 이에 대해 "사실 올림픽을 세 차례나 나갈 거라고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선수 생활 자체도 오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안 해봤다"며 "2018년 평창 대회도 2022년 베이징 대회도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했고, 아쉬움이 남다 보니 계속 도전해 결국 3번이나 출전해 7개의 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1,500m 개인전 3연패에 실패한 것에 대해선 "선수니까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긴 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렇게 속이 후련했던 경기도 없었던 것 같다. 그때는 눈물을 흘렸지만, 이제는 그저 기쁘기만 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한국 선수 역대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운 게 아직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며 "최다 메달 기록은 생각도 못 했다. 자연스럽게 내가 그 기록을 깨서 정말 기뻤다"고 설명했습니다.
자타공인 세계 여자 쇼트트랙의 '최강자'로 손꼽히는 최민정이 스스로 느끼는 '전성기'는 언제였을까?
최민정은 예상외로 2025년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치러진 세계선수권대회를 떠올렸습니다.
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500m에서 우승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그 시즌 월드 투어에서 우승을 못 했는데, 올림픽 직전 시즌이었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고 나서 '내가 아직 경쟁력 있고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선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최민정은 자신이 제일 원했던 경기를 치른 대회를 2022년 몬트리올 세계선수권대회로 떠올렸습니다.
당시 500m 제외한 나머지 종목에서 모두 우승하며 4관왕에 올라 종합 우승을 이룬 최민정은 "그 대회 이후로 기록이 점점 더 빨라졌다"고 돌아봤습니다.
최민정이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 정신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훈련'했습니다.
최민정은 "한창 운동 힘들게 할 때 어떤 선생님께서 '운동하다 힘들어 죽었다는 선수를 본 적이 없다'고 하셔서, 정말 죽을 때까지 운동했는데 죽지는 않았다.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고 까르르 웃었습니다.
이어 "쇼트트랙은 체력이 기본이다. 다양한 종목을 다 준비해야 하다 보니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며 "웨이트 트레이닝할 때 스쾃은 110~120㎏, 데드 리프트는 100㎏을 조금 넘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운동뿐만 아니라 성격도 최민정의 큰 기복 없는 성적을 뒷받침하는 모양새입니다.
최민정은 "'꼰대'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원리원칙을 조금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막바지, 10년 전 '최민정'과 10년 후 '최민정'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습니다.
잠시 생각에 뜸을 들인 최민정은 우선 '10년 전 최민정'을 향해 "좀 더 과감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경험도 적고 어리다 보니 불안한 게 많았던 시절이었다"라며 "일찍 태극마크를 달고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는 게 힘들었다. 학교생활도 잘 못했고,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도 많았다. 그래도 막내라 언니·오빠들이 잘 챙겨줘서 잘 이겨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10년 뒤 최민정'에겐 "모든 것에 여유로웠으면 좋겠다. 선수 생활하는 동안 너무 치열했다"며 "뭘 하고 있을지 상상이 안 가지만 더 여유로운 모습으로 쇼트트랙에 도움을 주고 싶다. 공부든 행정가든 여러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민정은 슬럼프에 빠져 성장을 멈춘 후배들을 향해서도 따스한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는 "안타까운 선수들을 많이 봤다. 노력은 많이 해도 재능이 못 따라오는 친구, 재능은 있지만 노력이 못 따라오는 친구, 또 부상이 있었던 친구들을 봤다. 사실 부상이 제일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이어 "운, 노력, 재능, 의지 모든 게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며 "일희일비하지 않는 꾸준함이 중요하다. 좋든 안 좋든 본인이 목표한 게 있으면 밀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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