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라노 패럴림픽 휠체어 컬링 백혜진-이용석 선수 은메달
금메달을 못 딴 게 아쉬워 혼자 안 울었다는 누나 백혜진 선수와 메달이 마냥 감격스럽기만 한 동생 이용석 선수.
성격은 딴판이지만 빙판 위에서만큼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 두 선수가 한국 휠체어컬링의 16년 묵은 메달 갈증을 씻어냈습니다.
백혜진-이용석 조(이상 경기도장애인체육회)는 어젯밤(11일, 한국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 올림픽 컬링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 결승에서 중국의 왕멍-양진차오 조에 7대 9로 석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비록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지는 못했지만, 한국 휠체어컬링은 2010년 밴쿠버 대회(혼성 4인조 은메달) 이후 16년 만에 패럴림픽 메달 맥을 잇는 쾌거를 일궜습니다.
경기를 마친 뒤 만난 백혜진 선수는 "우리 팀은 감독님과 용석이, 남자들만 울었다"며 "저는 금메달을 못 딴 게 아쉬워서 눈물은 안 난다"고 웃어 보였습니다.
그 옆에서 이용석 선수는 싱글벙글 웃으며 "목에 은메달을 걸고 있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너무 영광스럽고 행복하다"고 좋아했습니다.
백혜진 선수와 이용석 선수는 팀을 이룬 지 약 1년 만에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시상대에 올랐습니다.
그 비결은 남매나 다름없는 '환상의 호흡'에 있습니다.
누나만 셋인 집안의 막내 이용석 선수는 백혜진 선수를 "정신적 지주"라 부르며 따르고, 역시 세 자매 아래에 남동생이 있는 백혜진 선수는 이용석 선수를 "친동생 같은 존재"라고 정의했습니다.
이용석 선수는 "저희는 항상 경기에 들어갈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다"며 "누나가 제게 '용석아 너는 잘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고 저도 '누나도 잘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데, 그게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백혜진 선수도 "용석이가 성향이 좀 순하고, 샷도 잘하다 보니까 제가 감정적으로 기분이 조금 올라왔을 때 많이 잡아준다"며 "서로서로 보완되는 부분이 있어서 잘 맞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패럴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거치며 팀워크는 한층 단단해져, 벌써 4년 뒤 다음 대회를 기약하고 있습니다.
이용석 선수는 "나는 항상 누나와 함께하는 것이 좋고 편하다"며 "다만 누나가 다시 나를 선택해 줄지는 모르겠다"고 옆에 있던 백혜진 선수를 바라봤습니다.
이에 백혜진 선수는 웃으며 "이제는 이용석과의 호흡에 익숙해졌고 믹스더블 작전 성향도 완벽히 파악했다"며 "남편이 조금 서운해할 수도 있겠지만, 다음에도 이용석을 파트너로 택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이어 "은메달을 넘어 다음에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기회가 된다면 혼성 4인조 종목에서도 메달을 추가하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습니다.
이날 승리는 '스승과 제자'의 기록 대물림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습니다.
밴쿠버 당시 은메달 주역이었던 박길우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 지도자로서 다시 한번 메달을 일궜습니다.
박 감독은 "저희가 이 험한 파도를 넘어서 여기까지 왔다"며 "선수들은 오늘 최선을 다했고,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실력이 아니라, 단 1%의 운이 저희에게 없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가 감정적인 사람인 줄 몰랐는데 오늘은 눈물이 났다"며 "아까 경기를 마치고도 눈물이 났고, 선수들이 메달을 받을 때도 왈칵했다"고 감격스러워했습니다.
이날 눈물을 흘린 건 박 감독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선수들을 묵묵히 뒷바라지해 온 윤경선 대한장애인컬링협회 회장도 현장에서 기쁨의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윤 회장은 "백혜진 선수가 나를 '울보 회장님'이라고 부른다. 어제는 울 것 같아 일부러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며 "오늘도 눈물을 참으려 노력했지만, 그저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어 "마치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아 기쁘다"며 "임기가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으나 남은 기간에도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뒤에서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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