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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선 돌파…'지옥문 열렸다' [이브닝 브리핑]

유가 100달러 선 돌파…'지옥문 열렸다' [이브닝 브리핑]
결국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아침 7시 26분 기준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전 거래일보다 14.85% 급등했습니다. 현재 110달러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도 110달러 넘게 치솟았습니다. 2022년 이후 처음입니다. 원유 수송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사실상 시간문제였습니다. 이 때문에 산유국들은 생산 원유의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줄줄이 감산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페르시아만 안쪽에 위치한 이라크는 생산은 3분의 1, 수출은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카타르는 원유 생산이 전면 중단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내놨습니다.

국제유가
 

1. 지옥문이 열렸다.

유가 100달러는 '심리적 저항선'이자 경제의 '비용 임계점'입니다. 이를 돌파했다는 것은 전 세계가 '에너지 인플레이션'의 재점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합니다. 고물가와 저성장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협을 받게 됩니다. 석유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에는 더욱 큰 고통입니다. 유가가 100달러 넘게 유지될 경우 경제 성장률은 약 0.3%p 하락하고 물가는 1%p 이상 상승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당장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뿐 아니라 에너지 비용 증가로 거의 전 분야 물가가 도미노처럼 뛸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무역 수지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치명적입니다.
 

2. '이제 시작'이라 더 문제

더 큰 문제는 이번 에너지 위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시장의 공포는 '불확실성'에 기인합니다. 이번 전쟁 양상에 따라 아래와 같은 시나리오가 예측되고 있습니다.
 
① 낙관적 시나리오 (100~110달러): 미국과 서방의 유조선 호송 작전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며 호르무즈 해협이 부분적으로 개방됩니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이 일부라도 재개됩니다. 미국 셰일 오일 증산이 빠르게 이뤄집니다. 이렇게 지금보다 상황이 호전돼야만 100달러 초반대의 가격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② 중립적 시나리오 (120~150달러): 전쟁이 1~2개월 장기화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이 경우 이달 말 유가는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즉, 지금 상황에서 아무 변화가 없어도 100달러 중반대라는 뜻입니다.

③ 최악의 시나리오 (200달러 이상): 사우디, UAE 등 주요 산유국의 핵심 석유시설이 직접 타격을 받거나 이들까지 감산에 동참할 경우입니다. 전례 없는 원유 수급 불균형 상황이 도래합니다. 그러면 유가는 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국제유가 폭등
 

3. 트럼프 "유가 상승은 평화 위한 작은 대가"

이번 사태를 촉발한 당사자 중 하나인 트럼프 미 대통령은 국제 유가의 급등과 관련해 "평화를 위한 작은 대가"라며 대수롭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란 핵 위협의 제거가 끝나면 단기적으로 상승한 유가도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은 바보들 뿐"이라고도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G7 국가들은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 긴급 처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략비축유 방출과 셰일 오일 증산 독려 등의 대책을 강구 중입니다. 연방 가솔린세 면제도 검토한다고 전해졌습니다. 군사적 대응 방안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유조선 호위 작전을 추진 중입니다. 다국적 함대를 투입해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는 작전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이란의 해군과 공군을 무력화시켰다며 더욱 공세를 강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4. 계획은 있다. 다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미국은 이번 이란 공격의 목표가 정권 교체임을 분명히 합니다. 애초 공습 목적이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제거였고 성공했습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이란의 정권 교체에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이란은 후임 지도자로 하메네이의 차남인 모즈타바를 선출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또 다른 하메네이입니다. 오히려 전쟁 수행의 핵심인 이란 혁명수비대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며 아버지보다 더 강경하고 극단적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이란 지도부가 미국의 '무조건 항복' 요구를 거부하고 강경 대응을 택했다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끈했습니다. "하메네이의 아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아버지처럼 군사작전을 통해 제거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란 지도부 내 개혁파이자 온건파인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입지는 오히려 축소된 것으로 보입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웃 국가들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는 한 이란도 공격을 중단하는 안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덧붙여 인접국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개인적으로'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표 직후 바레인, UAE,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이 이란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란 대통령의 말빨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트럼프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란 테헤란
 

5. 짙어지는 먹구름

이스라엘이 이란의 유류 저장시설을 공습했습니다. 공습이 얼마나 대규모였는지 이란 수도 테헤란 하늘이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고 기름비가 내릴 정도였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 범위가 사전 통보 내용보다 훨씬 광범위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례적인 거부감을 나타내며 이스라엘 공조의 균열까지 드러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민간 생활과 밀접한 연료시설 파괴가 자칫 이란 내 민심을 정권으로 돌려놓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무엇보다 대형 유류고의 파괴가 글로벌 시장을 자극해 유가 급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상승이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경계하는 판에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부적절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 이란은 공격 직후 보복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란 군 당국은 "걸프국들이 이번 공격에 반발하지 않으면 이들 국가의 석유저장시설에 대해 보복 타격에 나서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이란 의회 수뇌부 또한 지체 없는 대응을 공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배럴당 200달러가 넘는 유가를 감당할 수 있다면 이 게임을 계속하라"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밝힌 최악의 시나리오가 점점 현실화되는 모양새입니다.
 

6. 초강수 조치도 불사

상기했듯이 이번 유가 급등은 우리 경제에 대단히 큰 위기입니다. 이미 곳곳에서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습니다. 애써 버티던 국내 주가는 오늘(9일) 7% 이상 급락하며 사이드카까지 발동됐습니다. 6,000을 넘었던 코스피 지수는 5,200까지 떨어지면 5,000선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달러 환율은 장중 1,490원 넘어서며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휘발유 값은 물론이고 물가 전반이 벌써 들썩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습니다. 특히 석유제품의 최고가격제를 도입하고, 100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정부는 바로 이번 주 안에 석유류에 대한 최고 가격을 고시하기로 했습니다. 석유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을 정하고 이로 인해 업자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보상해 주는 제도입니다. 그만큼 정부가 비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대응에 나선 것입니다.

다만 문제는 이번 위기가 전쟁이라는 외부 환경의 변수로 촉발됐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안보 위기입니다. 즉, 전쟁이 조기에 종식되지 않는 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근본적 대책은 우리의 영역 밖입니다. 더욱 정교하고 적극적인 에너지 수급 관리와 소비 구조 전환,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각종 정책을 펼치며 '최대한 길게 버티기'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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