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친일 당연·콤플렉스"…私人과 공직자 [이브닝 브리핑]

"친일 당연·콤플렉스"…私人과 공직자 [이브닝 브리핑]
연휴 끝에 인사가 발표됐습니다. 이혜훈 낙마 이후 한 달 넘게 비어 있던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로 박홍근 의원이 지명됐고, 해수부 장관 후보자로는 황종우 한국해사협력센터 국제협력위원장이 지명됐습니다. 여러 인사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총리급인 규제합리화위원회 민간 부위원장 3명입니다. '비명횡사' 상징으로 여겨지던 박용진 전 의원, 삼성전자 출신의 남궁범 에스원 고문, '홍준표 책사'로 불리던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 등 3명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번 인사의 색깔을 '통합과 실용'으로 해석되게끔 한 포인트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통합과 실용이라는 해석에 반론을 펼 생각은 없습니다. 최근 취업기 유튜브 클립까지 올리며 일하고 싶다고 외치던 박용진 전 의원을 기용한 점은 분명 통합의 메시지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층과 화해의 기회로 살려나갈지, 통합 메시지용 인사로서 '여기까지' 느낌으로 끝날지는 박용진 전 의원 하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기업인 출신 남궁범 에스원 고문과 보수인사이자 규제 갈등 문제에 정통한 학자인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를 기용한 것도 통합과 실용의 취지로 풀이됩니다.

일부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비판도 들립니다. 이른바 '수박'이라는 멸칭이 또 나오고, '선을 넘은 인사'라는 불만도 들립니다. 반면 적어도 이재명 정권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 인사들, 대표적으로 정규재 주필은 "큰 기대", "준비된 인물", "실력 발휘를 해 달라"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 주필과 이병태 전 교수의 인연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논란이 있는 것 자체가 통합 메시지의 양면으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총리급 인사에 있어서, 이른바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는 '인지부조화' 상황은 짚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이 글을 남깁니다. 바로 이병태 전 교수에 관해서입니다. 이 전 교수는 공직 수행에 앞서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전 교수의 그 말까지, 어떻게 국민들이 이해하라는 말입니까.
 

친일은 당연하고 동해가 콤플렉스?

이병태 전 교수가 본격적으로 세간의 입길에 오르게 된 시점은 지난 2019년 7월입니다. 당시 아베 정권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을 제한하는 경제 보복조치를 내렸습니다. 일본제철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초계기 사건을 거치면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일본은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라는 황당한 이유를 들며 경제 보복에 나섰습니다. 온 국민이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같은 어려운 용어를 곱씹어야 했고, 그 분노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져갔던 시점입니다.

이 전 교수는 이 불매운동에 반대하면서 '친일은 당연한 것'이란 글을 SNS에 올렸습니다.

2019년 7월 7일 이병태 전 교수 페이스북 글

이 전 교수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경제보복 조치에 나선 일본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 없이 이에 반발하는 한국의 불매운동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일 간 풀리지 않은 현안이 존재함을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것으로 보였고, 일본 경제 보복에 대한 한국의 반발을 무조건적인 반일감정으로 폄훼했습니다. 일본 보복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어린애 자존심"이라고 비난했고, 그 무렵 나온 '부품 독립' '소부장 국산화' 움직임을 두고는 "국산화 주장하는 바보들"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습니다. 해당 글을 쓰기 두 달 전에는, 동해 명칭과 관련해서도 망언에 가까운 주장을 폈던 터였습니다. 이 전 교수는 "한국의 동해 명칭 집착은 시대착오적 반일 콤플렉스를 반영한다."고 했습니다.

2019년 당시는 진영 갈등 속에서 국민의힘과 보수 정치권에 대해 '토착왜구'라는 비판이 가해지던 상황이었죠. 이 전 교수는 아마도 이 토착왜구라는 비판에 강한 반감을 가졌고, 그 반감이 이런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글쓰기로 나타난 걸로 보입니다. 그래서 "토착왜구 비판은 혐오와 차별"이라는 반론까지 이어졌겠지요. 구부러진 막대를 펴기 위해서는 그 반대편으로 힘을 가해야 하는 것처럼, 자신의 글쓰기는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일부, 특히 민족주의 계열의 반일 정서에 대해 소모적이라거나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지적은 할 수 있습니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는 말도 중요하지만, 과거에 발목 잡혀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이 제약되는 건 곤란하겠지요. 그래서 예컨대 우리한텐 동해이지만 그걸 일본에 쓰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다소 중립적인 명칭을 쓰거나 일본해와 병기하자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러나 동해 주장을 '집착'으로 표현하고, 일본의 부당한 보복조치에 대한 반발을 '콤플렉스' '무조건적 반일감정'으로 폄하·폄훼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사인의 발언, 법률적 하자 없다"...이게 끝?

홍준표 책사로 불리던 이병태 전 교수/2018년 12월 프리덤코리아 창립식 (사진출처: 아시아투데이)

이 전 교수, 이제는 이병태 부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 밖에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넘쳐 납니다.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 성장이나 최저임금 정책 관련해서는 '치매' '정신분열증'이란 극단적인 표현으로 비난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교사를 향해서는 "그저 모든 직업에서 일어난 자살일 뿐, 교직에 대한 이해도 없이 교사가 된 사람의 좌절일 뿐"이라고 했고, 관객 급감을 해소하기 위해 극장 입장료를 내려 달라는 배우 최민식을 향해서는 시장 논리를 강조하면서 "당신이 극장 하나 세워서 싸게 사업해라"고 비꼬았습니다.

다만 이 부위원장은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의 계엄 옹호나 부정 선거 음모론에는 명확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부정 선거 음모론을 펼치는 정당과는 절대로 같이 갈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 때문에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캠프 합류설이 돌기도 했죠. 당시 지지층 반발로 불발됐던 것이 이번에 규제합리화위원회 합류로 우회완성됐다고 할까요.

청와대 이규연 홍보수석은 이병태 부위원장 관련 논란과 관련해 "사인으로서 발언이었다. 법률적 하자나 결격사유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글쎄요. 매뉴얼에 따른 관행적 설명인데, 개인적으론 홍보수석이 직접 나와서 설명한 것 치고는 건조하기 이를 데가 없는 안타까운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총리급 부위원장이라는 공직을 맡기는 인사입니다. 사인의 발언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런 발언을 했던 사인을 공직에 임명하는 이유를 듣고 싶었습니다. 법적 문제가 없다는 답답한 소리가 아니라, 사인이 아닌 고위 공직자로 임명된 이병태 부위원장이 해당 발언에 대해 어떻게 해명하는지 또 청와대는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국민에겐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고위 공직자에겐 문제 발언에 대해 해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공지 및 추가 글>

이 글을 탈고(오후 4시쯤)한 이후에 이병태 부위원장의 페이스북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부위원장은 과거 막말 논란과 관련해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불편함이나 상처를 느끼셨던 모든 분께 진심으로 이해와 용서를 구한다"고 썼습니다. 또 "당시 저는 공직이라는 무게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자유주의자 시각에서 오로지 나라가 바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절박함에 매몰돼 있었다"고 사과했습니다.

학자로서 자유로운 신념을 담아 가감 없이 발언해 왔는데, 그게 "때대로 진영 논리를 대표하는 것처럼 이해되고, 그 방식이 거칠거나 날카로워 논란이 되기도 했다"면서 "이제는 공직자로서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낮은 자세로 경청하며, 우리 공동체의 통합과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과거 발언이 주목받으면서 논란이 커지는 걸 차단하기 위한 해명 글로 보입니다. 일단 이 부위원장 스스로 해명에 나섰다는 점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해명이 공론의 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살펴 본 뒤 기회가 닿으면 추가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