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으로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정부와 여당 여기저기로부터 '죄인' 취급을 받아왔던 검찰로서는 처음으로 정부 수반의 칭찬을 받은 셈이었습니다. 한 검사는 "정부 내 적폐로 취급받던 우리도 대통령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구나 싶어 신기했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례적인 '검찰 칭찬'
법조계에서는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의 담합과 같은 사건은 공정위 조사만으로 대응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공정위는 수사기관에 상응하는 강제조사권이 없어 임의제출 형식으로 증거 자료를 수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담합 범죄를 저지르는 쪽에서 투명하게 자료 제출을 할 리 만무하고, 증거 인멸이나 은닉도 왕왕 일어납니다. 민생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던 2015년의 '라면 담합' 사건 등에서 법원은 공정위 조사에 따라 이뤄진 과징금 부과에 "근거가 부족하다"며 취소 판결을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공정위 조사 기간이 착수 후 2~3년에 이르는 것도 한계로 지적됩니다. 조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담합을 저지른 기업들은 대응할 시간을 벌게 되고, 상당수 공정거래 사건들이 공정위 조사 후 검찰로 넘어왔을 땐 공소시효를 얼마 남기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검찰이 하는 공정 거래 사건 수사 모두가 더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문 수사 역량을 보유한 검찰 수사권이 공정위 조사와 중층적으로 작동할 때,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큰 '물가 담합'과 같은 사건들에 대한 국가의 효과적 대처가 가능합니다. 이번 서울중앙지검의 밀가루·설탕 담합 사건 수사 또한 공정위 조사와 고발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훨씬 더 오랜 시일이 소요됐을 것이고, '환율 변동으로 인해 취약해진 민생 물가를 조기에 안정시키겠다'는 국정 목표를 달성할 수단도 줄어들었을 겁니다.
민생 경제 위협하는 대기업 담합 견제…앞으로는?
올해 말 검찰이 공소청이 되어 수사 권한이 완전히 없어지게 되면, '물가 담합'과 같은 경제 수사는 새로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서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중수청이 거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 역량을 배양하는 데에는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릴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호화 변호인단을 대동해 장기 소송전을 치르는 데 능한데,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사권'보다 훨씬 다양한 층위의 역량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법률 대응력이 있는 기업 측은 재판에서 증거 능력을 세세히 다투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부터 수집된 증거들의 법률적 효력을 꼼꼼히 따져야 합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공소 유지 인력과 수사 인력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현 정부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으로 있는 양홍석 변호사는 "능력치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은 그동안 수사와 공소 유지를 모두 수행하며 법률 대응력이 있는 기업들을 상대할 역량을 배양해 온 조직인데 반해, 경찰이나 신생 수사기관은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며 "신생 기관이 기업들을 상대로 '재판에서 이길 수 있는' 수사 결과물을 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소청-중수청 간 협업·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리바이어던에 올라탄 민주당 정부…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때문에 거대 자본을 상대로 한 경제 사건과 같은 한정된 영역에서만이라도, 공소 유지 권한이 있는 검사가 제한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의 '물가 담합' 수사처럼 민생 안정 측면에서 국가가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영역에서는 효율적 권한 행사의 길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도 설계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여권은 이제 명실상부 한국 사회의 '주류'가 됐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회 의석은 물론, 국정 운영 지지도에서도 야권을 압도하는 존재가 된 민주당 정부는 이제 국가라는 리바이어던 위에 올라탄 존재가 됐습니다. 국가 권력에 대항하고 주류에 저항함으로써 존재 의의를 찾았던 과거의 민주 진영과는 이제는 질적으로 다른 존재가 된 것입니다. 때문에 이제는 '어떻게 권력을 견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어떻게 쥐고 있는 권력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여당의 형사사법 개혁안 조율이 막판으로 접어든 상황 속, '기득권 해체'와 같은 정치적 구호보다는 정교한 설계도가 논의 테이블의 중심에 올라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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