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방송에 패널로 출연한 평론가가 허위사실을 말했더라도 방송사가 작성한 원고를 토대로 읽은 발언이라면 명예훼손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오늘(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나모씨가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최 교수는 2020년 1월 YTN '뉴스나이트' 시사토론 코너에 패널로 출연해 당시 자유한국당 '공약개발단 레드팀' 위원으로 위촉됐다가 사흘 만에 해촉된 나 씨와 관련해 발언했습니다.
방송 이틀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나 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자유한국당 입당해서 분탕치고 싶다'는 내용의 트윗글 이미지가 게시됐는데 최 교수는 이를 언급하며 "이런 발언들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건 이분의 SNS만 봐도 알 수 있는 내용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트윗글은 누군가 나 씨 명의를 도용해 조작한 이미지로 드러났고, 그 무렵 언론에도 이미지가 조작이라는 사실이 보도됐습니다.
이에 나 씨는 최 교수의 발언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3천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최 교수는 본인이 취재기자나 방송프로그램 제작 책임자가 아닐뿐더러 방송사에서 준비한 원고 중 앵커가 발언하기로 한 부분을 그대로 발언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 2심은 최 교수가 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나 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1심은 "방송 무렵 해당 이미지가 조작됐다는 글이 이미 올라와 있었고, 일부 언론사는 조작됐다고 보도하고 있었다"며 "발언 전 원고에게 해당 게시글을 작성했는지 문의하거나 진정 여부를 조사·확인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2심은 특히 최 교수가 신문방송학과 교수인 점 등을 언급하며 "설령 취재기자 등이 준비한 원고를 그대로 발언했다 하더라도 피고의 발언으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최 교수가 '나 씨가 트윗글을 직접 작성했다'고 단정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해당 발언이 방송사에서 작성한 원고를 토대로 이뤄진 점을 들어 위법성이 배제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언론·출판을 통해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도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공공의 이익만을 목적으로 할 때는, 적시된 사실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던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해당 발언은 패널로 출연해 진행자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YTN이 작성한 원고를 기초로 이뤄졌다"며 "보도 주체도 아닌 패널에 불과한 피고가 전문 방송사에 의해 작성된 내용을 신뢰하지 않은 채 별도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미지가 허위라는 나 씨의 반박 이후 그의 트위터 계정이 비공개로 전환돼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점, 일부 언론사에서 이미지가 조작됐다는 취지로 보도했지만 이는 나씨 해명에 따른 것일 뿐 객관적 확인이 이뤄진 것은 아니었던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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