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들의 학교 '진주 지수초등학교'의 비밀은?
12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부자의 탄생-창업천재마을'이라는 부제로 경삼남주 진주 승산마을의 지수초등학교를 조명했다.
1922년, 경상남도 진주의 승산마을에 위치한 지수초등학교에는 대한민국 경제의 양대 산맥 삼성과 LG의 창업주인 이병철과 구인회가 함께 재학 중이었다.
책상을 나란히 하고 공부를 하고 운동장을 함께 뛰던 두 사람. 그런데 이 학교 출신의 기업인들은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재벌의 산실, 회장님들의 학교로 불리는 지수 초등학교에는 대체 어떤 비밀이 숨어있었던 걸까?
진주의 승산 마을은 부자 마을로 한양까지 소문이 난 곳이었다.
선비 집안 출신의 구인회는 명분을 내세우며 장사를 하겠다고 선언했고 주변 시선과 기대에 불구하고 그의 아버지는 현재 가치로 1억 원이 넘는 돈을 건네며 그를 지지했다. "내가 너를 믿는다"라는 그 말은 그 어떤 응원보다 가치가 있었을 것.
그렇게 1931년 진주 시내에 포목점을 낸 구인회. 하지만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이에 다시 한번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든 10년은 해봐야 한다"라며 땅을 담보 잡아 더 큰돈을 아들에게 지원했다.
가족의 미래가 달린 돈을 가지고 다시 사업을 시작한 구인회. 당대 최고의 인플루언서로 마케팅을 해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장사를 시작한 지 5년째, 사상 최악의 홍수가 진주를 덮치며 빈털터리가 된 구인회. 하지만 그는 "흉년이 지나면 반드시 풍년이 온다"라는 말을 믿고 다시 더 많은 비단을 사들였고 그 결과 사업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의 성공은 진주의 자랑이 되었다.
지수초등학교를 1년 다니다가 일본으로 유학을 간 이병철은 정미소를 시작으로 운수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중일 전쟁의 영향으로 사업은 망하고 말았다.
이후 매형 허순구의 도움을 받은 이병철. 허순구는 승산마을 토박이 금수저였던 것이다. 이병철의 모든 사업을 일으키고 자금을 댄 허순구. 이병철은 그의 도움으로 대구에 200평이 넘는 삼성상회를 열었고 국내 최초 국수 오픈런을 만들어낸 별표 국수로 사업은 대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구인회와 이병철 모두에게 각각 시련이 닥쳤고 그때 대한민국 최초의 벤처캐피탈리스트 허만정이 두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다. GS의 창업주인 허만정은 두 사업가의 잠재력을 보고 투자를 결심했던 것이다.
만석꾼이었던 허만정의 아버지 허준은 부자가 된 후 가장 먼저 가난한 농민들에게 공짜로 토지를 나누어 주었다. 이를 보고 자란 허만정 선생도 가뭄에 궁한 이들을 위해 곳간을 열었다.
그리고 훗날 허만정 선생은 학교를 세우고 독립운동 자금까지 대었다. 독립군의 은행이었던 백산상회가 바로 그의 것이었던 것. 과거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 재정의 6할은 백산이 댔다"라는 말을 할 정도.
일본의 탄압으로 백산상회는 해체되었지만 사업의 힘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허만정 선생은 구인회와 이병철에게 투자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아들을 두 사람에게 맡긴 허만정. 그러나 그는 아들들에게 돕는 일만 충실하라고 일렀다. 두 사람이 모두 상호 인정과 존중을 잘 보여줄 것이라 믿었던 것.
허만정의 투자로 점점 사업을 확장한 두 기업인들. 이병철은 "국가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인류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인재를 교육시키는 것이 거의 80%를 점유한다"라는 소신을 갖고 나 자신뿐만 아닌 타인을 생각하며 기업을 경영했다. 이는 구인회도 마찬가지.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이 져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훗날 구인회의 셋째 아들과 이병철의 둘째 딸이 부부가 되었고 두 기업은 지금까지도 건강한 경쟁 관계를 이어왔다.
허만정의 장남 허정구는 삼성물산의 사장까지 올랐다가 독립했고 허만정의 삼남 허준구는 훗날 LG 부회장에 올랐다.
그리고 구인회는 허준구의 형제들을 경영에 참여시키고 이들은 무려 57년간 동업을 이어갔다.
2004년 한국 100대 부호 명단에 6명의 허 씨들이 이름을 올렸는데 이들이 모두 허만정의 자손들이었고 모두 지수 초등학교 출신이었다.
많은 기업가들을 배출한 지수 초등학교. 기업가들을 만들어낸 비결에 대해 사람들은 "나라를 사랑하는 선대의 정신, 나눔과 베풂을 하는 마을의 기풍"을 꼽았다. 무엇보다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원칙을 기업 경영에 반영한 것이 가장 큰 성공 비결이라는 것.
2018년 한국경영학회는 진주시를 대한민국 기업가 정신 수도로 선포했다. 그리고 지난 2022년 지수 초등학교는 폐교의 위기를 이겨내고 K-기업가 정신센터로 재탄생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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