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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루마니아에서 K-방산 엇박자…방사청·한화를 보는 시선들 [취재파일]

39개 K-방산 주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에 총출동했지만 정부의 방산정책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이용철 방사청장은 나홀로 루마니아 K9 자주포 공장 착공식에 갔습니다. K9을 루마니아에 수출한 업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입니다. 방사청장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한국 방산업체들을 대변할 수 있는 자리에는 가지 않은 것입니다.

사우디 방산전시회에서는 묘한 풍경이 방산업체 사람들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한화 방산 계열사들이 널찍한 부스를 마련해 뭉친 가운데 다른 업체들 부스는 한화 부스에 등을 돌린 채 옹기종기 모여 앉은 것입니다. ‘공룡’ 한화에 대한 경쟁사들의 반발이라고 업계는 해석합니다.

강훈식 대통령실장이 방산 특사로 방문한 곳도 하나같이 한화의 방산수출과 연결됩니다. 여기에 더해, 이용철 방사청장이 K-방산 39개사가 참가한 사우디 전시회 대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루마니아 K9 자주포 공장 착공식에 갔으니 방산업계 사람들은 사우디의 한국 업체들 부스를 보고 '반(反)한화'를 떠올릴 수밖에요. 사우디 전시회에서 K-방산이 거둔 성과도 미미한 것 같습니다. 사우디와 루마니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에서 K-방산의 헛바람 든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화에 등 돌린 K-방산 부스들

사우디 WDS에서 한화 방산 3총사는 K9A1 실물크기 모형을 앞세워 대형 부스를 차렸고, LIG넥스원·HD현대·이오시스템·KAI는 한화 부스를 등지고 공동 부스를 열었다.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 WDS(World Defense Show) 2026은 사우디 리야드에서 현지시간 오는 12일까지 열립니다. K-방산 39개사가 참가했습니다.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참가 업체입니다. K-방산은 일제히 WDS 제3전시관에 부스를 차렸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등 한화의 방산 3형제는 어깨를 나란히 부스 3개를 이어붙였습니다. 실물 크기의 K9A1 자주포 모형을 전면에 내세워 위용을 자랑했습니다. 항공과 수상·수중 전력도 펼쳐놓음으로써 육해공 전천후의 무기 구색을 뽐냈습니다.

한화 방산 3형제의 정면에는 LIG넥스원과 HD현대, KAI, 이오시스템이 공동 부스를 설치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LIG넥스원 등 4개사의 공동 부스가 한화 부스를 등진 채 세워졌다는 것입니다. "부스 배치로 '한화와 얼굴 맞대고 살지 않겠다'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는 말이 방산업계에서 돌고 있습니다.

LIG넥스원 등 4개사는 공동 부스 외에 각각의 별도 부스도 운영했습니다. 즉, 공동 부스는 안내와 상담 말고는 딱히 필요치 않습니다. 통 크게 공동 부스 자리를 광장처럼 비워놓고 빙 둘러 K-방산 대기업 부스들을 앉혀 놓았다면 통일적 마케팅 효과는 컸을 것입니다. 방산 대기업의 한 직원은 "국내에서는 물론 외국에서도 '코리아 원팀'은 없다는 사실을 부스 배치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며 혀를 찼습니다.

코리아 원팀은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습니다. 사우디에 갔으면 한국 방산업체들이 중동 국가들과 뭔가 서명했다는 소식이 들려야 할 텐데 정작 타전되는 뉴스는 한국 업체들끼리 MOU를 썼다는 것뿐입니다. 국제적 계약을 못했으니까 한국 업체들끼리라도 MOU 맺은 것 아닐까요. 어쨌든 사우디 WDS에서 K-방산은 먹히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읽힙니다. 그나마 방사청은 청장 이하 누구도 WDS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실태를 보지도 못했습니다.

사우디 39개사 대신, 루마니아 사업 택한 방사청


어제 루마니아 듬보비차주에서 열린 K9 자주포 공장 착공식. 왼쪽에서 5번째가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 7번째는 이용철 방사청장이다.

현지시간 어제 오전 11시, 우리시간 어제 오후 5시 루마니아 듬보비차주에서 K9 자주포 공장 착공식이 열렸습니다. 이용철 방사청장은 사우디 WDS 참가 계획을 취소하고 루마니아 K9 착공식에 갔습니다. K-방산 39개사가 집결한 사우디 대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루마니아 공장을 선택한 셈입니다.

이용철 청장의 WDS 불참은 불가피했을까.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사우디 WDS에서 볼 일 다 보고 서둘러 루마니아로 날아가 어제 K9 공장 착공식에 넉넉히 도착했습니다. 이용철 방사청장도 사우디 찍고 루마니아 갈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여유는 있었지만 성의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연초부터 'Arsenal of Freedom'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 군수공업단지를 돌며 무기 획득의 관료주의 타파와 속도 배가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미국이 나토의 자주국방을 강요함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방산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자민당이 사상 최대 총선 압승을 거둔 일본도 무기시장에 뛰어들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방산 공룡들이 동면에서 깨어나는 형국입니다. 그들에 비해 K-방산은 막 걷고 뛰기 시작한 초식동물 정도입니다. 좁은 우리 안에서 완장질하거나, 편애하고, 우쭐대며, 손가락질할 때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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