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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한숨 돌린 영국 스타머 총리…앞날은 '안갯속'

일단은 한숨 돌린 영국 스타머 총리…앞날은 '안갯속'
▲ 10일 허퍼드셔에서 연설하는 스타머 총리

미국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 공개의 불똥을 맞아 취임 19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일단은 한숨을 돌렸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10일(현지시간) 오후 허퍼드셔에서 한 연설에서 "나는 이 나라를 바꾸기 위해 부여받은 권한으로부터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며 총리 사퇴 의사가 전혀 없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그는 "진짜 싸움은 우리나라를 갈가리 찢어놓는 분열과 불만의 정치를 상대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피터 맨덜슨 전 산업장관이 엡스타인과 지속적인 친분을 유지한 사실을 알면서도 그를 주미 대사에 임명해 국정운영상 판단력 부족을 드러냈다는 비판 속에 당내 사임 압박을 받아 왔습니다.

지난 9일 아나스 사와 스코틀랜드 노동당 대표가 스타머 총리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으나 내각 핵심 각료들이 줄줄이 스타머 총리 지지를 표명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뒤집혔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9일 저녁 노동당 하원의원 총회에 참석해 결속을 호소했습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초반 회의적인 태도였던 의원들은 스타머 총리의 결연한 모습에 호응하며 열띤 반응을 보인 걸로 전해졌습니다.

그 배경에는 상당한 지지세력을 확보한 경쟁자가 없는 한 현직 대표를 교체하기 어려운 노동당 시스템이 있습니다.

야당인 보수당은 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투표로 당 대표 불신임부터 결정한 뒤 경선을 통해 차기 대표를 고를 수 있지만, 노동당은 당 소속 하원의원 20% 이상의 지지부터 모아야 현 대표에게 도전장을 낼 수 있습니다.

스타머 총리도 전날 사와 대표와 의원들에게 '그래서 누가 나를 대신할 건가', '추후 계획은 있느냐'라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던졌다고 BBC 방송은 전했습니다.

노동당 내 유력 인사들의 현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입지전적 인물로 당 안팎서 인기가 높은 앤절라 레이너 의원은 부동산세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가 부총리에서 물러나 공식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앤디 버넘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하원의원에 도전하려다가 무산됐습니다.

당 대표는 하원의원이어야만 합니다.

웨스 스트리팅 보건복지장관이나 샤바나 마무드 법무장관,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안보장관도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지지 기반이 폭넓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들은 결국 다른 내각 핵심 각료들과 함께 줄줄이 스타머 총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마땅한 경쟁자가 없어 스타머 총리가 자리를 지켰다는 점은 오히려 그의 앞날을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도 됩니다.

스타머 총리의 자리가 위기를 맞은 것은 애초에 그의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이 바닥까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스타머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지원 결집,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무역합의 조기 확보 등 성과에선 호평받았지만, 국내에선 경제 성장 둔화와 여전히 높은 물가로 고전하고 있다. 복지 삭감, 디지털 신분증 등 주요 정책을 발표했다가 되돌리는 혼란으로 '국정운영에 비전이 없다', '성장 전략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당내에서는 스타머 총리가 실용주의를 내세워 중도좌파인 노동당에 맞지 않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바람에 전통적인 지지층을 녹색당 등에 빼앗기고 있다는 비판도 상당합니다.

이번에 내각 및 당 주요 인사들이 스타머 총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지만, 상당수는 사석에서 이같은 지지가 시한부이며 사실상 유보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습니다.

오는 5월 잉글랜드 지방선거와 스코틀랜드·웨일스 총선에서 현재의 예상대로 노동당이 참패하면 스타머 총리가 더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심지어 5월까지 가지 않고 오는 26일 치러질 고턴·덴튼 하원의원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스타머 총리에게 또다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BBC는 덧붙였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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