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주말 대낮에 집 근처를 산책하던 40대 남성이 크게 다쳐 숨졌습니다. 당시 "도로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는데, 경찰 수사 결과 신고한 사람의 차가 이 남성을 치고 지나간 걸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아홉 달이 되도록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제희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천 계양구의 이면도로입니다.
차와 보행자가 뒤섞여 지나가는 좁은 길인데, 지난해 5월 18일 낮 이곳을 산책하던 47살 남성이 크게 다쳐 숨졌습니다.
당시 차를 몰고 지나던 A 씨가 "도로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며 119에 신고했습니다.
[유족 : 신고도 해주시고. 생판 모르는 사람이잖아요. 너무 감사하다. 사례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국과수 부검 결과, 피해자는 차량 바퀴에 두 차례 역과, 즉 차량이 밟고 지나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상반신에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던 바퀴 흔적이 발견된 겁니다.
탐문 수사 끝에 찾은 가해 차량은 신고자 A 씨 차였고, 경찰은 A 씨에 대해 도주치사, 즉 뺑소니 사망사고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사고 사실을 숨긴 채 119에 신고하고, 현장을 떠났으니 뺑소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A 씨는 "운전 당시 사람을 보지 못했고, 길을 지나간 뒤 쓰러진 사람을 발견해 신고한 뒤 심폐소생술까지 했다"며 "주말농장에 가려고 자리를 떴을 뿐 도주한 게 아니"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족 : 마치 지나가다가 의인처럼 이 사람을 구해주고 도와준 사람이 돼버린 거예요. 진짜 피가 거꾸로 솟죠.]
경찰은 A 씨 차량보다 앞서 지나간 다른 차량이 길에 앉아 있다가 눕는 피해자를 인지하고 우회해 지나간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A 씨는 사고 당시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며칠 전 다른 사고 때문에 빼놓은 상태였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함석천/유족 측 변호인 : 증거 인멸의 아주 특징적인 징후예요. 이 사람(피의자) 쪽으로만 유리하게 도주가 아니라고 얘기하기 곤란할 것 같은데요.]
경찰은 지난해 9월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도주 우려가 없다"며 반려해 사건을 송치했습니다.
A 씨 변호인은 당시 사고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의도적으로 사고를 숨긴 게 아닌 만큼, 뺑소니 혐의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유족 측은 검찰이 기소 여부도 판단하지 않는 등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 고통이 커지고 있다며 최근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인천지검은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김윤성, VJ : 노재민, 디자인 : 장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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