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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조 슈퍼 예산…의원님들은 뭘 늘리고 깎았나 [취재파일]

<SBS 탐사기획 리포트> 2026년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②편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시리즈
 
"국회에서 올해 예산 얘기가 거의 없었어요. 국회 출입하면서 이런 적이 또 있었나 싶네요."

인사 발령으로 새롭게 꾸려진 2025년 12월 SBS 탐사기획팀 첫 회의. 인사 발령 전 국회를 출입했던 한 동료가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습니다. 초유의 계엄 후폭풍, 그렇게 이어진 탄핵과 대선까지, 2025년은 치열한 정쟁으로 얼룩졌습니다. 입법과 더불어 국회의 가장 큰 임무인 '예산 심사'는 정치인들 입에서 별로 오르내리지 않았습니다. '728조 원' 역대 최대 슈퍼 예산인 만큼 치열한 토론과 심사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됐지만, 국회는 늘 안녕하지 못했고 예산 심사는 그렇게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여러차례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을 통해 국회를 감시해 왔던 SBS 취재팀. 그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년도 예산안 분석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예산은 심사 감시 기능이 유독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지난해 정기국회, 즉, 예산 국회 당시 347개, 1만 7,111쪽에 달하는 방대한 회의록을 전수분석했고, 꼬박 두 달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얻어진 탐사기획팀의 최종 결론은 이렇습니다.

"부실 심사, 졸속 심사,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올해 예산은 그 정점을 찍었다."

2026년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①편 <'예산'보다 '정치'를 말했다…'텍스트 분석'으로 본 예산 심사>에서는 올해 예산 심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데이터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이제부터는 각론 하나하나를 짚을 차례입니다만, 그 전에, 올해 예산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올해 예산의 큰 그림을 소개한 뒤에 각론을 짚어보면 이해가 좀 더 쉬울 것 같습니다.

먼저, 2026년 올해 예산은 총지출 기준, 727.9조 원입니다. 이재명 정부 첫 예산, 역대 가장 많은 '슈퍼 예산'입니다. 지난해 본예산 673조 원 대비 8.1% 증가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올해 예산안 지출 증가율 3.2%보다 두 배 이상, 2022년 문재인 정부 예산안 증가율 8.9%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예산에는 '분야'가 있습니다. 예산 관련 기사에서 '복지 예산', '교육 예산', '국방 예산' 이런 표현이 많은데, 정부가 이렇게 분야별로 나눠 예산을 짜고 있습니다. 모두 16개 분야입니다.

올해 예산은 어떤 분야별에 집중돼 있을까요. 분야별로 정리했습니다.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시리즈

복지가 248.7조 원으로 압도적이고, 그 다음이 일반·지방행정 121.4조 원, 교육 99.9조 원, 국방 68조 원, 산업·중소기업및에너지가 31.8조 원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난 예산은 무엇일까요. 달리 말하면, 정부가 어느 분야에 힘을 줬을까요. 지난해 대비 많이 증가한 분야와 줄어든 분야 3개씩을 정리했습니다. 참고로 혹시 모를 예산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예산에 올려놓은 '예비비'는 2.4조 원에서 4조 원으로 66.7% 증가율을 보였지만, 액수도 적고, 예산 분야로서의 의미가 크지 않아 제외했습니다.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시리즈

여기서 올해 예산의 특징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가 통신, 과학기술,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분야를 크게 늘린 건, AI 산업 부흥과 관련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AI 대전환'을 모토로 산업·일상 전반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는데, 이 부분이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R&D 분야 증가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지난 예산 대비 많이 늘어난 통신, 과학기술 분야 예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시리즈

좀 더 나가보겠습니다. 정부의 '정치적 지향'과 예산과의 관련성입니다.

사실상 양당제처럼 운영되는 우리나라는 민주당 계열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진보 정부'라고, 반대로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보수 정부'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진보 정부는 복지나 통일 분야에, 보수 정부는 국방이나 산업 분야에 힘을 준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이재명 정부 첫 예산, 힘을 준 건 AI를 중심으로 한 산업 분야에 자원을 많이 투입하고 있고, 복지 분야는 지난해 대비 8.6% 증가한 딱 평균 수준이었습니다. 통일외교 분야는 16개 분야 가운데 유일하게 감소했습니다.

탐사기획팀이 최근 20년 각 분야가 전체 예산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 그 추이를 분석했습니다. 분야별 예산 5대장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시리즈

이명박 정부 초반에는 산업 분야 증가가 뚜렷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전세계 적으로 양적 완화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시행됐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경기 회복을 위해 산업 지원책이 필요했고, 이는 예산을 통해 두루 반영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는 2020년 초반부터 코로나 팬데믹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경기 부양책은 훨씬 규모가 컸습니다. 산업 분야가 급증했고, 그 기회비용은 복지와 교육이었습니다.

즉, 예산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정부의 정치적 지향보다는 외부적 상황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복지 예산은 진보 정부든 보수 정부든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변화는 가장 다이나믹하게 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전체 예산 대비 복지 분야는 평균 24.9%, 박근혜 정부는 평균 28.6%, 문재인 정부 평균 31.6%, 윤석열 정부 평균 34.1%, 이재명 정부 첫 예산 34.2%였습니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2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찬성 248인, 반대 8인, 기권 6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일 본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올해 예산 전반을 말씀드렸고, 이제 본격적으로 정부가 넘긴 예산안을 국회가 받아서, 무엇을 깎고 무엇을 늘렸는지 계산해 보겠습니다.

역시 분야별 기준입니다. 의원님들이 심사해서 가장 많이 늘린 분야 5대장을 정리했습니다.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시리즈

국회가 이렇게 판단한 근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한 '2026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을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시리즈

일단, 일반·지방행정 분야는 정부안 보다 2,918.6억 원을 더 배정했는데, '다'항에 그 이유가 적혀 있습니다. 지난 9월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때문입니다.

당시 화재로 정부 전자시스템이 마비돼 큰 대가를 치렀는데, 재해 복구 및 대비책 마련이 필요했습니다. 정부안이 지난해 화재 전인 8월 말 국회에 제출됐던 까닭에 국회가 이걸 사후적으로 반영한 예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 분야도 꽤 많이 늘렸는데, '아'항에 그 이유를 적었습니다. KAIST 및 GIST 부설 과학영재학교 설립을 위한 예산 126억 원을 신규 편성한 부분이 포함됐습니다.

농림수산 분야는 국회에서 4번째로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가'항에 이유가 있습니다. 인구감소지역 대상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원 지역을 3곳 추가하기 위해 637억 원도 증액했습니다. 수정 내용 첫 문장입니다.

다음 편부터는 국회가 올리고 깎은 예산, 회의록을 통해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예산안 전수 분석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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