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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보다 '정치'를 말했다…'텍스트 분석'으로 본 예산 심사 [취재파일]

<SBS 탐사기획 리포트> 2026년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①편

예산안 전수 분석 시리즈
 
"국회에서 올해 예산 얘기가 거의 없었어요. 국회 출입하면서 이런 적이 또 있었나 싶네요."

인사 발령으로 새롭게 꾸려진 2025년 12월 SBS 탐사기획팀 첫 회의. 인사 발령 전 국회를 출입했던 한 동료가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습니다. 초유의 계엄 후폭풍, 그렇게 이어진 탄핵과 대선까지, 2025년은 치열한 정쟁으로 얼룩졌습니다. 입법과 더불어 국회의 가장 큰 임무인 '예산 심사'는 정치인들 입에서 별로 오르내리지 않았습니다. '728조 원' 역대 최대 슈퍼 예산인 만큼 치열한 토론과 심사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됐지만, 국회는 늘 안녕하지 못했고 예산 심사는 그렇게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여러차례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을 통해 국회를 감시해 왔던 SBS 취재팀. 그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6년도 예산안 분석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예산은 심사 감시 기능이 유독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지난해 정기국회, 즉, 예산 국회 당시 347개, 1만 7,111쪽에 달하는 방대한 회의록을 전수분석했고, 꼬박 두 달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얻어진 탐사기획팀의 최종 결론은 이렇습니다.

"부실 심사, 졸속 심사,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올해 예산은 그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11월 12일. 국회에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안건은 2026년도 예산안, 의안번호 2212630이었습니다.

정부 예산안이 제대로 편성됐는지, 국무위원을 불러 묻는 자리입니다. 예결위가 논의 결과를 본회의에 넘기고, 여기서 의결되면 2026년도 예산이 최종 확정됩니다. 사실상 예산안 논의 '9부 능선'인 셈입니다.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시리즈

그런데 그 즈음, 정국을 강타한 정치 현안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검찰의 '항소 포기' 논란입니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1심 판결이 나온 직후, 검찰이 항소 포기 결정을 내리면서 외압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외압 논란 중심에 있는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나왔습니다.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시리즈
지난해 11월 12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첫 질의자는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 전체회의 시작과 동시에 "배준영 의원입니다"라는 짧막한 자기소개를 한 뒤, 바로 정성호 법무부장관을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예산안 전수 분석 시리즈

두번째 질의자는 정진욱 민주당 의원. 역시 첫 질의부터 항소 포기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질의 취지는 정반대, 정성호 장관에 대한 '엄호'였습니다.

예산안 전수 분석 시리즈

오전 10시 1분에 개의, 밤 10시 25분 산회. 이날 전체회의는 항소 포기 논란에 대한 여야 간의 공방 때문에 예산은 별로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예결위 전체회의에 자주 오르내렸던 키워드를 '워드 클라우드' 형태로 뽑아봤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시리즈

예상대로였습니다. 이날의 예결위 전체회의의 안건은 '2026년도 예산안'이었지만, 눈에 가장 많이 띄는 키워드는 검찰, 항소, 수사, 경찰, 법원, 이런 용어가 대부분입니다. 예산 관련 용어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2026년도 예산안을 논의하는 예결위 전체회의는 총 8번이 열렸습니다. 예결위 전체회의가 끝나면, 이제 그 바통은 예결위 소위원회, 정확히는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가 이어 받게 됩니다.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시리즈
지난해 11월 18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예산조정소위는 예산 심의의 '꽃'입니다. 그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정부 예산안에서 무엇을 보탤지, 즉, 무엇을 '증액'할지, 무엇을 깎을지, 즉, 무엇을 '감액'할지 구체적인 논의를 하는 장입니다. 예산조정소위에서라도 제대로 논의하면 그래도 좀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2026년도 예산안을 논의한 예결조정소위, 불과 5차례로 집계됐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예결소위가 몇 차례 열렸는지 보니 보통 7~8차례 열어 예산을 처리했는데, 이번에는 5차례밖에 열리지 않았습니다.

논의 시간도 따로 계산했습니다. 중간에 정회 시간을 빼고, 논의한 시간만 따로 추출했습니다.

2026년도 예산안을 심사한 예결소위의 총 논의 시간은 22.83시간. 최근 10년새 심의 시간이 가장 짧은 걸로 계산됐습니다.

예산안 전수 분석 시리즈

회의 개최 횟수도, 논의 시간도 유독 짧았던 올해 예산 심사.

이번에는 데이터 기법을 통해, 의원들이 예산 심사에 얼마나 집중했는지 살폈습니다. 사전 기반 텍스트 분석(Dictionary-based Text Analysis)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회의 과정에서 예산 용어가 얼마나 사용됐는지 살펴보는 겁니다.
 
■ 사전 기반 텍스트 분석 (Dictionary-based Text Analysis)
특정 범주(예: 정치, 정책, 심의 등)에 속하는 핵심 단어 목록을 미리 '사전'으로 정의하고, 분석 대상 문서에서 해당 단어들이 출현하는 빈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기법

우선 산출 근거, 집행률, 증·감액, 재정 등 심의의 본질을 담은 '예산 핵심 사전'(40개)과 탄핵, 계엄 등 심의 외적인 공방을 뜻하는 '정쟁 사전'(43개)을 구축했습니다. 이후 형태소 분석기(MeCab 등)를 활용해 회의록 내 해당 키워드들의 사용 빈도를 측정하는 식입니다.

연도별로 상이한 회의 분량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 위해 표준점수(Z-Score) 기법을 적용했습니다. 이는 단순 단어 수 계산의 한계를 넘어, 예산 관련 발언이 평년 대비 얼마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급감했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예산안 전수 분석 시리즈

분석 결과, 올해 예산 논의는 2023년도 예산안에 이어 두 번째로 예산 관련 단어 비중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가장 낮았던 2023년도 예산안은 법정 처리 기한인 12월 2일을 22일 넘겨 처리됐습니다. 2024년 국회선진화법 이후 가장 늦은 기록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예산 심의였는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논란, 지역화폐 발행, 대통령실 이전 비용, 경찰국 신설 등 쟁점이 워낙 많았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 심사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웠고, 기록 자체가 부실했습니다.

결국, 최근 10년 기준, 결론은 이렇습니다.

예결조정소위 개최 횟수 5차례로 '최소' 기록,
예결조정소위 논의 시간 22.83시간으로 '최단' 기록,
사전 기반 텍스트 분석 기준으로는 '뒤에서 두 번째' 기록.


정치적 공방이 예산 논의를 압도한 2025년은 회의록 데이터 분석 만으로도 심의 과정이 부실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치 양극화의 기회 비용은 예산안의 부실 심의였습니다. 부실 심사, 졸속 심사,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올해 예산은 그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제 다음 편부터는 회의록 각론을 하나하나 짚어볼 예정입니다. 국회가 심의를 하면서, 대충 얼버무리며 넘긴 예산, 신설하고 증액하면서도 제대로 기록조차 하지 않은 예산, 예산 심사 때마다 나오는 지역구 챙기기 예산 등 하나하나 따져 보겠습니다.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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