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몇 가지 질문
지난 1월 31일 토요일 일본 와세다대학에서는 '남북 관계 개선과 동북아시아평화 구축을 위한 한미일 협력'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일본의 북한 전문가들과 함께 서울대 경제학부 김병연 교수와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가 참여해 북한과 관련한 여러 이슈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습니다. 한국특파원 출신 일본 기자들도 다수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올해는 북한과 관련한 빅뉴스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한일 전문가와 언론인들이 모여 현 상황을 공유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31일부터 11월 1일 경주에서 열린 에이펙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내외에서는 에이펙 자체보다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기사가 더 화제가 될 정도로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심포지엄에서 나왔던 몇 가지 분석에 대해 공유하려고 합니다.
1. 올해 북미 회담은 이뤄지나?
무로오카 데쓰오 전 방위연구소 이론연구부장은 트럼프 정권과의 대화 여지는 남아 있다면서,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면 '핵 보유국'임을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측이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않고 있는 것도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황이라고 봤습니다.
만일 북미 회담이 이뤄질 경우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바로 미국이 북한에 '핵군축 협상'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남성욱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밝혔습니다. 이 경우, 실제로 회담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은 '위너'가 된다고도 했습니다. 국가정보원 출신으로 여러 번 북한과의 협상에도 참여한 적이 있는 남 전 원장은 "핵군축 협상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핵보유국임을 인정받는 것"이라며 북의 입지는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전의 미국이라면 이런 제안을 하지 않겠지만 지금 트럼프의 결정들을 볼 때 가능성 '제로'는 아닐 수 있습니다.
게다가 2월 5일이면 미국과 러시아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이 종료됩니다. 곧 새로운 협정 체결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고 이 때 트럼프가 중국과 함께 북한도 참여시키는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이런 파격적인 제안이 없는 한 북한이 당장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는 시점이 결정적인 순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는데요, 이유는 북한의 경제 상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2. 북러 밀착, 언제까지?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북한이 최근에 실시하고 있는 '20×10 정책'(20개 지역에 10년 동안 공장을 건립한다는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의 효과에 대해 분석한 제자의 최근 박사 논문을 언급했는데요, 위성에서 찍은 야간조도와 대기오염 등으로 분석해 보니 20×10 정책 대상인 지역의 야간조도는 올라갔지만, 근방 5㎞ 지역의 야간조도는 오히려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즉, 북한은 정책 선전을 위해 다른 지역의 자원을 빼서 정책 대상 지역에 투입하는, 이른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 정책을 펴고 있는 걸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그 밖에도 북한은 2019년부터 북한 내 시장을 없애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소개했습니다. 일례로 북한은 민간 주도의 식량 매매를 금지하고 양곡판매소를 만들어 국영화했습니다. 시장을 경험한 북한 주민들의 '사적 소유' 인식이 확산하자 이를 막으려고 한다는 겁니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영기업 직원들의 임금을 10배 이상 올려주기도 했는데, 이는 심각한 인플레를 초래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북한 경제는 평양을 제외하고는 지금도 개선되지 못한 걸로 보입니다. 경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북한은 러시아에 젊은 북한 청년들을 참전시켜 에너지 자원 등을 지원받고 있는 걸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이 같은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은 오래 가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김병연 교수는 "중국도, 북한을 미국과의 협상 카드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 대폭 지원을 해주진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는 때가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올 '카이로스'(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3. 김주애는 후계자인가?
일각에선 한국이나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할 게 아니라 '붕괴 시나리오'를 유도하거나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무리 북한이지만 4대 세습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남성욱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논하긴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도 남 전 원장은 "김일성 82세, 김정일도 70세에 사망해 단명하지 않았다"며 "당분간 김정은 정권이 계속된다고 보고 대북정책을 구상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후계자로 김주애를 반복해 언급하는 것은 무용무익한 일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어차피 김정은 정권이 계속될 것인 데다, 북한 정권이 여성을 지도자로 내세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김정은도 그가 20대 후반이었던 2010년에 후계자로 확정된 걸 감안하면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고,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입니다. 덧붙여, 남 전 원장도 미국이 군축 회담을 제안하지 않는 한, 북이 대화에 나설 시기는 러-우 전쟁이 끝난 후가 될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나가며 : '비핵화'와 '군축' 사이
이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오는 4월 미중 정상회담이 가까워올수록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걸로 보입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있었던 미국 밴스 부통령은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회담에서 북한과 관계 개선 방안에 대해 조언을 구해왔다고 전해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여전히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 측에 간접적으로 전달한 겁니다.
외교가에서는 오는 4월 트럼프가 중국을 방문하는 계기에 다시 북미 대화를 타진할 수 있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과 물리적으로 가깝고 경호와 편의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호응한다면 북미회담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관건은 결국 '비핵화'와 '군축' 두 카드 중에 트럼프가 무엇을 제시할 것이냐에 달렸습니다. 남 전 원장이 지적했듯, 트럼프가 군축 카드를 북한에 내미는 것은 우리를 포함한 동북아 주요 국가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한국으로서도 4월 미중 정상회담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