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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폭등'에 기름 끼얹는 트럼프 …"안 그래도 올라. 쫌!" [이브닝 브리핑]

'금값 폭등'에 기름 끼얹는 트럼프 …"안 그래도 올라. 쫌!" [이브닝 브리핑]

문명과 함께 시작된 인류의 '금 사랑'

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유구장대합니다. 3,300년 전 이집트 투탕카멘 왕은 죽은 뒤 자신의 얼굴을 10킬로그램이 넘는 황금 가면으로 덮었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마이다스 왕의 금 사랑은 유별나다 못해 비극적 결말을 맺었습니다. 유럽인의 '금으로 이뤄진 도시', 엘도라도에 대한 꿈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궤멸적 몰살로 이어졌습니다. 인간 물욕의 현시이자 상징으로서 금은 대표적이자 독보적입니다.
금에 대한 이런 인간의 본능적 욕구에 기대 화폐 제도가 생겨나고 발전했습니다. '금화'와 같이 금이 화폐로서 유통됐고 지폐는 애초 '금 교환증'의 기능을 담보로 발전했습니다. '금 본위제'는 이미 폐기됐지만 여전히 금은 현행 화폐의 신뢰를 유지하는 토대와 보루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달러트럼프

다시 타오로는 '금 사랑' 왜

금에 대한 인간의 소유욕이 최근 다시 폭발하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어제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에서는 2월 인도분 금 선물이 토로이온스(31.1g)당 한때 5306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5300달러를 넘어선 것입니다. 금값은 2024년 27% 뛴 데 이어 지난해 무려 65% 급등했습니다. 그리고 새해에도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금 한돈 시세가 최근 100만원을 뚫었습니다. 가위 수직상승입니다.

워낙 뿌리 깊은 '금 사랑'이 갑자기 더 커진 것은 아닙니다. 역시 트럼프 미 대통령 탓입니다. 국제 질서의 보안관 행세를 하던 미국이 빌런으로 돌변하자 미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고 세계 각국이 최고의 안전 자산으로 꼽던 미국 국채 대신 금으로 갈아타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입니다. 전문 기관의 조사 결과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최근 7000억달러(약 997조원)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최고치 대비 절반 수준입니다. 이렇게 미 국채에서 빼낸 돈의 상당액을 금 확보에 쓰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올 들어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맹공격하며 독립성을 침해하려 한다는 우려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합병 위협으로 유럽 동맹국들과 관계에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모두 달러화의 신뢰를 해치는 일들입니다. 급기야 달라화 약세를 용인하는 발언까지 내놨습니다. 대통령은 어제 기자들에게 "달러는 아주 잘하고 있다. 달러가 스스로의 수준을 찾아가도록 두고 싶다. 그것이 공정한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가뜩이나 흔들리던 달러 가치는 이 발언 직후 급락했습니다. 금으로 몰리는 시장 심리에 기름을 끼얹은 꼴입니다.

연금술, 양자역학의 발달로 가능해졌지만

'보물계의 제왕' 다이아몬드는 최근 가격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즉, 합성 다이아몬드의 출연 때문입니다. 땅속 깊은 곳에서 초고온, 초고압으로 만들어지던 다이아몬드를 이제 인공적으로 같은 조건을 조성해 생산해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면 과학에 힘입어 금 역시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금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려는 시도, '연금술'은 그 역사가 다이아몬드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깁니다. 과학 혁명을 이끈 뉴턴도 인생의 상당 시간을 연금술 연구에 썼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결론적으로 연금술은 여전히 '꿈'의 영역입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양자역학의 발달로 길은 찾았습니다. 수은이나 백금 등 주기율표상 금의 근처에 있는 원소에서 양성자를 빼거나 더하면 됩니다. 말은 쉬운데 이를 현실화하려면 화학반응이 아니라 핵반응이 필요합니다. 물리적으로 매우 강력한 힘으로 묶여 있는 원자핵을 분해하려면 입자가속기가 동원돼야 합니다. 즉, 다른 원소를 금 원소로 바꾸려면 천문학적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금은 인공적 생산도, 대체도 불가능합니다. 자연 생성되는 금으로는 수요를 따라갈 수 없으니 금 가격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금, 골드바

세계가 '금 쟁탈전'인데 한국은행은

가만 놔둬도 오를 수밖에 없는 금값에 트럼프가 부채질을 넘어 선풍기를 틀어 대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세계의 개인은 물론 회사, 그리고 중앙은행까지 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자국내 금광 발굴에 여념이 없습니다. 지난해 말 잇따라 대형 금광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브라질 등 해외 금광 인수에도 적극적입니다. 금광을 찾지 않더라도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 구입에 진심입니다. 지난해에도 폴란드가 95.1t으로 세계 중앙은행 중 가장 많은 금을 사들였고, 카자흐스탄 49t, 브라질 42.8t 등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세계금위원회는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중앙은행들이 지난 3년 동안 매년 1천t 넘는 금을 축적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한국은행은 이런 세계 각국의 '골드 러쉬'에 초연한 자세입니다. 지난 2013년 금을 사들인 이후 13년째 손을 놓고 있습니다. 한은의 금 보유량 순위는 2013년 말 세계 32위에서 지난해 말 39위로 내려 앉았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의 비중은 3.2%로 홍콩, 콜롬비아 등에 이어 세계 최하위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과 행동으로 달러화, 미국 국채 등 안전 자산의 신뢰가 흔들리는 지금 우리 중앙은행만 물욕을 버린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과연 옳을까 걱정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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