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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ADHD인가 봐" 너무 쉬운 셀프 진단…뼈 때리는 조언 [스프]

[지식의 발견] 천근아 소아정신과 교수

⚡ 스프 핵심요약

ADHD는 단순 검사가 아닌 병력 청취가 중요한 진단이 까다로운 질환이며, 정서 장애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합니다.

성인 ADHD는 12세 이전 학령기부터 증상이 지속된 경우를 의미하며, 진단 없이 ADHD 약물을 복용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폐는 사회성 발달의 문제로 완치보다 완화와 적응을 목표로 하며, ADHD는 전두엽 기능 미숙이 원인으로 약물 치료를 통해 예후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Q. 지금 교수님 진료를 예약해도 직접 진료를 받으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된다고요?

저만의 문제는 아니고 소아정신과 의사가 한정돼 있는데 수요는 점점 많아지고, 공급과 안 맞아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높은 교육열이 ADHD 검사를 유행시켰다?
Q. 교육열이 높은 강남 같은 지역에서는 ADHD 검사를 받는 게 유행이라는 기사를 봤거든요.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문제가 ADHD와 자폐밖에 없는 게 아니거든요. 아이가 공부를 안 하고 산만한 요인은 수만 가지가 넘어요.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될 것들을 생각하고 진단받는 이면에는 ADHD 약물이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ADHD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하시면 안 되는 게 ADHD처럼 보이지만 정서 장애, 불안, 부모와의 갈등이나 사회성 문제, 자폐 같은 경우도 많거든요. 유병률이 높은 걸로 알려져 있지만 어떤 질환보다도 진단 내리기가 까다로운 게 또 ADHD예요.

순수한 ADHD 하나만 있는 경우는 30%도 안 돼요. 이것저것 섞여 있어요. 환경적인 요인도 섞여 있고 정서 불안, 우울, 강박, 틱,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기저에 깔려 있는 ADHD도 많기 때문에, ADHD 검사라는 것이 어불성설인 게 ADHD는 검사를 딱 해서 나오는 그런 게 아니거든요. ADHD 검사는 병력 청취가 정말 중요한 평가예요.

Q. 검사해서 'ADHD가 아닙니다' 이 얘기를 부모들이 듣고 싶어서 가는 걸 거 아니에요?

그렇기도 하고, ADHD라고 단정적으로 부모 스스로 라벨링을 하는 문화가 문제가 있다. 왜 ADHD밖에 생각을 안 하는 걸까?


'진실 혹은 거짓' ADHD 약이 집중력을 높인다?
Q. 그 약을 여쭤보고 싶었어요. 수능 전후로 품귀 현상까지 나타난다고 해요. 집중력을 높이는 약으로 생각하는 거죠.

ADHD 진단을 받은 아이가 맞다면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죠. 하지만 ADHD 진단을 안 받은 아이가 그 약을 먹었을 때는 오히려 붕 뜬다거나 심계항진, 가슴이 막 벌렁벌렁거리고 뛴다거나 답답한 느낌이 든다거나 기분이 저조해지고 짜증이 나고 불안이 올라온다거나 하는 부작용이 더 많이 생길 수 있어요. 외래 사례로, 본인은 ADHD가 아닌데 '나는 ADHD가 맞을 거야'라는 강박증으로 ADHD 약을 과량 복용해서 환청이 들려서 오는 아이도 있었어요.


성인 ADHD에 대한 진실은?
ADHD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Q. 요즘 성인 ADHD 얘기도 많이 하잖아요. 자주 까먹으면 '나 성인 ADHD야'.

좀 과열돼 있다고 생각해요. 유명인들이 'ADHD라고 진단받았어요. 사실 ADHD였던 걸 이제야 알게 됐어요', 유명 유튜버도 ADHD 얘기를 하고 작가도 ADHD에 대해 쓰고, 그런 것들이 ADHD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였고 그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집중이 안 되면 'ADHD 아닌가?' 생각하는데, ADHD는 12세 이전에 발병한다는 전제 하에서 진단이 내려지거든요. 12세 이전에 발병하는 대표적인 아동기 신경발달장애예요. 그런 아이들이 성인이 돼도 ADHD가 없어지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를 성인 ADHD라고 하지, 고등학교 때까지 아무 문제가 없다가 성인일 때 갑자기 ADHD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성인 ADHD를 진단 내릴 때는 12세 이전의 학령기에 산만했었고 증상을 갖고 있었느냐의 여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 부분을 잘 체크하지 않고 '어릴 때 좀 산만했던 것 같아요'라는 한마디만 듣고 성인 ADHD 진단받아서 ADHD 약을 함부로 먹으면, 약이 꼭 긍정적 효과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의대생이 ADHD? 뒤늦게 발견되는 발달 장애 신호들
Q. 자폐와 ADHD, 뒤늦게 나타날 수도 있을까?

자폐 스펙트럼 장애 같은 경우에도 '우리 아이는 정상 발달을 했어요. 근데 초등학교 입학해서 사회적으로 교류가 안 돼서 선생님 찾아왔더니 자폐라고 해서 충격적입니다'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사회성이 요구되는 시기가 있거든요. 18개월, 24개월, 기동성이 늘어나서 이것저것 저지레하면 이름 불릴 일들이 생기잖아요. 'OO아 그거 안 돼' 하면 딱 쳐다보고 멈춰야 되는 걸 사회적 참조라고 해요.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의 표정을 통해서 자신의 행동을 계속할 것인지 멈출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 그게 부족해요.

자폐아들은 쳐다도 안 보고 하던 일을 해서 위험한 일도 많이 겪고, '쟤는 왜 만지지 말라고 이름을 불렀는데도 안 쳐다보지? 왜 지시를 안 따르지?' 복기해 봤더니 그런 것들이 있었더라. 말은 곧잘 하고 숫자를 읊으니까 영재인 줄 알았는데 사회성 발달 장애, 즉 자폐의 신호를 어릴 때부터 갖고 있었던 경우가 많고요.

만 6세에서 12세 사이의 학령기에 굉장히 산만했거나 수업할 때는 하나도 이해를 못 하는데 '돌이켜 보면 어릴 때 독학해서 공부했던 것 같아요. 머리가 받쳐줘서 100점은 맞았지만 생각해 보면 산만했던 것 같아요' 증거를 대는 의대생이 있었어요. '네가 어떻게 ADHD인데 의대에 왔을까? 학령기 때 정말 산만했던 증거를 설명해 줄래?' 했더니 생생한 예를 드는 거죠. 항상 안경도 놓고 오고 외투도 놓고 오고 양말도 거꾸로 신는 일이 많아서, 공부는 잘했지만 항상 혼났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ADHD 증상이 맞거든요. 공부를 잘해서 용서됐다가 의대에 와서 공부량이 너무 많아지니까 드러나고 못 버티는 거죠. ADHD가 있는 아이들이 의대 공부를 하기는 굉장히 어렵거든요. 양이 너무 많으니까 머리로는 커버가 안 되는 거예요.

Q. 자폐스펙트럼과 ADHD 진단은 언제?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최소 2~3세 이상, 3세 정도가 안전할 것 같습니다. ADHD는 만 6세 전에는 진단을 신중하게 해야 된다. 전두엽 기능은 만 6세부터 발달을 시작하거든요. 그 이전에는 애초에 전두엽 기능이 좀 미숙해요. 그러니까 좀 산만하거나 과잉 행동이 있을 수 있다. 유아기에 유난히 규칙을 못 지키고 또래와 트러블이 많고 선생님에게 매일 전화가 오면 ADHD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유아기 때의 산만성은 ADHD보다는 사회적 상식이 결핍돼서 생기는 무분별한 행동이 산만한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게 조금 더 맞습니다.

3~4세밖에 안 된 아이가 산만하다고 ADHD 아니냐며 병원에 오시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자폐스펙트럼 장애 신호를 보이고 있는 경우가 은근히 많아요.

Q. 사실은 자폐였는데, ADHD로 보일 수도?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이 산만한 걸로 나오는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보면 산만한 게 아니고 사회적으로 판단, 뭐가 뭔지를 모르는 거예요. 선생님이 'OO이' 'OO이' 부르면 '네' '네' 하는 암묵적 룰이 있잖아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친구 따라서 하면 되는 일종의 사회적 규칙에 대해서 '그걸 왜 지켜야 하지? 이게 뭐지?' 사회적 규칙을 모르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나가고 울고 딴소리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데, 행동만 보면 마치 ADHD 같아 보이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이 상황에서 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과 연관이 있다.

물론 그거 하나만 있다고 자폐라는 건 아니고요. 아이가 계속 접시만 돌리고 있었다거나 말이 늦었다거나 엄마가 'OO아' 불렀을 때 안 쳐다본다거나 어린이집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증거들이 종합됐을 때는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주된 진단이지, ADHD를 먼저 고려하면 안 된다.


자폐와 ADHD, 완치보다 중요한 '적응'과 '치료'
Q. 자폐와 ADHD의 원인은... 혹시 유전?

아직까지는 원인을 모릅니다. 유력한 원인 가설 중 하나는 유전이 가장 크고요. 특정한 자폐 또는 ADHD 유전자가 대물림돼서 생긴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다양한 유전자가 변이가 되고, 발달 과정에서 환경 요인과 상호작용을 해서 병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자폐는 사회성 뇌 회로에 유전자 변이가 영향을 미쳐서 사회성 발달이 문제가 되는 것이고, ADHD는 전두엽 기능의 미숙함을 초래해서 감정 뇌와 충동 조절력이 떨어지니까 급하고 산만하고 자기 주도적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등의 과잉 행동 증상으로 나타난다.

Q. 자폐, ADHD, 완치는 되는 건가요?

자폐는 완치 개념은 없고 완화 개념. 적응 기능을 높이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 됩니다. 말을 못 하는 자폐라도 손으로 뭔가 만들어내고, 하루 종일 먹고 TV만 보는 삶이 아니라 소속감을 느끼는 공간에서 활동하고 어울리면서, 나름대로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게 만들어주는 것이 치료의 목표라고 생각하고요.

ADHD는 자폐보다는 훨씬 예후가 좋아요. 약도 좋은 근거 중심 약이 개발돼 있고. 자폐는 근거 중심 치료가 약물 치료가 아니지만 ADHD는 근거 중심 치료가 약물입니다. 큰 차이예요. ADHD는 약물 치료를 했을 때 드라마틱하게 좋아지기 때문에 많이 완화되고, 성인기까지 이어지더라도 독립적인 생활을 못하는 수준은 거의 없다. 자폐 같은 경우는 완치 개념은 없다. 그렇게 차이를 둬서 생각해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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