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OP, 아군을 향해 겨눠진 총구
[2015/2/3 : 강원도 고성 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12명 사상자를 낸 혐의로 기소된 23살 임 모 병장에게 사형이 선고됐습니다.]
11년 전 오늘, 대법원에서는 군 사법 역사상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사형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판결은 '관심병사' 단 한 명의 책임 만을 묻는 것이 아니라, 위험 신호를 알고도 놓쳤던 군 조직 전체에 던진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군대 가서 참으면 (가혹행위 사망 사건의) 윤 일병 되는 거고 못 참으면 (GOP 총기 난사 사건의) 임 병장 되는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군대 보내겠습니까?]
이 모든 비극은 2014년 6월 21일 밤,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GOP 초소에서 시작됐습니다. 경계 근무 중이던 당시 22살 임 모 병장이 동료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K-2 소총으로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겁니다.
불과 몇 분 사이 병사 5명이 목숨을 잃었고 7명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임 병장이 총기와 실탄 60여 발을 소지한 채 완전 군장을 하고 부대를 이탈한 겁니다.
합동 수색에 나선 군과 경찰이 탈영한 임 병장을 생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42시간.
[도주한 임 병장을 추적하던 수색팀이 3차례나 임 병장과 마주쳤는데도, 심부름 간다거나 피아 식별 띠를 가지러 간다는 임 병장의 거짓 답변을 믿고 보내준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최전방 GOP의 통제력이 무너져 있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2. '관심병사', 그러나 관심받지 못한 병사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임 병장은 입대 전후 실시한 검사에서 'A급 보호관심병사', 즉 정신적 불안과 적응 문제로 집중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받은 병사였습니다. 그런데도 실탄을 지급받고 총기를 다루는 GOP 경계 근무에 투입됐던 겁니다.
문제는 근무 배치만이 아니었습니다. 임 병장은 부대 생활에서도 이미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동료들에게 무시와 조롱을 겪으며 고립은 점점 심해졌지만, 매번 개인의 성격이나 적응력 탓으로 치부되면서 적절한 조치 없이 방치됐습니다.
[김관진 / 당시 국방부장관 (2014년 6월 26일): 전역을 3개월 앞둔 병장이 이렇게 사고자가 된 이면에는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 바로 집단 따돌림이라는 이런 현상이 군에 역시 존재를 한다..]
[SBS 8뉴스 (2014년 7월 2일): 임 병장은 조사 과정에서 간부라면 다른 병사들이 괴롭히는 것을 막아주어야 하는데도 오히려 더 괴롭히고 무시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관심받지 못한 관심병사' 임 병장은 군이 최전방에 세워둔 '시한폭탄'이 돼버렸습니다.
3. 단죄와 책임, 사형 판결이 남긴 메시지
하지만 사법부의 판단은 단호했습니다. 1심 군사법원은 임 병장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나이가 어리고 불우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이건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며 "군사 지역의 안보 공백을 초래한 엄중한 책임을 묻고 극악한 범죄에 대해서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습니다.
다만, 당시 대법관 13명 중 4명은 사형에 반대했습니다. "범행의 책임을 오로지 임 병장에게만 물을 수 없고 군의 관리소홀 책임도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판결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군 조직에 문제가 존재하더라도 개인의 범죄 책임은 엄격하게 분리하겠다는 점, 즉 피해와 가해의 경계를 흐리지 않겠다는 원칙을 명확히 한 겁니다.
하지만 당시 임 병장 변호인이 남긴 말은 판결이 놓친 지점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당시 임 병장 변호인: 사형을 선고한 것 자체에 대해서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진 않아요. 그러나 병사들이 왕따라는 표현은 안 했지만 그런 일을 했다고 인정을 했지 않습니까? 존재하는 군 내 따돌림 현상을 인정을 해야 더 진지한 고민이 들어갈 거 아닙니까? 애써 눈 감은 부분이 있다는 거예요 보이는데. 이거는 사형이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서 미칠 군의 명예에 대한 걱정 이게 작용한 판결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어요.]
4. '제2의 임병장', 군은 막을 수 있나
임 병장 사건 이후, 군은 분명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을 대폭 늘리고, 군 인권 신고 창구를 외부 기관으로 넓히면서 '병영 문화 혁신'을 약속하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병사 심리 검사와 위험군 관리 체계도 이전보다 훨씬 정교해졌습니다.
그렇다면 11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군의 모습은 어떨까요.
국방부에서 발표한 사망사고 통계를 보면 과거보다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1년에 50~70여 명의 젊은 병사가 군 내부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2년 전 강원도 인제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가혹 행위로 숨진 훈련병, 지난해 괴롭힘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육군 대위까지.. 우리 군의 소식은 여전히 무겁기만 합니다.
임 병장 사건은 우리에게 뼈아픈 숙제를 남겼습니다. 가해자를 엄벌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 바로 '괴물'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 군은 '제2의 임 병장'을 정말로 막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행동으로 답해야 할 때입니다.
(취재: 이현영 / 영상취재: 주용진 / 영상편집: 이혜림 / 디자인: 육도현 / 연출: 조도혜 / 제작: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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