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 인민해방군(중국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음 서열인 장유샤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낙마하면서 그 배경과 파장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장 부주석은 제복군인 중 최고위직으로 시 주석의 측근이자 군부 내 '실세'로 통해왔으나 지난해 제기된 '시 주석 실각설'에서 시 주석과 대립하는 세력의 중심인물 격으로 지목돼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군 최고위급 숙청은 시 주석이 내년 당대회에서 결정될 4연임과 나아가 종신집권까지 염두에 두고 걸림돌을 제거하고 충성파로 군 수뇌부를 채우려는 정지작업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 부패? 기밀유출? 정치싸움?…"심각한 배신·지나친 권력 시사"
장 부주석의 숙청은 그가 군부 최고위직이자 시 주석의 최측근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던졌습니다.
장 부주석의 부친 장쭝쉰(張宗遜) 상장은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와 산시성 고향 친구이자 혁명전쟁 시기 전우로, 장 부주석과 시 주석 역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의형제' 같은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SD)의 중국 전문가 빅터 스 부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장유샤와 시 주석 사이의 깊은 우정을 고려하면 (장 부주석의) 이번 배신의 성격은 상당히 나빴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국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숙청을 진행하고 발표한 점도 눈길을 끕니다.
장 부주석은 지난달 22일 상장(대장) 진급식에 참석했고 지난 12일 열린 제20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의 신변이상설이 불거진 것은 지난 20일 장관급 당정군 고위 간부가 참석하는 세미나에 불참한 것이 시작이었는데, 국방부는 이후 나흘 만에 장 부주석과 류전리 중앙군사위원(연합참모부 참모장)의 '기율위반·불법' 혐의에 대한 조사 착수를 발표했습니다.
군 서열 3위였던 허웨이둥 전 부주석 등 이전에 숙청된 고위직의 경우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 수개월간 '실종'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입니다.
중국군이 장 부주석과 류전리 중앙군사위원(연합참모부 참모장)의 이번 실각 이유로 부패 문제를 의미하는 '기율위반'에 이어 '군사위 주석 책임제 훼손'을 언급하며 정치문제가 원인일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눈에 띕니다.
시 주석은 집권 1기인 2014년 전군정치공작회의를 통해 '군사위 주석 책임제'를 재확립했습니다.
이를 통해 군 지휘권과 국방 문제 결정권이 중앙군사위 주석인 시 주석에게 한층 집중됐으며 군 당국은 이를 군의 핵심 원칙으로 거듭 강조해왔습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의 중국군 전문가 라일 모리스는 당국의 주석 책임제 언급은 장유샤가 시 주석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권력을 지나치게 많이 가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장유샤가 시 주석의 지휘계통과 보조를 맞추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중국군 수뇌부 대상 비공개 브리핑 내용을 인용해 장 부주석이 핵무기 관련 핵심 기술 자료를 미국에 넘긴 혐의와 인사 비리, 정치적 파벌 형성, 중앙군사위 권한 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 내년 4연임 앞두고 '불만세력 제거'
정지작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 부주석과 최근 시 주석과 불화설이 계속됐다는 점에서 이번 숙청을 내년 4연임 결정 등 종신집권을 향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군부 내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 자제 그룹)을 대표하는 인물인 데다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 참전용사인 장 부주석은 2012년 시 주석 집권 이후 승진을 거듭하며 시 주석의 군권 장악과 군 현대화 작업에 앞장섰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허웨이둥 전 부주석과 먀오화 전 중앙군사위원 등 시 주석의 푸젠성 인맥인 '푸젠방' 인사들이 잇따라 숙청되고 그 배후에 장 부주석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일부 반중매체를 중심으로 제기된 '시진핑 실각설'에서도 장 부주석은 시 주석과 대립하는 세력의 중심인물 지목됐습니다.
'시진핑 실각설'은 지난해 9월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열병식'에서 시 주석이 내부 장악력을 과시하고 같은 해 10월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20기 4중전회) 때도 후계신호 없이 4연임에 무게를 실으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였지만 장 부주석은 여전히 군부 내 실세이자 시 주석에 반기를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시 주석은 그런 장 부주석을 제거함으로써 군을 완전히 틀어쥐고 장기 연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불만 세력을 차단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중국 분석 책임자였던 데니스 와일더 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해 장 부주석이 허웨이둥 전 부주석과의 파벌경쟁에서 승리한 이후 "시진핑은 아마도 장유샤가 군 내부 권력을 모두 쥐고 있다는 점을 두려워했을 것"이라며 "시 주석이 4연임을 원한다면 당내 반대 세력을 장유샤가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FT에 말했습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의 드루 톰프슨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은 이제 장유샤를 필요로 하지 않는 지점에 도달했다. 그는 시 주석을 보호하고 중국군의 개혁을 추진했지만, 이제는 시 주석의 절대 권력 장악에 대한 경쟁자이자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숙청 계속' 관측 속 군 전력·양안관계 영향 주목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 주석이 장기 집권을 준비하며 군부 숙청 '칼바람'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수년째 계속된 숙청으로 군 내부 사기 저하와 장성급 인사의 경험 부족으로 군의 작전수행 능력이 저하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이를 감수하려 하며, 그만큼 시 주석의 권력기반이 확고하다는 것입니다.
양타이위안 안전대만학회 이사장은 현지 매체에 "시진핑은 인민해방군 상장을 숙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장·소장급 장성들까지 정리하고 있다"며 "이는 권력 안정을 위한 것이자 향후 5∼10년간의 장기 집권을 준비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차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 조교수도 FT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어느 한 파벌의 지도자만 제거하고 다른 파벌은 그대로 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가 지금 한 일은 어느 특정 세력이 지나치게 강력해지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ASPI의 모리스 역시 시 주석이 이번처럼 극적인 조치에 나선 것은 그가 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군 장악력을 확고히 했음을 시사한다면서 "이번 일은 시 주석이 약해진 것이 아니라 강해졌다는 신호다. 장유샤의 세력 기반에서 역풍이 있겠지만 시 주석은 이를 막아낼 자신의 권력 장악력을 자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숙청 작업이 중국군 전력과 타이완해협 안보 지형에 끼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중앙군사위 7인 중 5명이 공석이 되며 군 수뇌부가 사실상 와해한 상태여서 중국이 타이완 침공을 비롯한 무력 사용에 더 신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재단의 윌리 람 선임연구원은 홍콩매체 아시아센티넬에 "시진핑은 황제로 남기 위한 모든 장애물을 제거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대가로 단결과 정상성을 희생했다"며 "경험 있는 장군들 대부분이 제거됐고, 타이완은 당분간 안전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군 내부의 충성 경쟁이 격화되며 전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긴장 수위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됩니다.
중장·소장급 장성들이 충성도를 입증하기 위해 국지적 군사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니퍼 웰치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 지경학 분석가는 "이번 숙청은 군 의사결정을 교란하고 주도권을 약화하며 지휘·통제를 뒷받침하는 충성 네트워크를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짚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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