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사람 사는 게 힘드네예"…집엔 칼바람, 동파로 물도 끊겨

"사람 사는 게 힘드네예"…집엔 칼바람, 동파로 물도 끊겨
▲ 파손된 미닫이문 살피는 적십자 봉사자들

"사람 사는 게 힘드네예. 묵고 사는 하나하나가 다 돈이네예…" 전국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가운데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이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오후 울산 북구 주민 김 모(77) 씨의 볼은 발갛게 얼어 있었습니다.

김 씨 집 철제 미닫이문 두 짝 중 한 짝은 이미 떨어져 있었고, 문에 끼워져 있어야 할 유리는 깨져 있었습니다.

칼바람이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와 방바닥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습니다.

김 씨는 "문이 뻑뻑해서 힘을 줘 열다가 이음새가 떨어지면서 유리랑 문이 다 부서졌다"며 "동 행정복지센터에 수리를 신청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가 주로 생활하는 방에는 조그만 텔레비전과 함께 냉기를 피하려는 듯 여러 겹의 이불이 깔려 있었습니다.

기름보일러가 있지만 난방비 부담에 무용지물입니다.

그는 "춥다고 그때마다 보일러를 틀면 돈이 몇십만 원씩 들어서 거의 못 쓴다"며 "전기장판을 틀면 좀 뜨뜻한데, 전기세를 내주는 집주인한테 미안해서 밤에만 켜고 낮에는 꺼놓는다"고 했습니다.

기본적인 일상생활도 쉽지 않습니다.

김 씨 집에는 상수도가 들어와 있지 않아 평소에는 우물물을 양수기로 끌어다 사용합니다.

그러나 최근 강추위로 양수기 설비가 동파돼 그조차 끊겼습니다.

이웃집에서 받아온 수돗물을 아껴 쓰고 있지만, 영하의 기온에 살얼음이 껴 있었습니다.

샤워는 목욕탕에서 해결하지만, 목욕비도 부담이라 일주일에 한 번이 전부입니다.

평소 식사는 지자체에서 배달해주는 도시락에 의존합니다.

"일요일하고 공휴일 빼고는 거의 매일 와요. 양이 많지는 않지만, 그거라도 있어서 버팁니다." 한파가 길어질수록 하루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것이 김 씨의 과제입니다.

김 씨는 "겨울이 제일 힘들다"며 "춥고, 물 안 나오고, 뭐 하나 고치려면 다 돈"이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는 "그동안은 노인 일자리라도 나가서 조금씩 벌어 썼는데 이제는 몸이 말을 안 듣는다"며 "작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받아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시로 집을 찾아오는 봉사자들과 안부를 물어오는 이웃, 지자체의 지원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고 했습니다.

이날 김 씨의 집을 찾은 적십자 울산 북구협의회 봉사자들은 방 안에 외풍을 막을 방한용 텐트를 설치했습니다.

전기장판 위치를 이리저리 옮기고 텐트를 여닫는 법을 설명하며 "따뜻하게 하고 지내시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봉사자들이 새 이불을 건네자 김 씨는 "이불을 여러 개 덮으면 안 춥다"며 방 한 귀퉁이에 이불 더미를 내려놨습니다.

울산지역 한파 취약계층은 총 1만 5천569명입니다.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 모금이 진행되고 있지만, 경기 침체 속 기부 열기는 미지근한 상황입니다.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는 재난 이재민과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말까지 집중모금 기간을 운영 중인데, 지난 21일 기준 모금액은 총 10억 8천620만 원으로 목표액(15억 2천만 원) 대비 71.46%에 그칩니다.

같은 기간 진행되는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희망 2026 나눔 캠페인' 모금액은 21일 기준 56억 6천993만 원입니다.

목표액의 1%가 모일 때마다 1도씩 채워지는 '사랑의 온도탑'은 78.2도에 그쳐 전국에서 가장 낮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