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26 평양에 잠입한 '스파이'...김주애 참석한 그 행사?
01:04 '김정일을 죽여라?'...용천역 암살사건 꺼낸 북한
03:17 검사도 기자도 '나쁜 놈'…북 주민 대리 만족?
04:58 북한의 진짜 메시지는?
북한이 지난 3일 조선중앙TV를 통해서 주민 일반에 공개한 영화가 있습니다. '대결의 낮과 밤'이라는 제목의 100분짜리 영화인데요.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K드라마를 대놓고 따라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만큼 굉장히 독특한 영화입니다. 영화를 찬찬히 살펴보면 또 지금 북한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하는지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오늘은 이 영화를 가지고 와봤습니다.
1. 평양에 잠입한 '스파이'…김주애 참석한 그 행사?
영화 속 한 장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24년 5월 14일 평양 전위거리 준공식이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환호하는 인파들 사이로 정색하고 있는 안경 쓴 남자가 보이는데요. 누가 봐도 수상해 보입니다. 영화에 등장한다고 하니까 이게 가상의 행사인가 싶으실 텐데 실제로 북한에서 열렸던 이벤트이고 이날 김정은 총비서 그리고 딸 김주애가 참석했습니다. 현실의 공간을 배경으로 그대로 가지고 온 건데 남자의 정체는 이른바 역적의 후손입니다. 할아버지는 김일성 제거를 시도하다가 실패했고 아버지는 김정일 제거를 시도하다가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그 아들까지 평양에 잠입했다는 설정인 거죠.
2. '김정일을 죽여라?'…용천역 암살사건 꺼낸 북한
영화의 엔딩 장면부터 거꾸로 설명을 드려봤는데요. 사실 대부분의 스토리는 남자의 아버지 리태일이라는 인물에 관한 겁니다. 배경은 좀 거슬러 올라가서 1990년대 리태일이 지도부를 제거하기 위해서 열차 폭발을 시도한다는 내용입니다.
[이건 시작이야. 내가 역이나 하나 날려 보내자고 35년을 기다린 거 같아? 수상을 제거해야 해.]
북한이 2014년에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 예고편이 미국에서 나온 걸 두고서 외무성 대변인 성명까지 내서 반발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런 거 만드는 걸 노골적인 테러 행위라고 비난을 막 했는데 지금 한 10여 년 만에 동일한 행위를 북한 스스로 또 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이 영화, 유달리 눈에 띄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가상의 사건이 아니라 실제 일어난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걸로 보인다는 겁니다. 2004년 4월 평안북도 용천군이라는 곳에서 질산 암모늄을 실은 화물차가 폭발해서 150여 명 이상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진 적이 있었거든요. 영화 속 주인공이 폭파시키려는 역들도 보면 평안북도 지역에 있고요. 이름도 '용암역', 당시랑 앞글자가 같습니다. 북한 주민들이라면 당시 사건이 당연히 떠오를 수밖에 없겠죠. 북한은 당시에는 부주의에 의한 사고라고 공식 발표를 했지만, 북한 바깥에서는 김정일 암살 시도가 아니냐 이런 추측들이 꾸준히 제기가 됐었고요. 북한이 그동안에 내부적으로 '암살 시도설' 알리지 않고 있었는데, 쉬쉬하고 있다가 이번에는 이걸 고리로 아예 영화를 만든 겁니다.
[오진하 / 영화·연극 연출가(탈북민): 폭파 사건이다, 이건 보위부가 수사하고 처분권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비밀이에요. 일반 예술 창작가들이 그거 손을 댄다 절대 (안된다). 그만큼 수령 신변에 대한 보위 정신을 인민들이 좀 가질 필요가 있겠다, 이런 판단을 했나봐요. 제대로 좀 재미나게 만들어라. 단단히 마음을 먹고 제대로 메시지를 좀 전하고 싶어 하는 노력이 보여요. 수령 보위에 대한 인민들의 경각심이 너무 흐트러졌다.]
사건의 정확한 실체는 여전히 알 수가 없지만 적어도 김정일이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다, 이렇게 믿고 있었다는 정황은 2011년 위키리크스를 통해서 드러난 바 있습니다.
3. 검사도 기자도 '나쁜 놈'…북 주민 대리 만족?
김정은 시대 들어서 나온 영화, 드라마가 한 10편 정도 되는데 북한은 이번 영화에서 특히 볼거리 요소를 많이 강화했습니다. 거의 북한 주민들에게 "이래도 안 볼래?" 이런 느낌까지 든다고 할까요? 폭력에 살인, 혈흔이 낭자하는 독한 장면들이 계속 나오고요. 보여드리기 어려울 만큼 잔인한 장면도 있습니다. 또 막장 드라마 보듯이 욕하면서 볼 만한 장치들도 많이 숨겨놨습니다. 뭐 연인 간의 데이트 장면 같은 건 기본이고요. 지금 보시는 이 장면.
[찍지마! 한번만 한번만 살려주십시오.]
눈을 의심할 수도 있지만 북한 영화 장면 맞습니다. 주인공인 검사가 우리로 치면 '불륜을 들킨 건가?' 이런 생각도 좀 드는데 주인공인 검사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성적으로 적절치 않은 관계에 있는 누군가를 급습하고 또 이걸 빌미로 자기 하수인으로 만든다는 내용이고요. 철도성 간부는 뒷돈 받다가 주인공에게 걸려서 열차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데, 여기서는 저 같은 기자도 악역으로 나옵니다. 기자하다가 무역 일꾼 하겠다면서 연을 대려고 하고 결국 스파이 노릇을 하는 식이죠. 붕대를 풀면 완전히 새 인간으로 태어나는 K드라마 클리셰 같은 장면도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같은 걸 만들어서 남한 영화나 드라마 시청하면 노동교화형, 유포할 경우에는 최고 사형까지 하는데 북한이 직접 대체재를 만들어서 공급하겠다는 걸로 볼 수가 있습니다. 과거를 살펴보면 김정일도 영화광이어서 체제 선전 영화들 많이 만들었는데 이때는 크게 재미는 없었습니다. 주민들도 보라고 해서 보기는 하지만 따분하고 좀 재미가 없으니까 눈여겨보는 일이 눈여겨보지는 않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명확해 보이죠. 뒤집어 보면 북한 주민들에게도 과거 방식의 선전이 그렇게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4. 북한의 진짜 메시지는?
물론 아무리 재밌게 재밌게 만든다고 해도 북한 영화는 결국은 북한 영화일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파간다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북한이 이런저런 변화구를 줘서 주민들에게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 건가? 이것도 또 안 짚어볼 수 없죠. 결국은 이번에도 체제 수호, 수령 옹위입니다. 위기 상황을 더욱더 극적으로 부각해서 똘똘 뭉치지 않으면 큰일 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려고 한다는 거죠. 두 번째는 외부 세력에 대한 경계, 또 나아가서 외부 세력과 결탁하려는 내부 세력에 대한 경고,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외부인과 협상하는 장면은 기본적으로 매우 불온한 걸로 묘사가 됩니다.
[질안비료? 이건 명색뿐이고…또 큰 걸 노리는 획책일 수도 있어. 이번엔 우리 철도 현대화를 위한 합작과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왔다고 합니다.]
비료 지원 받는 거나 철도 현대화 사업 논의 이런 것도 전부 소위 반공화국 모략 책동으로 치부가 됩니다. 결국 북한 정권 입장에서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판단되는 것들을 영화 속에서 계속해서 그려내고 경각심을 주입하는 효과를 북한은 노리고 있다고 판단이 됩니다. 안에 있는 내용물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걸 표현해내는 방식은 최근 들어서 상당히 진화하고 있습니다.
(취재 : 김아영, 구성 : 신희숙, 영상편집 : 류지수,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