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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매 살해 해놓고 "여자 못 만나니 사형은 좀"…유족 피눈물 [REWIND 8NEWS]

1. 사형 선고 받은 '울산 자매살해범' 김홍일
[2013/1/25 8뉴스 : '자매살해범' 김홍일에게 법정최고형인 사형이 선고됐습니다. 불과 3분 20초 만에 두 자매를 살해했고, 무고한 동생과 구조 신고를 한 언니까지 살해한 것은 인간 이하의 행동이라고... ]

오늘로부터 13년 전, 재판장의 사형 선고와 동시에 법정에선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눈물의 주인공은 '자매살해범', 당시 27살 김홍일에 두 딸을 모두 잃어버린 어머니였습니다.

비극의 시작은 2008년 7월, 김홍일이 두 자매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였습니다. 자매 중 언니 A씨가 김홍일과 자주 마주치며 가까워졌고, 둘은 교제를 시작하게 된 겁니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전형적인 '은둔형 외톨이'였던 김홍일은 교제를 시작한 뒤 점점 더 A씨에게 집착했습니다. 김홍일이 A씨의 통화 목록까지 들여다보면서 싸움은 잦아졌고, 고통에 시달리던 A씨는 김홍일에게 '그만 헤어지자'라고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김홍일은 계속해서 A씨에게 문자를 보내고 찾아갔지만, A씨는 김홍일과는 더이상 만날 수 없다고 굳게 마음먹은 이후였습니다. 이별 뒤에도 계속된 일방적 연락과 집착, '스토킹'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범죄로 치닫는 데까진 불과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2. '3분 20초'의 참극, 멈춰버린 자매의 시간
범행 전날, 김홍일은 출근도 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주방용 칼 파는 곳', '울산 총 구할 수 있는 곳', '불붙는 기름' 등을 검색했습니다. 이후 김홍일은 마트에서 33cm짜리 흉기를 사 차 뒷좌석에 뒀습니다.

유족들이 간절히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하는 그날, 2012년 7월 20일 새벽 3시 잠에서 깬 김홍일이 차를 몰고 그대로 A씨 집으로 향합니다.

건물로 들어가 피해자들의 집 베란다 쪽에 불이 켜져 있는 걸 확인하려는 김홍일 모습이 CCTV에 그대로 찍혔습니다.

3시 12분, 김홍일은 뒷좌석에 던져뒀던 흉기를 챙겨들곤 가스배관을 움켜쥐고 한 발 한 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가스배관을 타고 집에 들어간 김홍일은 거실에서 자고 있던 A씨 동생을 흉기로 두 차례 찔렀습니다.

비명소리에 놀라 나온 언니 A씨가 소리를 지르자 베란다에서 뛰어내렸지만, 김홍일은 순간 "A씨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되겠다" 생각하고, 다시 배관을 타고 올라갔고 A씨를 흉기로 열두 차례나 찔러 무참히 살해했습니다.

이후 김홍일이 흉기를 들고 자매가 살던 빌라에서 내려와 CCTV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시각은 3시 15분. 이 모든 건 단 3분 20초 만에 벌어진 참극이었습니다.

3. 유족을 두 번 죽인 '안하무인' 태도
범행 직후, 김홍일은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사건 발생 이틀 뒤 승용차를 두고 사라진 이후 전단지 10만 장을 배포하고 전국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김홍일의 흔적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새 55일이 지났습니다. 전 국민이 공포에 떨며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려던 그때, 부산 기장군의 한 야산에서 버섯을 캐던 시민이 이상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험한 산속,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닌데 웬 남자가 누워 자고 있었던 겁니다.

[당시 중부경찰서 형사과장 (2013년 9월) : 계곡에 있는 물 먹다가 나중에는 공사장 현장 인부들이 송전탑 공사를 하면서 여러 사람이 먹게 돼있는 아이스박스 안에 수박 또는 음료수, 생수(를 갖다 먹고)..]

잔혹하게 자매의 목숨을 앗아간 그 손으로, 본인은 살겠다고 55일을 악착같이 버틴 겁니다.

검거 이후 김홍일이 보인 태도는 또 한 번 유족과 시민들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잡히고 나니까 아까 홀가분했다고 했다는데) ...]

당시 변호인과 제가 통화를 해보니, "김홍일이 '경찰이 수색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그 모습이 너무 허술했다"라고 말을 했고 "아마 그런 이유로 웃음을 보인 걸로 안다"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내놨습니다.

김홍일은 검거 이후 유치장에서 "술, 담배, 여자 이런 걸 못하니까 무기징역은 피하고 싶다. 한 20년 살다 나오면 스마트폰이 얼마나 발달되어 있을까"라는 철면피 같은 소리를 하거나, 구치소에서도 "20년쯤 살면 가석방된다. 출소하면 여자도 사귈 거"라는 등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인 걸로 전해졌습니다.

4. 웃음 보인 살인마에 '관용' 베푼 사법부
잔혹한 자매 살해와 반성 없는 도주극, 뒤따르는 반성 없는 태도에, 1심 재판부는 김홍일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장은 이례적으로 판결과 함께 A4 한 장 분량의 소회를 밝히기까지 했습니다.

"가족들과의 면회기록을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어디에도 진심으로 참회하는 내용은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자신들만의 살 길을 추구하는 가족이기주의의 모습만이 보여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사형제도가 잔인한 범행을 억제·예방할 수 있는 위하력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1심 결과는 4개월 뒤 뒤집히게 됩니다. 2심 재판부가 김홍일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해 준 겁니다.

재판부는 "김홍일이 반성을 하고 있다"며 검거 직후 웃음을 보인 김홍일의 태도에 대해서도 "산속에서 도피생활을 하다 체포된 직후라 어떤 심리상태에서 나온 표정인지 알기 어렵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김홍일이 주도면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기 보다, A씨에게 과도하게 애착을 보이다 이별을 통보받자 열등감에서 비롯된 분노와 적개심을 이기지 못한 거"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심지어 동생을 살해한 뒤 도주했다가 다시 돌아와 A씨까지 흉기로 난자한 잔혹성을 단순히 '흥분 상태에 의한 우발적 범행'으로 치부하기도 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우리 공동체를 위해 반드시 이 세상에서 피고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고 단정하기는 부족하므로, 사형을 선고한 1심은 부당하다"며 판결을 끝맺었습니다.

김홍일의 존재 가치가 인정받는 그 순간, 법정에서 무너져 내린 건 남겨진 유족들의 마지막 희망이었습니다.

[박종환/살해된 두 자매 아버지 : 억장이 무너지고요. 그래도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와서... 완전히 심장이 다 내려앉은 것 같습니다.]

2심 재판부가 김홍일에게 면죄부를 준 거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대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대한민국은 1997년 이후 29년째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는 나라입니다.

[정보성/광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반성을 하고 있는지, 하고 있지 않는지에 대한 사람의 주관적인 거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는 없잖아요. 판단할 수 있는 그 차후 근거가 반성문이라는 거거든요. 근데 반성문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요.]

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생존만을 생각하던 김홍일의 태도가 2심 재판부가 말하는 '반성'과 양립할 수 있는 것이었을지, 법의 잣대가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기에 충분했는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숙제를 던진 사건이었습니다.

(취재: 이현영 / 영상취재: 강동철 / 영상편집: 이혜림 / 디자인: 육도현 / 연출: 조도혜 / 제작: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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