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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정면충돌'…한국 원화에 어떤 영향? [스프]

[똑소리E]

미국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정면충돌'…한국 원화에 어떤 영향? [스프]
스프 핵심요약

트럼프 행정부는 연준의 독립성을 위협하며 제롬 파월 의장을 사법적으로 압박하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는데, 이는 금리 인하를 유도해 달러 가치를 낮추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됩니다.

이번 충돌로 금융시장이 요동쳤지만 원달러 환율은 계속 올랐는데, 이는 달러가 강해서라기보다 원화의 구조적 문제 때문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달러 가치를 낮추려 하고 한국 같은 무역 흑자국의 통화 가치는 올리길 원하기 때문에, 우리 환율에 상방 제한선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검찰이 현직 중앙은행 수장을 수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소환장을 받고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정면 충돌하는 모습까지 모두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지금 달러에 붙는 가치, 달러의 돈값을 얼마로 보면 될지 그 기준을 정해주는 사람인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하라는 대로 금리를 낮추지 않았더니 사법적으로 협박하고 있다'고 공식 성명을 냈습니다.

초유의 이 사태는 왜 빚어졌을까요? 그리고 왜 이번 사건이 우리 돈 원화의 가치가 올해 어떻게 전개될지 강력한 힌트를 제공하는 걸까요?

한국 시간으로 지난 12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직접 밝힙니다. '미국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받았다'
제롬 파월 |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연준이 공공의 이익에 최대한 부합하는 게 무엇일지 판단해 기준금리를 정했다는 이유로 받게 된 것입니다. 대통령이 하자는 대로 하지 않고요.

연방준비제도 건물 보수 공사 관련해서 파월 의장이 지난해 6월에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나가서 내놨던 증언들을 다시 조사하겠다고 소환했다는 건데요.
연준 청사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P, 연합뉴스)

지난 7월, 문제의 공사 현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은 건물 공사에 돈을 왜 이렇게 많이 쓰냐. 내가 직접 봐야겠다' 전격 방문해서 나왔던 투샷입니다. '연준은 왜 이렇게 금리를 안 내리냐'고 한창 압박할 때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3.1억 달러 정도가 들죠. 공사비가 좀 올라갔어요.

제롬 파월 |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다른 건물을 더해서 말씀드린 겁니다. (그 다른 건물은) 5년 전에 공사가 끝났어요.

대통령이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하는 말을 연준 의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가면서 반박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이 연준 건물 공사 관리를 무능하게 해서 소송을 해야겠다' 본인 소셜미디어에 법적 조치를 암시하는 멘트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연준의 이 공사는 25억 달러(3조 7천억 원가량) 드니까 대공사이긴 하지만, 100년 전에 지은 건물 2동을 처음 전면 보수하는 거고, 지하로도 사무실이 4층, 5층씩 더 들어설 수 있도록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게 연준의 입장입니다. 실제로 D.C.에 있는 또 다른 건물 스미스소니언도 비슷한 공사를 계획했던 적이 있는데 이때 견적이 20억 달러 정도 나왔습니다. 지금 백악관에서 진행 중인 보수 공사도 있는데, 단위 면적당 비용은 그게 연준 공사보다 더 높습니다. 백악관 공사는 기부금으로 대부분 충당한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요.

파월 의장은 법무부가 문제 삼고 있는 지난해 의회 증언에서 '나도 이런 공사를 내 임기에 하고 싶지 않았는데 건물이 위험하다. 비가 샌다'고까지 토로했습니다. 공사를 할 만해서 하는 거지 파월 의장이 돈을 미심쩍게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상황은 아니라는 게, 공사를 감사한 관리들의 증언으로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표현대로 '트럼프 정부가 독립적 기관인 연준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영향력을 갖겠다는 걸 분명히 했다'는 풀이가 나옵니다. 금융시장도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트럼프와 파월이 정면 충돌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 선물이 한때 일제히 급락했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2%까지 뛰어오릅니다. '지금 달러에 투자하려면 금리를 좀 더 받아야겠는데? 미 국채의 비싼 값을 지금 이럴 때 쳐줄 필요가 있겠나?' 채권 시장 분위기가 이런 식으로 반응했다. 6대 주요 통화 대비해서 달러의 가치 수준을 말해주는 달러 인덱스도 한때 급락합니다. 달러 대신에 금값은 급등했습니다.

지난해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거세게 압박할 때마다 미국 주가가 급락하고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걸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오로지 물가와 고용, 경제 데이터만을 놓고 독립적으로 적정 금리를 판단해야 하는 연준 사람들이, 단기간에 경기가 확확 좋아지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우선할 수밖에 없는 정부나 대통령에게 휘둘리는 미국이 된다면 달러는 좀 위험하겠는데?'라고 시장이 일관되게 판단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파월 정면충돌, 원화의 미래를 알려준다고?
그런데 정작 이렇게 달러 가치가 급락한 그 시간에 우리 돈 원화는 어땠죠? 원달러 환율은 그냥 계속 올랐습니다. 달러가 6대 주요 통화 대비해서 가치가 한때 확 떨어졌을 때도 우리 돈 원화에 대해서는 끄떡없었다는 겁니다. 다만 달러 가치가 좀 하락세다 보니까 원화 대비한 환율 상승 폭의 기울기가 약간 제한되는 모습은 나왔는데, 그래도 원화 가치 하락세가 이어지는 걸 막지는 못했습니다.

지난해 말에 외환 당국이 시장에 개입하면서 1달러에 1,430원 주면 살 수 있는 정도로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올해 들어서 다시 1달러를 사려면 1,470원 넘게 줘야 하는 수준으로 연일 급락세를 고스란히 되돌리고 있습니다. 달러가 강해서라기보다는 지금 원화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들로 인해서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걸 새삼 보여주는 상황인 겁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한마디로 '미국이 은근히 동조해 주는 버티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화가 이대로 계속 추락하지는 않도록 떠받쳐주는 힘이 밖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왜일까요?


미국도 고민 중 "달러가 OO에 비해 너무 비싸"
일단 달러만 놓고 보면, 이번 사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인상은 불확실성입니다. JP 모건 같은 투자은행은 '올해 미국 경제 성장이 계속 잘될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마의 3% 밑으로 떨어지기가 힘들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못 내릴 상황이 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2027년 내년에는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까지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금융시장의 대체적인 관측까지 도전을 받고 있는 게 연초 분위기라는 겁니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가 금리 인하를 이 정도로까지 강력하게 원한다는 걸 새삼 다시 보여줬다? 물론 연준이 독립성을 잃고 트럼프 정부에 휘둘리는 수준까지 간다면 그 역풍 때문에 달러가 요동칠 수도 있지만, 이번 사태의 전개만 봐도 트럼프 정부 안에서도 '연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건 우리 손해다' 이런 분위기가 상당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제일 시장과 소통을 잘한다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거는 안 된다. 이러면 오히려 더 엉망이 된다. 이렇게 파월 의장을 공격하면 5월에 의장 임기가 끝나고도 관례대로 연준 이사 자리까지 내놓지 않고 2028년까지 더 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이러지 말자'고 설득했다는 악시오스 보도가 있기도 했고요. 여당인 공화당 소속 의원들도 '파월에 대한 압박을 거두지 않으면 다음 연준 의장을 대통령이 지명한다고 해도 인준하지 못하겠다'는 반발이 잇따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파월은 나쁜 의장이고, 곧 물러나길 바란다'는 수사(레토릭)는 이어가고 있지만, 결정적인 문제, 자신의 개인 변호사 출신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의 파월 의장 소환에 대해서는 '나는 몰랐다'라고 한 발 물러나기는 했습니다.

정부가 연준을 너무 휘둘러서 시장의 변동성이 너무 커지는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미국 정부 안에 제동 장치가 작동한다고 가정할 때, 트럼프 정부가 이 정도로 금리 인하 의지가 강하다는 이 분위기 자체는 지금보다 달러가 약세로 좀 더 기우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미국 경제만 놓고 보면 달러가 힘이 강할 수밖에 없지만, 정부의 달러 돈값을 떨어뜨리자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도 달러가 지금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돈들에 비해서도요.


2025년엔 관세 전쟁, 2026년엔 '환율 감시'?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입각 초기부터 일관되게 무역 적자를 해소하겠다고 외쳐 왔습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내놨던 관세 정책이 그 목표를 향한 첫 번째 장치였고요. '한국 같은 나라들이 미국에서 돈을 너무 많이 벌어간다. 미국 내수를 부양해야 하는데 미국 제조업을 살려야 하는데 그러면 미국 생산품이 미국 내에서도 수입품들에 비해서 경쟁력이 좀 있어야겠고, 특히 미국에서 흑자 보는 나라들이 미국 것을 좀 수입해야 하지 않겠냐. 미국에서 돈 많이 벌어 가는 중국·한국·일본·타이완 같은 나라들은 미국 생산품을 먹을 거라도 좀 더 사줘야 하지 않겠냐'는 게 미국 생각입니다.

그런데 달러가 너무 비싸면 이런 구상대로 시장이 흘러가도록 유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달러 돈값을 좀 내리자. 연준의 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트럼프 정부의 입장에는 이런 포석도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물론 양면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지금 물가를 잡는 게 급선무인데요. 달러가 약해져서 수입품이 비싸지면 그것도 물가 잡는 데는 도움이 안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 같은 환율 수준에서라면, 이를테면 한국·일본처럼 미국이 크게 적자를 보는 주요 동아시아 나라들의 돈들이 하나같이 달러 대비 돈값이 십수년 만에 가장 떨어져 있는 이런 수준에서라면 달러가 지금보다는 좀 싸지는 게 미국의 이득이라고 트럼프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APEC을 전후해서 트럼프와 미국 관리들의 입에서 관세 얘기가 많이 줄어든 것 모두 아실 겁니다. 관세 드라이브는 이 정도면 됐다. 올해 미국이 자기들이 생각하는 미국 내수 부양을 위해서 좀 더 초점을 두는 건 환율이 될 수 있다. 그 증거 중의 하나가 APEC 이후로 동아시아에서 유독 먼저 강해지고 있는 중국 돈 위안화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학균 |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올해부터는 작년과 같은 관세보다는 미국이 달러의 가치를 적절하게 약하게 유지하면서 무역수지 개선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가장 대립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일 텐데요. 중국의 위안화 환율은 지금은 7위안/달러 밑으로까지 떨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위안화가 2026년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 원화를 비롯한 동아시아 통화에 선행 지표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최근 우리나라 돈은 강세 흐름을 탄 위안화가 아니라 우리 못지않게 힘이 떨어져 있는 일본 엔화에 동조하고 있기는 합니다. 엔화 동조화 현상도 지금 원화가 약한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요. 다카이치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대대적으로 편다고 하니 엔화는 계속 약해질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오기는 하지만, 일본 물가가 너무 높아졌기 때문에 결국 일본도 엔화 약세를 지금처럼 유지하기는 힘들 거고, 엔화와 더불어 원화도 위안화가 먼저 가고 있는 절상 흐름을 따라갈 가능성이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보다는요.

사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거의 늘 미국의 환율 관찰 대상국이었습니다. '너희 혹시 환율 조작하려고 할지도 모르니까 유심히 볼게' 하고 미국이 목록에 올려놓은 대상. 그런데 이때 미국이 보는 건, 수출을 더 많이 더 잘하려고 우리가 인위적으로 원달러 환율을 올리는지, 원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려고 하지는 않는지 보겠다는 겁니다.

지난 연말에 우리 당국이 시장에 개입해서 일시에 원화 가치를 40원을 올려놨습니다. 엄청나게 띄워 놓은 거죠. 그런데 미국이 '왜 한국은 시장에 개입해서 한꺼번에 원화를 40원씩이나 더 비싸지게 만드는 거죠?' 이렇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달러에 비해서 원화 가치를 올리겠다는 건 괜찮다. 오히려 환영한다. 지금 1달러를 사려면 1,500원 근처까지 온 환율을 좀 떨어뜨리려고 한국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말하자면 원화 가치를 띄우려는 노력은 미국이 눈 감아주는, 은근히 밀어주는 노력이라는 겁니다.


한미 재무장관의 악수 뒤 숨은 핵심 포인트는...
APEC을 앞두고 타결된 일련의 한미 무역 협상에서 사실 많은 사람들이 좀 덜 주목한, 거의 살펴보지 않은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한미 재무 당국 간에 10월 초에 내놨던 환율 정책 합의문입니다. 그전까지 분기별로 공개했던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안정 조치 내역을 이제 월별로 대외에는 비공개 전제로 미국 재무부에 매달 공유해 달라. 즉 관세도 관세인데 한국이 환율에 대해서 어떻게 하는지를 앞으로 미국이 좀 더 꼼꼼하게 체크하겠다, 미국 정부가 이걸 요구했습니다.

'원화 가치를 지금보다 올리고 싶어요? 환영합니다. 떨어뜨리는 건 안 됩니다' 이게 지금 미국의 입장이고요. 이미 중국은 APEC 전후한 미중 협상을 거치면서 관세 전쟁에는 미국이랑 휴전 모드가 됐지만 위안화가 서서히 강세로 돌기 시작했습니다. 일본과 한국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면 미국은 더 반길 거라는 거죠.

트럼프 정부와 파월 의장의 연초 정면충돌 양상. 그 뒤에서 다시 한번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건 달러 값을 지금보다는 좀 낮추자는 트럼프 정부의 굳은 의지였습니다. '미국에서 돈을 많이 버는 한국 같은 무역 흑자국들은 지금보다는 돈 가치를 좀 더 올렸으면 좋겠다' 이런 미국의 은근한 종용이 나올 수 있는 대외의 환경은, 지금 걱정이 많은 우리 환율에 상방으로는 제한선을 만드는 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취재 : 권애리, 영상취재 : 주용진, 구성 : 김은지, 편집 : 이혜림, 디자인 : 채지우,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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