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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브리핑] 한국 반도체 시샘하는 트럼프…어떻게 나올까?

中수출 엔비디아 칩에 25%, 대만 15%, 다음은 한국 차례

[이브닝 브리핑] 한국 반도체 시샘하는 트럼프…어떻게 나올까?
한국 증시의 반도체 랠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간밤에 반도체 관련 뉴스가 잇따랐다. 하나는 미국과 대만의 상호관세 15% 합의 소식이고, 둘째는 트럼프가 엔비디아가 중국에 수출하는 AI칩에 대해 관세 25%를 부과한다는 소식, 그리고 세 번째는 대만 TSMC의 사상최대 4분기 실적이다. 지난해 10월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도 반도체 관세 문제는 수면 아래에서 잠복하고 있었다. 시점을 미뤘을 뿐, 상황에 따라 트럼프가 빼들 수 있는 복병 같은 카드이다.

상황을 돌아보면, '대항해'시대를 맞은 한국 반도체가 또 넘어야할 산이다. AI산업의 급속한 확장 속에 첨단 AI가속기에선 미국이 주도권을 잡았지만, 필수적으로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력이 자국 내에 없다는 약점이 부각됐다. 이들 생산시설 상당수가 대만과 한국, 일본에 있다. 트럼프는 관세를 무기화해 아시아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영토 안에 공장을 만들도록 압박하는 전략을 펴왔다. 대만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늘어난 수요 속에 실적을 낼수록 트럼프 행정부의 눈총은 강해진다. 지난해 8월 자국 수입 반도체에 대한 100% 관세율을 선언한 뒤, 일단 주머니로 다시 집어넣었던 트럼프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를 흔들었던 '상호관세' 부과가 연방대법원에 의해 불법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품목관세'로의 전환 전략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하워드 러트닉' 美상무장관과 '웨이저자' TSMC회장

상호관세 15% 합의한 대만..美생산 많을수록 관세감면?

미국과 대만은 15일(현지시간)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고, 미국에 모두 5천 억 달러 직접 투자와 신용 보증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한국은 3천500억 달러, 일본은 5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25%를 15%로 낮췄다. 뉴욕타임스(NYT)는 TSMC가 미국 애리조나 주에 반도체 공장 6개를 완공했거나 증설할 예정인데, 이에 더해 반도체 공장 5개를 추가 증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내 생산규모가 2배가 되는 셈이다. 대만이 이 조건에 합의한 것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의 개입 등 안보에 대한 고려 때문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TSMC 생산력 상당 부분이 이전하면, 미국에게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낮아진다는 딜레마를 감수해야 한다.

미국은 자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새로 만드는 대만 기업은, 건설 기간에는 생산능력의 2.5배까지 관세를 면제하고, 신규시설을 완공한 경우 신규 생산능력의 1.5배까지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대만 전체 공급 망과 생산량의 40%를 미국으로 가져오는 게 목표"라면서 "만약 그들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지 않으면 관세는 100%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근이 아닌 채찍"이라고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말했다. 마치 대만 정부는 잘 들으라는 식이다.

대만의 합의조건은 앞으로 한미 간 협상에서도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런 부분이다. 지난해 11월 한미정상회담의 합의에선 한국 반도체는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도체의 교역 규모가 한국 이상인 국가'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약속했는데 이는 결국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의미한다.
대만 TSMC 본사

엔비디아 칩 中수출에 25%..전례 없는 '통행세'

미국은 14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H200'처럼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다른 나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엔비디아와 AMD의 AI칩 중국 수출을 허용하면서 대신 수입 일부를 통행료처럼 받는 방식이다. 공식적으론 관세지만 사실상 '수출세'나 마찬가지로 15일부터 곧바로 적용됐다.

첨단반도체를 설계하지만 생산은 하지 않은 팹리스(Fabless)기업인 엔비디아는 AI칩 제조를 파운드리(위탁생산)기업인 대만 TSMC에 맡기는데, 대만서 생산된 칩은 보안 검사를 위해 미국을 거쳐서 중국으로 수출된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판매대금의 25%를 징수한다는 것이다. 이익의 25%를 세금으로 걷는 셈이다. 다만 미 행정부는 자국 안의 데이터센터 구축이나 연구, 스타트업에서 쓰는 칩 물량은 관세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이들 AI칩에는 한국 삼성과 SK가 생산한 HBM과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가지만 형식적으론 수입주체인 TSMC나 엔비디아가 과세대상이 된다. 일부 부담을 수출대금에 반영할 수도 있지만 물량 자체가 귀한 상황에서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중국이 수입하는 가격이 인상될 수 있지만 중국 정부가 사실상 엔비디아의 H200의 반입을 금지한다고 밝힌 상황이라, 실제 과세될지는 불확실하다. 문제는 미국의 다음 행보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상호관세→품목관세로 전환?..결국 반도체 공장유치 목적

미 상무부는 이번 25% 관세 조치를 발표하면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들고 나왔다. '특정 수입품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관세 등 수입 제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 법에 따른 조사 결과가 나오면 해당 품목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가 도입되는 것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방식이었다. 백악관은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해 반도체 및 그 파생 제품 수입에 대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상응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232조는 트럼프의 상호관세 정책에 대한 '위법'논란 속에 부각됐다. 상호관세가 대법원에 의해 위법 판결을 받더라도 이 조항을 통해 '품목관세'를 상대국에 대폭 부과하면 관세 수익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 때문이다. 결국,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 위법판결 이후를 대비해 먼저 반도체 품목관세 카드를 만지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관세를 올릴 경우, 상당 비중의 HBM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를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 산업계에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 관세를 무기로 영토 내 반도체 생산력을 확대하려는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출장 중에 기자 질문에 답하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대만 기준이 마지노선?..국내 업계 또 긴장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24%를 넘어섰지만 이 가운데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반도체 비중은 약 7.5%로 상대적으로 적다. 결국 다른 반도체보다 메모리 칩 판매 비중이 월등히 큰 한국 (메모리 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 67%) 입장에선 이를 받아서 재수출하는 중국, 대만에 부과될 관세가 얼마일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대만 같은 나라가 아예 생산 공장의 미국 이전을 본격화하면, 한국도 메모리칩을 미국으로 직접 수출해야 하는 만큼 관세 타격이 점점 커지게 되는 구조다. 또 부품 형태로 들어간 한국산 반도체에 대해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도 변수다.
미국의 반도체 품목관세 부과에 대비한 정부대책회의
한국은 반도체에 대해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관세 조건을 약속 받았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엔 또 치열한 협상이 불가피하다. 관세율 면에선 대만에 준하는 15%가 마지노선이지만, 미국과 대만의 합의를 보면 트럼프가 신규 생산시설 투자를 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대미 투자 규모를 총 370억 달러로 확대했고, SK하이닉스는 38억7천만 달러를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결국 한국의 이런 투자에 대해 어느 정도의 관세 면제를 허용할지, 또 다른 신규투자를 압박할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미국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게 부담이 된다는 면에서, 생산시설 확장을 협상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와 업계는 또 한 번 파도를 넘어야 할 전망이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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