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설전이 오갔습니다. 포문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열었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 지난 2024년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무수한 탄핵 무수한 특검법, 게다가 마지막에는 특활비 예산 0원, 해도 너무한 것이 민주당 야당이었습니다. 그게 다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그런 관행이 있었습니까? 법사위원장 돌려주셔야 합니다.
-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뭐 그리 대단한 건가 싶지만, 실제로 그 권한은 막강합니다. 모든 법안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로 갑니다. 두 관문을 다 통과해야 법안은 처리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사위원장은 법사위에서, 국회의장은 본회의에서 법안을 표결에 부칠지 말지 결정할 권한이 있습니다. 만일, 두 사람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법안은 처리되지 못합니다. 우리가 뉴스에서 "법안이 처리됐다"는 것은, 두 사람이 '오케이' 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나경원 의원 말은, 이 중요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다 갖고 있지 않느냐, 법사위원장이라도 국민의힘에 돌려줘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반박에 나섰습니다.
김용민 민주원 : 국민의힘에서는 지금 야당에서는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해야 된다, 그것이 관행이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 야당이 했던 경우가 전체를 놓고 보면 더 적습니다. 의석수를 기준으로 해 왔습니다.
-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김용민 의원 말은, 야당이 법사위원장 가져간 적이 훨씬 적었다, 의석수 대로 나눴다, 즉, 지금은 민주당 의석 수가 압도적인 만큼 가져도 된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그리고 이어진 설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 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같이 가진 적이 있는지…. 18대 민주당 80석밖에 안 되는데 민주당한테 법사위원장 줬습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 : 야당 의원들이 말씀하시니까 제가 한 두 가지 팩트 정리를 해드린 것입니다.
두 의원의 말이 정반대입니다. 과연 누구 말이 맞을까요.
일단, 민주화 이후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어느 정당에서 가져갔는지 살펴봤습니다. 즉, 1988년 6월 개원한 13대 국회부터 지금 22대 국회까지, 38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정리했습니다.
파란색이 민주당 계열 정당이고, 빨간색이 국민의힘 계열 정당입니다. 대통령 탈당이나 탄핵 등으로 형식상 여당이 없었던 시기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여당 지위를 유지한다고 보고 따로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했던 적이 전체를 놓고 보면 더 적다"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말 검증해 보겠습니다.
그래픽에서 여당 부분과 법사위원장 부분의 색깔이 다른 곳을 찾으면 됩니다. 그 부분을 따로 뽑아, 옅은 회색으로 '야당 법사위원장 시기'라고 표시했습니다.
이걸 월 단위로 어느 정도 비중이었는지 계산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민주화 이후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했던 시기는 60%로 절반을 훌쩍 넘었습니다. 다만, 최근 국회 기준으로는 그 수치가 43%로 다소 줄어들었습니다.
다음으로 "의장과 법사위원장을 (한 정당이) 같이 가진 적이 있느냐"고 되물었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말을 살펴 보겠습니다.
그래픽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부분 색깔이 같은 곳을 찾으면 됩니다. 그 부분을 따로 뽑아, 짙은 회색으로 '모두 가져간 시기'라고 표시했습니다.
이걸 월 단위로 어느 정도 비중이었는지 계산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민주화 이후 한 정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가져간 시기는 40% 정도였고, 최근도 비슷했습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은 그간의 데이터와 다소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 팩트체크는 두 의원 발언에 말 꼬리를 잡으려는 취지는 아닙니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그 궤적을 살펴 보면, 함께 고민할 부분이 있습니다.
국회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법률 위에 헌법 있고, 헌법 위에 여야 합의 있다"
법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교섭단체 간의 정치적 합의가 우선한다는 뜻입니다.
민주화 이후 초기에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맡았습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15대 국회 후반부터 관례가 바뀌었습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정부 여당 견제를 명분으로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야가 합의하면서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기 시작했습니다. DJP 연합으로 탄생한 대한민국 헌정사 유일무이한 연립 정부였던 만큼, 국회의장은 3당이었던 자유민주연합이 가져갔습니다.
이후 국회의장은 의석이 가장 많은 정당이,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가져가는 관례가 정착됐습니다. 2007년 이명박 정부로 정권 교체가 됐지만 그 전통은 유지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그 관행이 다소 바뀝니다. 당시 새누리당이 참패하면서 여소야대가 됐고, 1당의 지위 역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에게 내준 겁니다. 당시의 관행 대로라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모두 민주당 몫일 수 있었지만, 제1당인 민주당이 국회의장을, 여당인 새누리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는 식으로 합의를 이뤘습니다.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뒤 열린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는데, 민주당이 다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다 가져가면서 그간의 관례는 또 깨졌다가, 21대 국회 후반부에는 야당인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되찾았습니다. 22대 국회는 또 여당인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가져갔고, 지금 그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중간 중간 부침은 있었지만,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자리는 원칙 혹은 법 조문이 아니라, 여야 간의 균형과 견제, 협의와 합의, 결과적으로 '협치'를 통해 배분한 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과거의 여의도는 '정치'가 살아 있었습니다.
국회 자리를 놓고 벌이는 여야 설전. 단순한 '자리 싸움'을 넘어,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고, 협치가 아닌 대치가 일상화된, 우리 정치의 상징적 장면 아닐까요.
(자료 : 작가 김효진, 인턴 황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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