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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브리핑] Fed를 수사한다고?…타코 트럼프의 '급후회' 모드

파월 수사의 '역풍'…인플레보다 더 위험한 '재정지배'

[이브닝 브리핑] Fed를 수사한다고?…타코 트럼프의 '급후회' 모드
이번 주 시작과 함께 세계 금융시장을 놀라게 한 첫 뉴스는 바로 '제롬 파월' 美연방준비제도 의장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소환장 발부였다. '연준 의장을 수사한다고?'.. 뉴욕증시가 일시적으로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지만, 시장과 언론은 곧바로 트럼프의 도발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하는 흐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강한 역풍으로 바뀌는 분위기이다. 금리인하 요청을 안 들어주는 Fed를 공작 수사로 압박하고 있다는 반발인데, 견제와 균형을 특히 중시하는 미국의 집단지성을 시험하고 있다는 지식인들의 분노가 겹치는 양상이다. 오히려 트럼프가 큰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Fed건물에 호화시설 설치하며 세금 남용했다?

파월 의장의 혐의도 이상했다. 미국 연준 건물을 개보수하면서 공사비용이 당초 계획보다 늘어났는데, 이에 대한 의회의 질의에 위증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미 상원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공사비용이 7억 달러 늘어난 25억 달러가 된 것은 인정하면서, 인공폭포나, VIP엘리베이터, 대리석 장식 등 호화시설이 포함됐다는 언론 보도 내용은 부인했다. '1930년대 지어진 건물의 안전문제로 개보수가 필요했다'는 답변이었다.

사실 이 문제는 파월을 밀어내고 싶은 트럼프와 참모들이 직접 제기한 것이다. 7월에 이례적으로 연준 청사 공사현장을 방문해 생방송 상황에서 파월 의장에게 질문한 이후, 계속 공격의 소재로 삼아왔었다. 이번 수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전 폭스뉴스 진행자인 '지닌 피로' 워싱턴DC 연방 검사장이 지난해 11월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앞서 공화당 소속 '애나 폴리나 루나' 하원의원이 파월 의장이 의회 증언 과정에서 위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법무부에 형사 고발을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비용이 불어나는 것을 관리하지 못한 것이 죄라는 것인지, 공사비를 착복했다는 것인지 모호하다보니 결국 '의회 위증'에 방점을 둔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청사 공사현장

공사비 공세 퍼붓던 트럼프 "수사는 난 모른다"

트럼프는 지난 11일(현지시간) TV인터뷰에서 "파월 의장 수사에 대해선 모른다"며 자신이 법무부를 움직였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13일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곧 그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바란다"며, "그는 여러 면에서 나쁘지만, 특히 금리를 너무 높게 했다는 점에서 나쁘다"고 말했다. 수사의 이유가 된 연준 공사에 대해선 "나는 그 일을 2천500만 달러로도 할 수 있을 텐데 그들은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임기가 오는 5월까지인 파월 의장에 대해 '연준 청사 공사비 과다 지출 의혹'에 대한 수사가 개시됐으니 조기 퇴임하라는 노골적 메시지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레거시 언론사들의 취재는 독립성이 보장된 법무부가 움직인 배경에 쏠리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이 소환 통보를 받기 하루 전 백악관에 모인 연방 검사들에게 '내 타깃을 기소하는 데 좀 더 빠르게 움직여 달라'고 압박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특히 '팸 본디' 법무장관은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로 임명 때부터 논란이 있었다. 이 신문은 본디 장관을 '나약하고 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하는 인물'이라며 자주 비판했던 트럼프가 파월 의장이 소환장을 받은 직후, 갑자기 칭찬하고 나섰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법부 장악에 대한 미국 지식인층의 우려가 증폭된 부분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달리 당황스런 기색이 뚜렷하다. 중앙은행에 대한 공격으로 채권 시장이 동요하는 것이 정치적 역풍을 부르고 있는 점, 또 법무부의 독립성에 본격적으로 의문이 제기되는 점에 긴장하는 것이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이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공식 멘트를 던진 것은 급박함의 표출로 보인다.
'팸 본디' 美법무장관과 연방검사들

전설 '재닛 옐런'의 참전.."'재정지배'의 위험 커졌다"

역대 연준 의장과 경제학자 13명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수사를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공격"으로 규정하며 "이는 제도가 취약한 신흥시장에서나 통화정책을 입안하는 방식으로, 인플레이션과 경제 기능에 매우 부정적 결과를 수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임 연준 의장이자 재무장관을 지낸 재닛 옐런의 공개 발언이 주목된다.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며 정치적 사안에 언급을 안 하는 평소 모습과 달랐다. 옐런 전 의장은 12일(현지시간) TV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극도로 소름 끼친다"면서 이번 사안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월 의장을 잘 알고 있는데, 그가 위증했을 가능성은 '제로'(0)"라며 "나는 그들이 파월의 자리를 원하고 파월을 내쫓고 싶어서 공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연준 인사들과 경제학계는 '트럼프가 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앙은행까지 장악하려 한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이 '물가와 고용 안정'이란 목표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기보다, 정부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표출한 것이다. 쉽게 말해, Fed가 기준금리를 내리면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트럼프가 연일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닛 옐런' 前 연준 의장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직후부터 기준금리를 1%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파월 의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신에 따른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연준은 금리를 3번에 걸쳐 0.75%포인트 내렸지만 트럼프는 파월 의장을 '너무 늦은 자'(Mr. Too late), "멍청하다"등의 노골적 표현으로 비난해왔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학회 토론회에서 옐런 전 의장의 언급은 원칙적이면서도 분명했다. "정부가 부채를 갚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책임은 Fed가 아니라 의회와 정부에게 있다"면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정부의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행동이 제약되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착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일단 인플레이션이 자리 잡으면 물가를 다시 안정시키는 비용은 훨씬 커진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Fed 공사현장 방문한 트럼프와 파월 의장

연준의 '결집', 파월, 2028년까지 이사직 유지 가능성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월 의장이 의장직에선 5월에 물러나더라도, 오히려 임기가 2028년 1월까지인 연준 이사직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상황에서 강력한 명분을 얻게 된 파월 의장이 연준 내부 인사들과 여론의 지원으로 이사직에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재판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예상 못한 역풍이다.

유럽중앙은행 등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 10명도 공동성명을 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물가 안정, 금융 안정, 경제 안정의 초석"이라고 강조한 성명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름이 나온다. 이번 수사 시도가 통화정책의 중립성이라는 큰 원칙에 대한 도전이라는 글로벌 공감대가 생기는 양상이다.
 제롬 파월 美연준 의장
시장의 반응도 트럼프에겐 불리하다. '월가의 황제' 소리를 듣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가 "이번 일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금리를 상승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파월 의장이 자신의 임무를 계속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날,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타코 트레이드'의 양상을 보였다. 타코(TACO)는 '트럼프는 언제나 겁을 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고 비꼬는 표현으로, 타코 트레이드는 '트럼프의 위협적인 발언으로 일시적으로 주가가 흔들려도 곧 회복되니 매도하지 말라'는 심리를 반영한 거래 양상이다. 결국 승부는 여론이 좌우할 전망이다. 미국 국가운영 시스템의 기존 원칙을 사수한다는 면에서 "미국의 지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언론들의 평가에도, 미 연준을 중심으로 한 은행 시스템과 월가의 금융자본에 상당한 반감을 가진 미국 중산층과 서민층 상당수가 여전히 트럼프 지지율이 높다는 점에서 속단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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