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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사겠다는 트럼프…"거래 첫 단계 가격 산출조차 난망"

그린란드 사겠다는 트럼프…"거래 첫 단계 가격 산출조차 난망"
▲ 그린란드 수도 누크, 오로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손에 넣겠다고 거듭 밝히면서 미국 측에서는 이미 그린란드를 실제로 매입할 경우를 상정해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물론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라"라고 단호히 선을 긋고 있는 만큼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아주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설사 매도 의향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매매 성사의 전제 조건일 그린란드의 적정 가격을 가늠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 짚었습니다.

네덜란드 ABN암로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닉 코우니스는 로이터에 "국가를 사고파는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특정 국가의 가치를 평가하는 합의된 틀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역사적인 사례에 비춰 영토의 적정한 가치를 찾으려는 시도 역시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이미 1946년 그린란드를 1억 달러에 사겠다고 덴마크에 제안했지만 퇴짜를 맞은 바 있습니다.

당시 제시한 1억 달러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16억 달러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런 금액은 이후 80년간 미국과 덴마크 경제가 급성장한 점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까닭에 현재의 기준치로 삼기엔 무의미합니다.

미국이 1803년 프랑스에서 루이지애나를 1천500만 달러에 사들이고, 1867년에는 러시아에서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사 영토를 넓힌 것도 유용한 선례로 삼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프랑스와 러시아는 덴마크, 그린란드와 달리 자발적으로 매도를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현재를 기준으로 이들의 매매가를 산정한다면 실제 매각이 이뤄진 시점보다 훨씬 클 터이지만 물가 상승과 지가 상승, 지역 경제 성장률 등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계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린란드를 기업이라고 가정하고 인수합병 때처럼 향후 창출 가능한 수익을 기준으로 가치를 매기더라도 이 역시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로이터는 지적했습니다.

덴마크 중앙은행에 따르면 어업이 중심 산업인 그린란드의 국내총생산(GDP)은 2023년 기준 36억 달러로 이웃 아이슬란드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GDP를 가치 평가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그린란드 공공예산의 절반을 떠받치는 덴마크 정부의 보조금 등을 어떻게 반영할지, 전세계가 희토류 확보에 사활을 건 상황에서 수천억 달러로 추산되는 그린란드의 광물 가치를 어떻게 더할지 등도 난제입니다.

여기에 수만 년 전부터 그린란드에 거주하며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누이트 원주민의 존재는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노르웨이 프리드쇼프 난센 연구소의 북극·해양 정치연구 책임자인 안드레아스 외스트하겐은 "원주민의 문화, 역사라는 무형의 요소까지 따질 경우 가격을 매기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며 "(그린란드의 가격 산정) 발상 자체가 터무니없다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린란드가 국가 안보에 꼭 필요하다"며 그린란드를 수중에 넣기 위해 매입뿐 아니라 군사 행동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천명했습니다.

코우니스 ABM암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을 위해 적과 동맹을 가리지 않고 일단 관세폭탄을 부과하는 등 다른 사안에서 사용해온 전략과 유사한 전술을 사용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우선 극단 시나리오로 상대를 압박하고, 이후 조건을 완화해 원하는 바를 최대한 얻어내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린란드 매입, 군사 작전 등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향후 미국이 그린란드를 통해 군사·경제적으로 자국에 유리한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게임의 '첫수'를 둔 것일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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