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의 블랙박스 분석 자료를 저희가 입수했습니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블랙박스에는, 조종사가 새 떼와 부딪힌 뒤 필사적으로 대응하던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조종사들의 대화 내용과 비행기록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습니다.
먼저 전형우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전형우 기자>
지난 2024년 12월 29일, 참사 여객기의 조종실 음성기록장치에는 당시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가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아침 8시 57분 34초, 기장이 "어디로 가냐"고 말하자 부기장이 "그러니까요"라고 답합니다.
기장이 "바꿔 빨리"라고 하자 부기장은 자동조종을 해제합니다.
[권보헌/극동대학교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 : 오토 파일럿(자동조종)을 풀고 (수동) 조작을 준비하는 단계가 되겠습니다.]
무안공항에 착륙할 준비를 시작한 겁니다.
고도를 내리던 중 관제탑에서 조류 접근을 경고합니다.
21초 뒤 부기장이 새 떼를 발견하고 밑에 엄청 많다고 보고합니다.
사고조사위는 이때 활주로로 접근한 가창오리 떼 규모가 5만 마리에 이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8시 58분 18초, 기장이 "안되겠다"며 착륙을 포기하고, 2초 뒤 복행, 즉 다시 비행으로 전환하겠다고 알립니다.
하지만 복행 결정 6초 뒤인 8시 58분 26초, 음성기록에는 새와 부딪히는 소리가 담겼습니다.
[권보헌/극동대학교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 : 조류가 충돌하면서 '퍽퍽퍽' 소리가 나고 항공기 돌아가는 팬에 손상이 가다 보니까 아마 진동과 소음이 이렇게 났을 겁니다.]
부기장은 기수를 올리라고 외쳤고, 8시 58분 35초에는 기장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선언하고, 비상 매뉴얼대로 조작을 시작합니다.
엔진 출력을 조절하는 스로틀을 수동으로 바꾼 뒤, 한쪽 엔진을 끄고 엔진 화재를 차단하기 위한 스위치까지 당기는데 15초가 걸렸습니다.
한쪽 엔진을 끄는 과정은 기장과 부기장의 상호 확인을 거치며 매뉴얼대로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권보헌/극동대학교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 : (엔진) 끌 때도 마찬가지로 확인을 받습니다 기장한테. 해당되는 엔진을 확인해주십시오. 기장이 마찬가지로 확인을 합니다.]
왼쪽 엔진이 꺼진 직후인 8시 58분 50초부터는 비행기 블랙박스가 모두 꺼졌습니다.
이 때문에 착륙을 하려다 상승하고 조류와 충돌하기까지 긴박했던 1분 15초는 기록에 담겼지만, 그 뒤 동체착륙 과정과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하기까지는 기록에 남지 않았습니다.
관제탑 자료에는 블랙박스가 꺼진 6초 뒤 조종사가 긴급 신호인 '메이데이'를 세 차례 외쳤고, 4분이 지난 9시 2분 둔덕과 충돌하며 참사가 난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우기정, 디자인 : 전유근, 자료제공 : 김소희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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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가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하기 직전 4분 동안 블랙박스가 모두 꺼졌다는 점은 꼭 풀어야 할 핵심 의혹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입수한 사고조사위원회의 자료에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이어서 이성훈 기자입니다.
<이성훈 기자>
181쪽이나 되는 사고조사위원회의 중간조사 결과 자료에는 여전히 빠져 있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사고 여객기 조종사가 왼쪽 엔진을 끈 8시 58분 50초부터 4분간 먹통이 된 블랙박스입니다.
비행기록장치 FDR은 왼쪽 엔진에 연결된 발전 장치에, 음성기록장치 CVR은 오른쪽 엔진에 연결된 발전 장치로 작동합니다.
한쪽 엔진이 멈추더라도 다른 쪽 엔진의 발전 장치를 이용해 전원 공급이 가능하지만, 2개가 동시에 작동을 멈췄습니다.
[권보헌/극동대학교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 : 왼쪽 엔진이든 오른쪽 엔진이든 하나가 꺼지더라도 전기와 유압은 교차시켜서 공급을 하도록 그렇게 돼 있습니다. 왜 작동이 안 됐는지 이 부분이 판명이 돼야….]
버드스트라이크 이후 착륙을 시도하던 여객기가 정상 고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지상 50m 높이까지 급격히 떨어진 이유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동체착륙을 하게 된 경위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내용입니다.
[권보헌/극동대학교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 : 유압 시스템이 작동이 안 되게 되면 (조종간을) 수동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굉장히 무겁습니다. 기수가 떨어지는 걸 제대로 못 막지 않았을까.]
지난해 7월 사조위는 "오른쪽 엔진 손상이 심했는데도 조종사는 왼쪽 엔진을 껐다"는 조사 내용을 발표하려다 조종사 과실로 몰아가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번 자료에도 왼쪽 엔진 내부 손상이 오른쪽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설명이 담기긴 했지만, 조종사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분석은 미뤄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조종사 과실로 몰아가는 건 위험하다고 강조합니다.
버드스트라이크 직후 조종사들이 거듭 왼쪽 엔진 상황을 체크해 가며 전원을 껐다는 점에서 시뮬레이션이나 실험 결과 없이 이들이 잘못 판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김광일/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 동체착륙도 그 급박한 순간에도 성공을 시켰고 또 부분적으로 작동하는 오른쪽 엔진을 갖고서 항공기를 통제를 하고 있었죠. 멀쩡한 엔진을 껐다 이렇게 이야기하기는 굉장히 무리한….]
이달 말까지 진행될 국정조사에서도 사조위 조사 결과를 놓고 논란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김소희/국민의힘 의원 : 조사 결과도 분석하고 판단한 게 충분했는지 또 놓친 부분은 없는지 사고 원인을 면밀히 규명하는 게 이번 국정조사의 가장 큰 목적이고.]
국토교통부 산하에 있던 사조위는 더 독립적인 조사를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새롭게 꾸려질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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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전형우 기자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Q. 입수 자료, 어떤 과정에서 만들어졌나?
[전형우 기자 : 오늘(9일) 저희가 전해드린 자료는 국토부 산하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만든 이번 참사의 중간보고서 성격입니다. 원래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지난달 공청회 때 발표하려던 건데요. 국토부가 조사 대상인데 국토부 산하의 사고조사위원회가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겠냐는 비판도 있었고요. 공청회 자체도 언론사 질문 없이 폐쇄적으로 진행할 거라는 논란 때문에 발표가 취소됐던 겁니다.]
Q. '둔덕 시뮬레이션'도 자료에 언급?
[전형우 기자 : 중간보고서에는 조금 전 살펴본 항공기 운항이나 기체 결함뿐 아니라 조류 위험 예방과 방위각 시설 설치가 적절했는지 등 이번 참사와 관련한 4대 분야를 두루 살폈습니다. 특히 어제 전해드린 대로 콘크리트 둔덕 설치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명시했고요. 둔덕이 없었다면 사망자가 없었을 거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포함시켰습니다. 어제 보도 이후에 국민의힘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은 당시 책임 있는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와 특검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Q. 유족 납득할 진상 규명 이뤄지려면?
[전형우 기자 : 우선 지금 진행 중인 국회 국정조사가 있습니다. 1년 넘게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들에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참사의 진상이 조금 더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사조위를 국토부 산하에서 국무총리 산하로 옮겨야 한다는 게 유가족들이 줄곧 요구해 온 부분입니다. 이르면 다음 달 기존 조사 자료를 국무총리실로 옮기게 되는데, 더 많은 전문가들의 참여와 유가족들과의 충분한 소통 창구 마련이 새해 사조위에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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