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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아바타: 불과 재', 17000원이 비싸다고요?

아바타
어떤 영화는 짧은 것이 그나마의 미덕이고, 어떤 영화는 길면 길수록 좋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전자는 졸작, 후자는 수작일 경우가 그렇다.

세상에 나쁜 영화는 없다지만 견디기 힘든 영화는 분명 있다. 숏폼과 릴스에 익숙해진 관객에게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3시간 17분짜리 영화 '아바타: 불과 재'는 어떤 의미일까. 흥행 성적으로만 본다면 관객들은 긴 영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재미없는 영화를 싫어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아바타: 불과 재'는 극장 영화 위기 시대에 여전한 브랜드 파워를 보여주면서 1편과 2편에 이어 또 한 번의 천만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개봉 4일째 100만, 7일째 200만, 10일째 300만, 12일째 400만, 17일째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아바타

◆ 기술 진화를 추구하는 '흥행의 왕'

제임스 카메론은 1998년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으며 "아임 킹 오브 월드"("나는 세상의 왕이다"라는 '타이타닉' 대사 인용)라는 수상 소감을 남긴 바 있다. 자신감을 넘어 오만에 가까운 자평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 순간 모든 것을 다 가진 제임스 카메론에겐 허락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로부터 28년이 흐른 2026년에도 카메론은 '오락 영화의 왕'의 자리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2009년 3D 혁명에 가까운 '아바타'로 오락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제임스 카메론은 16년에 걸친 3편의 영화를 통해 기술의 진화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아바타: 불과 재'는 할리우드 기술의 총집약체이자 제임스 카메론 사단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시각 예술이다.
아바타

'아바타: 불과 재'에는 총 3,382개의 시각효과 샷이 포함되어 있다. 그중 '아바타' 시리즈를 비롯해 할리우드 최고 명작들의 시각효과를 담당했던 세계 최정상 시각효과 스튜디오인 Wētā FX는 영화의 94%에 해당하는 시각효과 작업을 담당했다. 그리고 '아바타: 불과 재'에서 시각효과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장면은 단 7개로, 약 11초 분량에 불과하다.

'불과 재'라는 부재에 걸맞게 1,000개 이상의 디지털 불 FX샷과 2,000개 이상의 물 FX샷을 통해 관객에게 최고 수준의 시각체험을 선사한다.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가 VFX 기술의 살아있는 전설인 셈이다.
아바타

◆ 진부한 가족주의?…스탠다드 스토리를 만든다는 것

혁신적이었던 '아바타'와 한층 정교해진 시각 체험인 '아바타: 물의 길'과 비교해 '아바타: 불과 재'는 준수한 완성도와 오락적 재미를 자랑함에도 1편과 2편을 능가하는 작품이라는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스토리면에서 2편의 반복 같다는 반응이 적잖다. 가족의 위기와 화합 그리고 환경과 생태에 관한 메시지를 또 한 번 다루기에 2편과 차별화를 두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그도 그럴 것이 2편과 3편은 이어지는 이야기라 한 흐름 안에서 전개된다고 볼 수 있다. 물의 부족에, 재의 부족이라는 새로운 집단이 등장하며 서사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차이가 있는 정도다.
아바타

빌런 바랑을 제외하면 재의 부족 망콴의 임팩트도 약한 편이라 멧케이나 부족의 물의 세계가 신비롭게 펼쳐졌던 2편과 비교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아바타'는 2편부터 온전히 가족 영화의 길을 가고 있다. 3편의 경우 2편에서 다소 캐릭터 존재감과 정체성이 약해 보였던 스파이더의 변화와 활약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징검다리다. 나비족이 인간의 아이인 스파이더를 받아들여 공존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물론 진부한 가족주의라는 비판도 나올만하다. 그러나 제임스 카메론이 가족주의와 자연보호를 주제로 한 블록버스터를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의 계획과 전략은 3편까지는 성공적이다. 서사 측면에서 파격과 혁신은 없지만, 보다 진화한 기술을 통해 볼거리를 확장하고 메시지를 강화한 선택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나비족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프리퀄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4편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바타: 불과 재'는 전체 6편까지 계획하고 있는 장중한 대서사시에서 이제 반환점을 돈 서사일 뿐이다.
아바타 극장

◆ '흥행 제왕' 제임스 카메론의 길…극장 영화를 향한 집념

"I SEE YOU"(당신을 봅니다)

'아바타' 시리즈에서 이 대사가 가지는 실질적, 상징적 의미는 크다. 나비족의 인사말인 "I SEE YOU"는 문자 그대로 눈으로 상대는 본다는 1차원 적인 의미가 있고, 그 너머엔 영혼과 내면까지 이해하고 상대를 받아들인다는 광의의 의미도 있다.

이는 '아바타'라는 영화가 관객에게 가지는 의미와도 연결된다. '아바타'의 극장 관람이 가지는 의미는 시청각의 종합예술인 영화를 가장 영화답게 받아들이는 관객의 모습과도 닿아있다. "더 이상 영화를 극장에서 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극장 영화 위기의 시대에 '아바타' 만큼은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인식이 관객들에게 명확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바타' 시리즈는 국내에서 1편 38일, 2편 4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대부분의 천만 영화가 30일 안팎에 탄생하는 것을 생각하면 '아바타' 시리즈는 유독 그 레이스가 길었다. 이것은 영화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아바타 극장

'아바타' 시리즈는 기술의 진화를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특수관(아이맥스, 3D, 4DX, 돌비애트모스 등) 관람 비중이 전체 30%에 육박한다.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특수관은 일반관에 비해 현저히 적다. 관객들은 각자 희망하는 특수관 명당자리에서 영화 관람을 하기 위해 적기를 기다린다. 그러다 보니 흥행 레이스가 장기화되는 추세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아바타' 시리즈는 단순히 '본다'는 개념을 넘어 '느낀다', '겪는다'라는 광범위한 체험의 영역에 있는 작품이다. 극장 영화가 몰락하고 있는 시대에도 스크린 상영을 포기하지 않는 극장주의자 제임스 카메론의 집념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12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한 '아바타2'와 15일 차에 500만 관객을 돌파한 '아바타1'에 비해 '아바타3'의 화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지만, 아직은 모를 일이다. 최소 1만 7000원(3D관 기준)을 투입해야 하는 이 체험을 두고 '낭비'라는 반응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아바타' 시리즈가 극장 영화의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극장 영화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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